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 감독 아래에서 프로 초창기를 보낸 민병헌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성장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건일 기자] 15일 롯데가 훈련하고 있는 대만 가오슝에서 만난 민병헌(32)은 김경문 감독의 이름을 꺼내자 생각에 잠겼다.

잠시 뒤 "내가 좋은 자리에 올라갔을 때 감독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민병헌은 6년 연속 3할,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돌파한 국가 대표 외야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4년 80억 원에 대형 FA 계약을 맺으며 정상급 선수 반열에 올라섰다.

민병헌을 프로에서 처음 받아들인 감독이 김경문 감독이다. 민병헌은 2006년 두산에 입단하면서 당시 두산을 이끌고 있었던 김 감독을 처음 만났다. 김 감독은 강한 어깨와 빠른 발 그리고 근성을 갖춘 민병헌을 눈에 넣었다. 김 감독의 지원 아래 쑥쑥 자란 민병헌은 2007년 30도루로 이종욱 고영민과 함께 두산 육상부를 이끌었으며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아 베이징올림픽 예선전 대표팀에 선발됐다.

승승장구하던 민병헌이 2012년 제대하고 두산에 돌아오고 나니 김 감독이 팀에 없었다. 2011년 6월 김 감독은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경찰청에 있었던 민병헌은 은사의 갑작스러운 작별 인사에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민병헌은 김 감독과 함께한 순간을 떠올리며 "너무 고마우신 분이다. 철딱서니 없었던 나를 키워주셨다.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언젠간 내가 좋은 자리에 올라갔을 때 감독님에게 꼭 죄송한 마음과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자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자 김 감독도 박수를 쳤다. 2014년 NC를 지휘하면서 두산과 민병헌을 적으로 만났을 때 김 감독은 "민병헌이 경찰청에서 많이 준비하고 노력했다. 노력이 있으니 잘하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자진 사임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 내부 사정에 따른 경질이라는 등 무수한 잡음이 나왔다. 손시헌 이종욱 등 김 감독을 따르던 선수들은 허탈해했다. 다른 팀에 있었던 민병헌도 같은 마음이었다. 민병헌은 "감독님이 사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도 마음이 아팠다. 상심이 크신 것 같았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달 28일 선동열 전 감독 후임으로 한국 야구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오는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부터 대표팀을 지휘한다. 민병헌은 김 감독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이제 대표 팀은 내가 아닌 후배들 자리"라면서도 "프리미어12를 갈 수 있다면 가장 좋다. 언젠간 기회가 된다면 꼭 감독님을 돕고 싶었다.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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