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홍종현이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왕요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왕요는 모든 부분에서 낯설고 새로운 인물이었어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갈증도 해소됐고요."

홍종현(26)은 후련한 표정이었다.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데서 오는 기쁨으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배우라면 연기를 잘 해야 하는데, 연기력 논란이 나면 그것만큼 속상한 게 없다"면서 "이번엔 그런 논란이 없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홍종현은 지난 1일 종영한 '달의 연인'에서 제3황자 왕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왕요는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오로지 황제가 되기 위해 자란 인물이었고, 야망도 컸다. 황위에 오른 뒤에는 10황자 왕은(백현 분)과 박순덕(지헤라 분) 부부를 죽이라고 명하는 등 숙청을 일삼았다. 

악역이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왕요가 극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악랄해지고, 광기에 사로잡히자 부진했던 시청률이 올랐다. 악역이 제 역할을 해내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전개를 쫄깃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악역 왕요로 변신하기 위해 거듭 노력한 홍종현의 결과물이다.

"극 초반에는 왕요의 오만함과 당당함에 중점을 뒀어요. 나쁜 행동을 할 때도 죄책감이 나타나지 않게 하려고 했죠. 날카로운 인상을 줬던 아이라인은 감독님의 제안이었고, 화려한 액세서리는 제가 낸 의견이었어요. 외모에 많은 신경을 쓰고, 또 조금은 과하게 보일 수 있지만 빈틈없는 모습이 왕요와 잘 어울린다 생각했거든요."

▲ 홍종현은 한층 부드럽고 편해진 분위기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사진|곽혜미 기자

홍종현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왕요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부여했다. 그는 "처음 왕요 캐릭터를 잡을 때 대본이 모두 나온 상태가 아니었다"며 "스스로 왕요를 만들어가는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결벽증이 있거나, 누군가를 죽일 때도 칼 보다 활을 사용하는 것을 더 선호 하는 등이 바로 그것이다. 홍종현은 "칼로 죽이게 되면 피가 튄다. 왕요는 그런 것을 싫어할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까지도 열심히 준비했다. 홍종현은 "'달의 연인'을 위해 액션스쿨도 다니고, 승마도 배웠다"며 "그런데 액션신은 제가 생각하던 칼싸움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말도 타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웃었다. 

철저히 준비한 덕에, 홍종현은 왕요에게 한 층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자신이 왕요라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또 어떤 말을 했을지 고민했다. ‘달의 연인’을 집필한 조윤영 작가는 이 같은 홍종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반영했다.

"작가님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왕요가 죽기 직전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했을 것 같냐고. 저는 왕요가 '내가 무엇을 잘못 했지?' '엄마가 나는 완전무결한 사람이라고 했잖아' '나는 살고자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됐을까?'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했고, 이를 말씀드렸더니 제 대사에 녹여주셨어요."

▲ 홍종현은 또 다른 악역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곽혜미 기자

홍종현은 '달의 연인' 이후 또 악역 제안이 온다면 어쩌겠느냐는 질문에 선뜻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악역을 연기하면서 "욕을 먹는 기쁨을 느꼈다"면서 "악역은 당연히 욕을 먹어야 한다. 내가 잘 하고 있단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욕을 먹으면서도 기분 좋았던 것이 처음이기에, 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다. 이참에 '악역 전문 배우'로 굳어질 수 있겠다고 했더니 그저 씩 웃었다. 

"왕요는 황제가 된 이후에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었어요. 누군가 자신을 끌어내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늘 휩싸였죠. 하지만 저는 달라요. 올라가야 할 길이 한참이죠. 흔한 말로 ‘빵 뜨고 싶다’는 마음은 크지 않아요. 잘 되면 좋겠죠. 관심도 많이 받고, 돈도 많이 벌고요. 하지만 그건 제 몫을 충분히 해내면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것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이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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