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미소 뒤엔 치열한 경쟁이 숨어 있다. 가용 선수층이 두터워지면서 생긴 변화다. '내가 아니면 안돼'에서 '내가 아니어도 된다'로 바뀌었다.
특히 불펜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박상원 박주홍 서균 등 새얼굴들이 등장하고 안영명 송은범 등 기존 선수들의 각성이 더해지며 경쟁이 매우 치열해 지고 있다.
불펜 투수 A는 "지금 불펜에는 소리 없는 총성이 오가고 있다. 모두다 나가면 제 몫을 잘 해주고 있기 때문에 내가 못하면 언제든 밀릴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갖고 있다. 팀 분위기가 좋은 것과는 또 다른 긴장감이 있다"고 말했다.
투수 B는 "불펜에는 보강될 전력들이 있다. 서산에서 송창식 권혁 등이 준비하고 있다. 아마 불펜이 지금처럼 단단하지 않았다면 이미 불러서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불펜으로도 잘 돌아가고 있으니 굳이 서두르지 않는 것 같다. 송창식 권혁 등도 긴장할 수 밖에 없고 위에서 기다리는 선수들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경쟁이 정말 치열해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실제 한화 불펜은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심감을 잃지 않기 위해 롱 릴리프 안영명 송은범을 제외하면 짧게 끊어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부분이 잘 맞아 떨어지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5회까지 앞선 경기서 아직 단 한 번도 패한적이 없다.(5승 무패). 1점차 승부도 모두 이겼다. 팀 평균 자책점은 5.49, 선발 평균 자책점은 6.88로 높은 편이지만 불펜 평균 자책점은 4.14로 안정적이다.
서균은 평균 자책점이 아직 0이고 송은범 1.69, 안영명 2.45, 정우람 2.57, 박상원 3.00 등 수준급 기록을 내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한화는 최근 몇년 간 투수, 특히 불펜 투수 부족에 시달렸다. 그러다보니 특정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운영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올 시즌 이런 분위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용 자원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체제가 갖춰졌다. 분위기가 좋을 수 밖에 없다.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에서 굳이 인상쓰며 끌고가려 하지 않아도 선수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찾아서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총성 없는 전쟁 중"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이제 남은 숙제는 공정성이다.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 해온 것 처럼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 부분만 잘 지켜진다면 한화 불펜 운영은 한 결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총성 없는 전쟁에서 살아남는 선수들이 누가 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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