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가지 눈빛을 지닌, 눈빛이 매력적인 배우 변요한. 사진|한희재 기자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변요한의 눈빛은 묘하다. 서글서글하고 선하면서 그 안에는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상처가 담겨 있다. 간혹 반짝이는 눈은, 그 상처를 감추지 위한 위장술 같다. 장난기를 가득 머금고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잠시 잠깐 스치는 슬픔은 모성애를 자극한다.

물론 이런 변요한의 눈빛은 계산된 것이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에서 과거의 수현을 표현하기 위해 계산된 눈빛이다. 이 눈빛은 30년 후, 그러니까 현재의 수현(김윤석)과 닮아 있다. 조금 변한 것은 있다. 삶의 고단함이 담겨 있다는 것.

변요한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김윤석과 2 1역을 연기했다. 한 배우가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1 2역만큼 어려운 것이 두 배우가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2 1역이다. 3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은 한 사람이지만, 그 안에 세월의 변화를 담아내야 한다. 두 배우의 호흡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고,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면 캐릭터는 중심을 잃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 대놓고 관찰하고 따라하려다 보면 연기가 인위적이고, 뻣뻣해진다. 그냥 지켜봤다. 김윤석 선배가 걸어가시는 모습부터 감독님이 을 외친 후 서 계시는 모습, 담배를 피우는 모습 등을 지켜봤다. 디테일한 부분을 관찰했고, 조금씩 변형시켰다. 작은 부분부터 쌓아갔다.”

닮기 위해 조금씩 노력했고, 어느 순간 교감했다. 외모나 행동이 닮은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은 정서적인 교감이었다. 김윤석도 인터뷰를 통해 어느 순간 변요한을 보니 눈빛이 나와 닮아 있더라고 촬영 당시 겪었던 교감의 순간을 말하기도 했다. 변요한도 마찬가지였다.

본질은 연아에 대한 마음이다. 말이나 표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행동은 한계가 있었다. 눈빛이 닮아 보였다는 건 간절함인 것 같다. 30년 후 수현의 눈을 봤을 때 그 눈에서 나오는 간절함 때문에 눈빛이 닮아 보였던 지점이라 생각한다.”

▲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김윤석과 2인 1역을 맡은 배우 변요한. 사진|한희재 기자

변요한이 처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접한 것은 소설로였다. 군 복무시절, 소설을 읽었고 신선함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났고, 기억에서 잊혀질 때쯤 시나리오를 받아봤다. 읽다보니 낯이 익었고, 같은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후 홍지영 감독을 만났다.

감독님을 만나서 아무 말 없이 식사를 했다. 많은 대화가 없었다. 나는 그 분위기가 좋았다. 말 없이 확답을 주신 것 같았다. 소설 속 담긴 관계와 원작자인 기욤 뮈소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물으셨고, 내가 느낀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답했다. 그 답이 마음에 드셔서 함께 작업을 하신 것 같다.”

좋은 작품이었고, 참여하게 됐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2 1역도 어려웠지만, 원작이 소설이라는 점도 어렵기만 했다. 혼자만의 해석일 수도 있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지점이었다. 지인들에게 소설을 추천했고, 다 읽은 뒤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저마다 해석은 달랐지만, 작품 속 본질은 같다는 것을 느낀 후 조금씩 편해졌다.

소중한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시작은 소중함을 연기하는 것. 소중함을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 후 생각한 것이 연아와의 관계였다. 그 관계가 가장 중요했고, 연아는 수현에게 어떤 존재인지, 수현은 연아에게 어떤 존재일지 등 다양한 감정을 생각했다.”

연아와의 관계, 현재 수현과의 닮은 점. 나머지는 현재 수현과 다른 점이었다. 같지만 다른 사람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비슷하지만 세월이 쌓이면서 달라지는 부분이 존재했다. 변요한이 느낀 것은 외로움과 청년, 아픔이었다.

“30년 후 수현은 덤덤하고 여유가 있다. 내가 연기한 30년 전 수현은 특별한 삶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픔이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의 모습이다. 그리고 20~30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외로움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 변요한은 30년 후엔 좋은 가장이 돼 있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한희재 기자

30년 후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영화의 설정으로 인해 어쩌면 변요한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일 수도 있다.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는지, 혹은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아직 30대인 변요한의 과거보다는 미래가 궁금했다. 스스로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좋은 가장이 되고 싶다. 지금은 청년이고 젊은 사람이기 때문에 일을 하고 산다. 아직 배우가 안됐다고 생각하기에 배우가 되고 싶고,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괴롭히며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이렇게 살다보면 연기도 못하고 재미도 없을 것 같다. 좋은 가장이 되고 싶고, ‘배우라는 수식어가 뒤로 붙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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