▲ 영화 '판도라'에서 철없어 보이지만 속은 깊은 재혁을 연기한 김남길. 제공|NEW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이마에 귀찮아라고 써진 듯한 표정과 촌스러운 사투리로 불평을 입에 달고 사는 투덜이, 틈만 나면 마을을 떠날 궁리만 하는 철없는 청년. 하지만 속이 깊고 가족을 사랑하며 주변을 살뜰히 챙기는 의리남. 배우 김남길이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에서 맡은 재혁에 대한 설명이다.

재혁은 그동안 김남길이 맡았던 캐릭터와는 분명 다르다. 서울말씨가 익숙한 그가 사투리를 썼고, 도도하고 차가운 도시남자의 분위기는 그 어디에도 없다. ‘판도라속 김남길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옆집 오빠같은 푸근함까지 느껴진다. 김남길도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도시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판도라에서는 그런 이미지가 거추장스러웠다. 관객들에게 오로지 재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장애물과도 같은 이미지였다. 어떻게든 깨야 했고, 외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줬다.

“(나에게) 도시적이고 차가운 이미지가 있어서 관객들이 봤을 때 괴리감이 들거나 어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살을 찌웠다. 그때 몸이 좀 안좋았는데, 약 부작용이 있어서 좀 부은 것도 있다. 살이 잘 붙기도 하더라. 8KG 정도 찌웠다.”

어쩌면 첫 이미지는 어울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영화 속 재혁과 김남길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사투리를 배웠고, 살을 찌웠다. 그러면서까지 판도라에 출연했다. 고민은 없었을까. “좋은 작품이라 생각해서 선택했고 욕심이 났다고 했다.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기도 하지만, 한 두 장면 만으로도 욕심이 날 수 있다. 시나리오를 보고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쿨한 영웅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국인이 가진 정서인지도 모르겠다. 표현된 대사들도 매력적이었다.”

▲ 김남길은 '판도라'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고,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제공|NEW
‘판도라는 알려진대로 4년전 기획됐다. 사니리오 작업 전 긴 자료조사 기간을 거쳤다. 국내에서 일어난 강진으로 판도라는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인 재난영화가 됐지만, 4년전에는 아니었을수도 있다.

황당했다. 재난영화이지 않나. 자연재해로 재난이 시작된다. 연기를 하면서 원자력 발전소가 진짜 그래?’ ‘말이 돼?’ 등 이야기를 나눴다. 있을 법한 일을 가상현실로 이야기 했는데, 지금은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고, 나도 왜 무섭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지금은 폭발만 아니면 (지진 등) 다 현실이 됐다.”

김남길은 자신이 한 연기를 보고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촬영을 끝낸 후 시간이 지났고, 영화에서 벗어나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본 이유도 있다. 찍으면서 엄청난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자신의 감정이 좀 더 크게 전달되길 원했는데, 연기를 하면서 느끼기는 어려웠다. 평생 써보지 않았던 사투리를 쓰면서 깊은 감정을 드러내야 했다.

영화 속 재혁이 처한 상황에 더 깊이 빠져드는 상상을 하기도 했고, 비슷한 상황에 처한 동영상을 보기도 했다. 술을 먹어도 보고 혼자 울어보기도 하면서 촬영에 들어갔다. 생각처럼 매끄럽지가 않았다. 감독님이 을 한 후 스태프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아쉽지 않아라는 말만 들린다. 하하. 감정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엄청나게 예민해졌고, 누가 날 만지는것 자체에 신경질이 날 정도였다.”

김남길이 언급한 장면은 영화의 절정이다. 고민이 많았고, 부담도 많았지만 그 장면은 언론 시사회 후 명장면으로 꼽힐 정도로 잘 표현됐다. 많은 사람들이 재혁의 대사에 울고 웃었다.

지금까지 했던 연기와 달랐고, 도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난영화의 특성상 배우가 고생한만큼 부각이 되진 않는다. 김남길도 잘 알고 있었다. “스토리를 깨가면서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재혁 그 자체로 판도라에 녹아 들었다.

▲ 특별한 좋은 일 보다는 하루 하루 별 탈 없이 지나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 김남길. 제공|NEW
과거의 김남길과 비교했을때 훨씬 편안해 보였다. 힘은 많이 뺐고, 욕심을 내려놨다. 마음가짐도 많이 변했다. “특별한 좋은 일 보다는 하루 하루 별 탈 없이 지나가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중이었다.

한편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 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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