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김윤석은 감정 이입이 잘 돼 편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 김윤석이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 시나리오를 통해 접한 현재의 수현은 쓸쓸했다. 중년의 나이였고, 외롭게 살아온 남자, 딸은 있지만 방학 때만 함께 보냈고, 아내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만날 수 없다. 수현의 이야기를 읽고 난 후 쓸쓸한 뒷모습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김윤석이 해 온 캐릭터와 비교한다면 수현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낮에는 소아외과 의사로 일하고 퇴근 후 된장찌개를 끓여 딸과 함께 식사를 한다. 소소한 일상에 행복을 느끼는 그런 평범한 남자다.

현재의 수현은 나와 비슷한 나이다. 나도 딸이 있고, 수현도 딸을 키운다. 감정 이입이 잘 됐다. 내가 연기했던 강한 캐릭터는 일반인의 모습이 아니다. 특수한 상황에 사는 사람들이다. 수현은 소아외과 의사고, 딸이 있다.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편안하게 연기했다.”

알려진대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기욤 뮈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과거로 돌아가는 신비한 알약 10개를 얻은 한 남자가 과거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미 탄탄한 구조로 완성 돼 있었고, 홍지영 감독의 각색이 들어갔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시나리오에 자연스럽게 매료됐다.

어떤 작품은 초반부가 좋고, 또 어떤 작품은 후반부가 좋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았다. 기승전결의 배분이 잘 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타임슬립이 흔하다고 하지만 나에겐 흔하지 않았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점이 좋았고, 독특한 소재에 전복되지 않고, 캐릭터와 드라마에 승부를 거는 것이 좋았다.”

▲ 김윤석은 2인 1역으로 나선 변요한과 자신의 눈빛이 닮은 순간을 봤다고 했다. 사진|곽혜미 기자

수현은 알약을 삼키고 잠이 든 후 30년 전 자신을 만난다. 과거 수현은 변요한이다. 이마에 있는 작은 상처부터 헤어 스타일과 담배를 피우는 습관까지 많은 부분을 신경썼다. 21역이기에 마주 본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느껴져야 했다. 외적인 부분만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변요한의 눈빛에서 자신을 봤다고 했다.

비슷한지 잘 몰랐다. 어느 순간 보니 눈빛이 나와 비슷하더라. 그냥 나 혼자만 느끼고 주변에는 말을 안했는데, 현장에서 사람들이 눈빛이 닮아간다는 이야기를 했다. 눈빛에 애잔한 느낌이 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판타지가 가미된 멜로다. 액션부터 멜로까지 다양한 작품을 하는 김윤석은 멜로 연기는 액션 연기보다 치열하다고 했다. 행동으로 보이는 액션과는 달리 감정적인 교감을 해야 했다.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관객들과 배우가 교감이 이뤄지는 찬란한 순간이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중년의 멜로를 그렸다. 김윤석이 보여준  중년의 멜로는 20대의 말랑말랑한 멜로와는 또 달랐다.

어떻게 보면 멜로 연기가 가장 치열한 싸움이다. 절제 등 계산이 있어야 한다. 영화에서 그려진 중년의 멜로는 또 다르다. ‘사랑한다!’고 한번 지르고 나면 끝날 수 있는데, 중년의 사랑은 좀 다르다. 마음의 문을 잘 열지 않고, 서로에게 조심스럽다. 상처를 받으려고도,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세밀하게 그려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렵지만, 또 재미가 있다.”

▲ 김윤석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곽혜미 기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김윤석에게 조금 특별해 보였다. 꾸준히 연기자로 살고 있고, 중년에 접어든 시점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에 출연했다. ‘오래된 양복 주머니 속에 담겨 있는그런 작품이라고 했다. 또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오래된 양복을 입었는데, 주머니에 5천원, 만원이 들어 있을 때가 있다. 아무 것도 없으면 좀 허망하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다. 흥행도 좋지만, 주머니에 넣었을 때 잡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1천만 관객이 들어도 두 달 정도만 지나면 기억이 나지 않는 작품도 있다. 오랜 세월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고 싶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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