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술남녀'에서 박하선은 가녀린 듯 강단 있는 박하나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사진|한희재 기자

[스포티비스타=장우영 기자] 잡아놓은 드라마와 영화 출연이 무산되고, 매니저를 사칭한 사기꾼 때문에 두 편의 작품을 놓쳤다. 여기에 광고 출연료까지 못 받는 일이 생기면서 힘든 시기가 계속됐다. 지난 2년간 박하선(29)에게 있었던 일이다. 연기에서는 공백기, 인생에서는 암흑기를 보낸 박하선은 오히려 이 시간이 있어서 모든 게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하선은 지난 2014년 방송된 SBS ‘유혹’ 이후 별다른 활동 없이 2년을 보냈다.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로 다시 기지개를 펴는 듯했지만 작품 활동은 없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티비스타와 인터뷰에서 박하선은 “(당시에는) 휴식 없이 일을 해오면서 쉬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배부른 소리였다. 준비도 됐고, 상태도 좋았지만 본의 아니게 2년을 쉬었다. 마치 아홉수인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암흑기로 불릴 수 있는 공백기였지만 박하선은 그 시간 동안 자신이 했던 연기를 다시 보고 반성하며 소중함을 생각했다. 그는 “그 시간이 있어서 모든 일에 감사하게 됐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당시를 떠올리며 나를 다독인다. 공백기가 없었으면 몰랐을 것 같다. 모든 말이 감사하다. 철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2년을 보낸 박하선은 ‘혼술남녀’ 박하나를 만났다. 박하나는 노량진에 갓 입성한 햇병아리 강사로, 어설픈 스펙으로 늘 무시당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는 밝은 캐릭터다. ‘노그래(노량진 장그래)’라고 불릴 정도로 직장인들의 삶과 애환이 캐릭터 속에 녹아있었다.

박하선이 ‘혼술남녀’를 만난 건 운명이었다. 첫 회부터 화끈하게 망가진 박하선은 MBC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활약했던 만큼의 관심을 받았다. 박하선은 “무서웠고 걱정도 많았다. 복귀하는 데 의미를 두고 발연기 소리 듣지 말자고 목표를 잡았다. 욕심을 많이 내지 않았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는 소감을 전했다.

‘혼술남녀’는 박하선을 위한 맞춤옷이었다. 매 순간 절실해야 했던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표현해내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직장인들의 삶과 애환을 잘 녹여내 크고 작은 울림을, 물 오른 코믹 연기로는 웃음을 줬다. 웃음과 감동 코드를 모두 잡은 박하선은 ‘혼술남녀’로 인생캐릭터를 새로 만들었다.

▲ '혼술남녀' 박하나 역으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든 박하선. 사진|한희재 기자

박하선은 “정극 이미지가 ‘하이킥’과 ‘음치클리닉’을 하면서 없어져 ‘투윅스’, ‘쓰리 데이즈’로 다시 찾고자 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2년을) 쉬게 되면서 ‘내가 재밌어야 시청자들도 재밌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일상연기를 하라는 의미에서 2년을 쉬게 된 것 같다”고 박하나를 만난 소감을 전했다.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박하선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2년 공백기를 가지면서) 더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더 망가질 수 있었다. (찰영)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더 할 수 있겠더라. 시즌2를 하면 다 던져서 하고 싶다. 더 망가지고 싶다”고 시즌2 출연을 희망했다.

어둠(공백기)을 겪었기 때문에 빛(복귀)이 소중한 것을 깨달았다. 2년이라는 공백기는 박하선에게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은 시간이었다. 서른 즈음에 제2의 전성기 문 앞에 선 박하선. 그가 그려낼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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