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넥센의 승리. 김선빈 부상, 이범호 연타석포, 샌즈 쐐기 투런, 김하성 3안타 등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든 와일드카드 결정전이었다. 그 중에서도 빠질 수 없는 것이 이정후의 슈퍼 캐치였다. 역대 포스트시즌 중 손 꼽을 수 있는 '더 캐치'라 해도 지나칠 것 없는 최고의 수비였다.
상황은 5-5 동점이던 7회 무사 1루에서 나왔다. 넥센이 5-4로 앞선 상황에서 7회 선두 타자 버나디나가 바뀐 투수 한현희로부터 2루타를 뽑아냈고 나지완이 적시타를 치며 동점이 된 상황. 다음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좌중간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어 냈다.
이 타구가 빠져나갔다면 최대 역전, 최소 무사 2, 3루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넥센 좌익수 이정후는 몸을 날리며 이 타구를 걷어 냈고, 당연히 빠질 거라 생각하며 주루 플레이를 한 1루 주자 나지완까지 잡아냈다.
KIA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을 만큼 아슬아슬한 타구였다. 실제로 이 타구가 빠졌다면 분위기는 완전히 KIA 쪽으로 흐를 수 있었다.
불펜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넥센이다. 한현희의 불펜 전환은 승부수나 다름없었다. 그 승부수가 무산된 상황. 다음 투수 이보근까지 나오자 마자 장타를 허용했다면 넥센은 그대로 무너질 수 있었다. 그만큼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이 순간, 이정후의 놀라운 호수비가 나왔다. 빠졌다면 승부를 결정 지을 수 있을 타구를 걷어 내며 단박에 2아웃까지 만들어 냈다. 이정후의 수비가 더욱 빛났던 이유다.
세부 데이터를 확인해 보면 이정후의 '더 캐치'는 더 놀라운 수비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무조건 빠질 수 있는 타구로 측정됐기 때문이다.
고척돔에 설치된 트랙맨 시스템이 측정한 최형우 타구의 기대 장타율은 1.334나 됐다. 장타가 될 확률이 '1'을 넘어서 10할 이상의 장타율을 기대할 수있었던 어마머마한 타구였다는 뜻이다. 안타가 될 확률을 넘어 빠지는 순간 무조건 2루타 이상의 장타가 됐을 타구였다. 기대 장타율 1.334는 장타의 확률이 일반적인 장타율 계산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뤄졌다는 걸 보여 주는 수치다. 감으로 때려 잡은 것이 아니라 레이저 추적 시스템이 내 놓은 결과물이다.
타구 속도와 발사각 모두 대단히 이상적인 타구였다. 최형우가 친 타구 스피드는 시속 151km를 기록했다. KBO 리그 평균 타구 스피드는 1339.9km다. 이를 10km 이상 훌쩍 뛰어 넘는 타구 스피드를 기록했다.
발사각은 더 이상적이었다. 최형우의 타구 발사각은 25도였다. KBO 리그에서 장타가 가장 많이 나올 수 있는 확률의 발사각이었다.
최형우의 성적을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최형우는 올 시즌 21도에서 30도 사이에서 인플레이 타구 타율 5할1푼9리를 기록했다. 21도에서 30도 사이로 보낸 타구의 절반 이상이 안타였다는 걸 뜻한다.
이정후는 장타율이 1이상인 5할 이상의 타율 타구를 걷어 낸 것이다. 문자 그대로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다.
넥센은 이 수비로 덤까지 얻을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이정후는 "긴장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긴장이 많이 됐다. 최형우 선배의 공을 잡고 나서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정후는 이 수비 이후 돌아 온 첫 타석에서 안타를 쳤고, 다음 타자 서건창의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 때 홈을 밟으며 결승 득점을 올렸다.
또한 8회초 수비에서는 김민식의 어려운 파울 타구를 끝까지 달려가 걷어 내기도 했다.
톱타자 이정후가 살아나며 상대를 휘집고 다니면 더욱 강해지는 넥센이다. 이 슈퍼 캐치 이후 이정후의 봉인이 해제됐다는 건 이후 경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기적에 가까운 플레이로 팀을 구해 낸 이정후. 첫 가을 야구를 향한 이정후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료 제공 : 애슬릿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