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진성. 제공|WS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양소영 기자] 배우 양진성(29)은 마방진 그 자체였다. 차갑고 도도할 것만 같았던 그는 탱탱볼처럼 톡톡 튀는 활발한 성격에 순수한 매력을 갖고 있는 마방진과 아주 비슷했다.  

양진성은 최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극본 진수완, 연출 김철규)에서 마방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시카고 타자기’는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유아인 분)와 그의 이름 뒤에 숨은 유령작가이자 진짜유령으로 밝혀진 유진오(고경표 분), 한세주의 첫 번째 팬이자 작가 덕후 전설(임수정 분) 세 남녀가 의문의 오래된 타자기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앤티크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양진성은 최근 진행된 스포티비스타와 인터뷰에서 ‘시카고 타자기’에 대해 “김철규 감독님과 ‘우와한 녀’(2013)에서 같이 작업했는데, 이번에 다시 했다”며 “진수완 작가님은 워낙 핫하고 시대물을 잘 쓰는 분이지 않나. 좋은 배우들과 작가님과 함께 해서 너무 좋았다. 저희 작품이 단순히 재미만 갖고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 의미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영화 같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다들 노력했고, 저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함께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양진성은 ‘시카고 타자기’ 촬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캐스팅됐다. 신인부터 기성 배우까지 많은 이들이 마방진 역에 오디션을 봤다. 최종적으로 양진성이 마방진에게 캐스팅 됐다. 양진성은 “처음에 오디션 보자고 연락이 왔을 때 기대를 안 했다”며 “많은 분들이 마방진 역에 오디션을 보셨고, 그동안 제가 했던 캐릭터와 달랐다. 마방진에 안 된다고 해도 감독님께 인사드리는 겸 배우자는 마음으로 갔다. 감독님이 기존과 다른 감초 역할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함께 하자고 해서 정말 신났다”고 웃음 지었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부담감이 밀려왔다.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 양진성은 “마방진은 드라마 안에서 가장 튀고 극의 흐름과 상관없이 탱탱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였다. ‘시카고 타자기’는 전생과 현생을 오가면서 찬찬히 들여다봐야하는데 제가 오버하지 않고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관계자들도 저에 대해 단발 머리에 드라이까지 된 아나운서 이미지를 많이 떠올렸다. 스스로도 그런 이미지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있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감독님도 ‘너에게 방진이 같은 면이 있다. 네가 갖고 있는 걸 쓰면 돼’라고 말씀 주시고 많이 도와주셨다. 섬세하게 디테일하게 신경 써줬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혹시라도 저의 감정선이 너무 튀지 않도록 이끌어줬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 양진성. 제공|WS엔터테인먼트
양진성은 마방진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패션에도 신경을 썼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연기였다. 전생과 현생을 오가는 ‘시카고 타자기’에서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맛깔 나는 부분을 만들어줘야 했기에 고민을 거듭했다. 양진성은 “언어의 마술사 진수완 작가”의 대본을 보면서 감탄했고, 김철규 PD의 “디테일한 연출”에 도움을 받았다. 여기에 마방진 엄마 왕방울 역의 전수경, 전설 역의 임수정도 힘을 실어줬다.

양진성은 “제가 극중에서 (임)수정 언니를 무시하고 핀잔도 줘야한다. 선배가 영화를 많이 하셨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하셨지 않나. 너무 멀게 느껴져서 걱정했는데 격이 없다. 먼저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셨다. 수정 언니랑 (전)수경 선배는 예전에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서 친하시더라. 현장에서 케미가 좋았다. 애드리브도 끝없이 나오고 현장이 정말 편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양진성은 “언니랑 엄마가 ‘너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다. 저에게 맞춰주고 배려있는 현장이었다. 솔직히 수정 언니가 정말 바빴다. 밤을 새우고 얼마 자지도 못하고 감정 소비도 많은 여기지 않나. 그런데 현장에서 늘 밝은 얼굴을 보여줬다, 정말 멋있다”며 “저는 과장된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수정 선배님 연기 스타일은 담백하면서도 진하지 않나. 그런 걸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기대작이었던 ‘시카고 타자기’는 평균 2%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배우로서 아쉬움도 있었을 터. 양진성은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았을 작품이다. 독립투사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 생각할수록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저에게는 뜻깊은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 함께해서 좋았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서 좋았다. 저에게 새롭고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카고 타자기’가 다룬 일제강점기 청춘들의 모습은 양진성에게 많은 울림을 줬다. “‘시카고 타자기’의 전생이 너무 슬펐다. 대본을 읽으면서도 저도 울었고, 많은 스태프들이 울었다고 하더라”고 밝힌 양진성은 “그분들에게 너무 감사했고, 가족을 위해 행복을 위해 싸우다가 죽임을 당한 그들에게 새삼 고마웠다”고 설명했다.

▲ 양진성. 제공|WS엔터테인먼트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양진성. 그는 배우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갖고 있었지만, 자신이 연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아무것도 몰라서 용기가 났다”는 양진성은 광고 모델을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처음엔 너무나 신나고 즐거웠지만, 슬럼프가 찾아왔다.

양진성은 “하면 할수록 고민이 생겼다”고 밝히며 “제 심장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고 카메라 울렁증도 있었다. 연기를 배운 적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해 보일까봐 고민하고 걱정하고 저를 두려움에 몰아넣었다. 정말 대본을 통째로 외웠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더라. 먹기만 하면 토하고 그랬다. 그런데도 연기를 하고 싶었다. 슬프고 눈물 나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인데 너무 하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양진성은 연기자들과 연출자들이 모여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모임에 가게 됐다. 그 곳에서 조금씩 마음을 가다듬었다. 양진성은 “연기는 하면 할수록 고민이 많아진다. 정답이 없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다. 현장을 가면 즐겁다. 모든 연기자들이 그럴 것”이라며 “현장에 안가면 기운이 없다. 촬영장은 제 삶의 현장”이라며 “서로 호흡을 주고받고 에너지를 나눈다. 한 신을 찍기 위해 배우와 스태프들이 집중한다.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와 기가 어마어마하다. 현장이 너무 좋다”고 고백했다.

많은 사람들이 양진성에게 미술 대신 연기를 택한 것에 아쉽지 않느냐고 묻는다. 양진성은 “미술을 한 게 연기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미술과 연기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그림 그리는 것도 연기도 관찰이 중요하다. 그 사람을 느껴야 하지 않나”며 “올해 서른이 됐다. 일을 더하고 싶다.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인정받고 싶고 알려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알려지지 않으면 기회가 줄어드는 부분도 있죠. 작품이 잘되고 캐릭터가 사랑 받아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어떤 역할이든 주어진 작품 안에서 많이 하고 싶고요. 연기가 좋아요.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카메라 뷰파인더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진심을 담아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밀’이라는 드라마에서 극중 지성 선배의 첫사랑으로 나온 적이 있어요. 오랜 연인이지만 결혼할 수도 없고 떠나야 되는 역할이었어요. 선배님 눈만 보면 눈물이 났어요. 그런 감정을 나누는 게 중요해요. 진짜와 진짜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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