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마스터'에서 메두사 같은 진회장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 제공|CJ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메두사. 배우 이병헌은 영화 마스터속 진회장을 "뱀"이라고 표현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안상구가 여우 같은 곰이었다면, 진회장은 뱀이라고 했다. 메두사의 머리카락처럼 여러 개의 머리가 달린 뱀 말이다. 사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습을 바꾸는 진 회장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이병헌이 마스터에 끌렸던 이유도 이것이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처럼 얼굴을 바꿔가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기상천외한 인물을 따라가는 맛이 있었다. ‘마스터에서 진회장은 의도적으로 변신하고, 자신을 감추고 은폐하기 위해, 혹은 상대를 속이기 위해 다른 인물이 된다.

"원 네트워크 회원들 앞에선 세상 젠틀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이지만, 내 식구들 앞에선 무섭고, 또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야비해지기도 하며, 비굴한 얼굴을 보이기도 한다. 진회장의 진짜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계속해서 달라지기 때문에 몇 개의 얼굴인지 알 수 없다.”

천의 얼굴을 지닌 진회장을 연기하는 게 쉽진 않았다.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출연은 하고 싶은데 인물이 이해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촬영을 하면서가 아닌,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모든 작업은 끝났다.

진회장은 상식의 범주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연기를 하면서 그런 상황을 넣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 후 알면서도 합리화 하려고 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합리화가 아니라,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최악의 죄를 저지른 후에도 그럼 어떻게?’라고 단 몇초만에 합리화 한다. 그래서 진회장이 무서운 것이다.”

다양한 모습을 지닌 진회장을 연기하기 위해 이병헌도 시시각각 변해야 했다. 수많은 원 네트워크 회원들 앞에서 세상 좋은 미소와 거짓 눈물로 연설을 하다가도, 뒤돌아서면 야비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필리핀 스타일의 영어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 이병헌은 변신의 귀재 진회장을 연기하기 위해 필리핀 영어를 배우기도 했다. 제공|CJ 엔터테인먼트

“동남아에서 사업을 하는 후배가 있었다. 영어를 정말 잘 하는데, 동남아 영어를 하더라. 사업상 그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년전 이야기였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고, 진회장이라면 그럴 것 같았다.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주고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변신의 귀재인데 필리핀 영어쯤이야. 하하.”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작품에 출연했을 때 그가 보여준 연기는 큰 화제거리가 아니다. 뛰어난 연기력을 지녔고, 언제나 기대 이상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내부자들에서 안상구가 그랬고, ‘마스터속 진회장도 마찬가지다. ‘연기를 잘 했다는 말이 무의미한 배우가 됐다는 말에 너무 큰 극찬이라고 했다.

극찬의 말이다. 다른 사람이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가는지 잘 몰라서 내가 특별하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영화 속 상황에 들어가거나, 그 분위기 속에 계속 있는 게 쉬울 때도 있고, 촬영장에 갈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 경우도 있다. ‘마스터내부자들같은 경우는 현대물이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캐릭터 자체를 연기하는 게 재미있고 신나서 했다. ‘악마를 보았다가 후자에 해당된다.”

한 캐릭터에 빠져든 후 다른 캐릭터로 넘어가는 건 어려울까. 쉼 없이 연기를 하고 할리우드 작품에도 출연하는 이병헌이기에 더욱 궁금했다. 빠르게 적응해야 욕심껏, 원하는 만큼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는 속도는 잘 모르겠지만, 어렵진 않다. 그런데 내부자들은 끝나고 사투리가 튀어 나오더라. ‘마스터촬영할 때도 감독님이 자꾸 다시 가자고 하더라.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사투리 때문이라고 해 여러 번 다시 간 경우가 있다. 하하.”

▲ 연말 시상식 상은 배우로 살면서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한 이병헌. 제공|CJ 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상에 대한 무게는 어떨까. 최근 영화 내부자들 7수만에 지난달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터라 더욱 궁금했다. 이병헌에게 상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지.

내 일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이고,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상이 지닌 무게도 있다. 털어 버리려고 한다. 무게를 느끼는 순간, 내면이 굳어가는 것 같고, 책임감과 무게감을 늘리고 싶진 않다. 생각의 자유로움, 표현의 자유에 있어 어딘가 모르게 결박 당하는 느낌이 있다. 그런 것들에서 약간 자유로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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