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영화는 어린 아이들의 시선에서 시작한다. 화노도로 이사를 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조금은 독특한 아이 수린과 그런 수린을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주는 성민은 우정과 사랑, 연민
사이에서 묘한 감정을 주고 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수린과 성민, 또 다른 친구들은 공사장 발파 현장 구경을
갔다가 뜻밖의 사고를 당하고, 살아 돌아온 아이는 수린 뿐. 다른
아이들은 모두 실종된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수린에게 다가온 이가 있었으니, 자신을 성민이라고 말하는 어른이었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었다. 수린 역시 처음에는 성민을 믿지 않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줬고, 성민임을 확신한다. 가장 순수한 믿음, 영화는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엄태화 감독이 이야기 하고 싶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그것'은 성민과 수린 사이에 존재하는 믿음인
셈이다,
‘가려진 시간’은 판타지
영화로 가장 기대를 모은 것은 비주얼이다. 연출을 맡은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연출부를 거쳐 단편영화 ‘숲’으로 2012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 호평으로 대상을 수상한 감독이다.
여기에 강동원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인다. 어린 아이에서 훌쩍 자란
성민 역을 맡은 강동원은 시, 공간이 뒤틀린 멈춰버린 세상 속 갖혀 지내는 성민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언젠간 살던 세상을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모습부터, 좌절, 절망, 불안까지 변화하는 감정을 관객들이 공감 할 수 있도록 잘
풀어냈다.
신인 신은수도 눈여겨 볼 만하다. 첫 연기였지만, 안정적으로 극의 흐름에 잘 따라갔다. 아이들과 함께 떠났다가 자신만
돌아온 수린의 죄책감과 불안한 감정 등을 흔들리는 눈빛과 표정으로 잘 표현했으며, 강동원과의 호흡에서도
밀리지 않은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가려진 시간'은 의문의
실종사건 후, 시공간이 멈춘 세계에 갇혀 홀로 어른이 돼 돌아온 성민(강동원
분)과 그의 말을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는 16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