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대립군' 스틸. 제공|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스포티비스타 이은지 기자]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을 소재로 하지만 화려한 전쟁영화는 아니다. 남의 군역을 대신 사는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여진구)의 모습을 통해 진짜 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대립군의 리더 토우(이정재)죽어도 대립질은 끝나지 않는다” “나라의 주인은 바뀌어도 우리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등의 냉정한 말을 쏟아내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대립군을 이끈다. 그러던 중 분조 일행을 함께 여정을 떠난다. 험난한 여정 속 토우가 이끄는 대립군과 광해가 이끄는 분조 일행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누구보다 나약한 세자 광해는 그들 사이에서 스스로 서는 법을 터득한다. 자신에게 처한 상황이 낯설고 무섭고 두렵지만, 용기를 낸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자가 아닌, 두려움을 지닌 자에게서 나온다는 토우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광해와는 다르게 어린, 소년 시절을 그렸다.

영화는 광해와 토우(대립군)의 감정을 따라간다.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한 여정이 아니었지만 점차 서로에게 의지하고 믿음을 준다. 토우는 성군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광해를 보필한다. 대립질로 근근히 살아가는 가족보다 어쩌면 성군이 될지도 모를 광해를 위해 한걸음씩 나아간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칼을 뽑아 든다.

돈이 없어 남의 군역을 대신 사는 대립군과 아버지를 대신해 임시조정을 이끄는 광해는 신분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상황에 처한 인물이다. 자기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살아가는 이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칼을 뽑아든 지점에서 소소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 영화 '대립군' 스틸. 제공|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아역으로 시작한 배우 여진구가 보여주는 뛰어난 감성 연기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이정재의 연기는 일품이다. 이밖에도 김무열, 박원상, 배수빈은 각자의 위치에서 영화의 흐름을 잡아간다. 특히 김무열이 맡은 곡수는 예상 밖의 지점에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다만 감정을 따라가면서 영화적 재미가 반감된다. 임진왜란을 소재에 대한 기대를 채우기에는도 한없이 부족하다. 캐릭터들의 표정과 그들의 감정을 읽기에 러닝타임은 다소 부담스럽고 길다. 지난 31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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