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수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내 경험으로 쉽지 않은 올 시즌을 치를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가 간절하고 이렇게 위기 의식을 느낀 적이 없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진행한 K리그 전지훈련 인터뷰에서 뜻밖의 발언을 했다. 대체로 새 시즌에 대한 희망과 긍정을 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분위기에서 '위기론'을 말했다. 인터뷰에 임하는 최 감독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소통이 잘 됐던 것 같다. 내가 (새로) 여기 온 후 뭔가 약간 닫혀있는 듯한 느낌이다. 서울의 내부 문화와 정서가 상당히 오픈돼 있었고 진취적이었고 가족같았다. 정말 여기를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약간 정적으로 피동적인 팀 분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팀이 잘 되기 위해서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던 최 감독은, 현재 구단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몇몇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생각을 우회적으로 표현했고, 급기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인터뷰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 미진한 전력 보강, 무기 없이 전장에 나서야 하는 최용수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서울에 헌신한 최 감독은 서울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큰 인물이다. 그런 최 감독이 최근 공개적으로 팀을 성토하고 있는 모습은 분명 이례적이다.

최 감독이 가진 불만의 근원은 선수 영입 과정에서 구단의 미진한 움직임이다. 최 감독은 팀이 강등 위기로 몰린 2018시즌 후반기에 부임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떨어진 팀을 가까스로 잔류시켰다. 

2019 시즌 서울을 부활시키고 싶다는 일념을 가졌던 최 감독은 보강을 원하는 포지션과 선수를 요청했다. 원하는 모든 선수를 데려올 수 없지만 적지 않은 선수를 내보내며 확실한 선수로 효율적인 투자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 감독이 서울 지휘봉을 다시 잡기로 생각한 이유는 팀을 재건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막상 2019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 최 감독은 그에 준하는 지원과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미드필더 알리바예프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으나 마티치와 에반드로, 두 명의 외국인 공격수를 정리하고 새 선수를 영입하자는 요청은 성사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마티치와 계약을 해지하고 페시치를 영입했으나 리그 개막 2주를 앞둔 시점에야 합류했다. 에반드로의 상황은 제자리 걸음이다.

▲ 최용수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캐스트 캡처


◆ 긴축재정 펴는 서울, 서울은 왜 돈이 없나

김보경(가시와→울산 임대), 한승규(울산→전북 이적) 등과 영입 협상이 지체되다 틀어졌다. K리그 임대 복귀를 추진한 윤일록도 제주 유나이티드로 임대 이적했다. 윤일록은 당초 우선협상 대상자인 친정팀 서울 측에 K리그 복귀 의사를 전했다. 서울이 반응을 보이지 않아 제주로 향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서울이 이적 시장에서 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가 현 서울 집행부의 경영 방향에 있다고 설명한다. 전력 보강을 통해 성적을 내기보다 흑자 경영을 성과로 여기고 이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관계자들 사이에 나왔다. 서울 구단은 "서울 뿐 아니라 어떤 기업 구단도 스포츠단을 흑자를 운영 목표로 바라보지 않는다. 효율적으로 쓰고자 하는 것"이라며 흑자 경영이 목표라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서울은 유례없는 수준의 긴축재정을 펴고 있다고 알려졌다. 축구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선수단 전지훈련 기간 소고기를 먹기 위해 회식비 품의서를 올린 것도 절약하라는 이유로 반려되는 일까지 발생했다는 얘기도 있더라"고 했다. 

서울 구단은 이에 대해 "우리는 그런 적이 없다. 그러려면 전지훈련을 위해 괌과 가고시마를 가겠나. 국내에서 전지훈련를 하는 구단도 있다. 그런 점에서 고기 비용 문제는 맥락이 맞지 않는다. 선수 지원에 대한 부분은 부족하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서울은 지난해 말 유소년 육성과 더불어 일반 팬층을 확대하기 위해 진행해온 '퓨처 오브 서울(FOS)' 어린이 축구교실도 규모를 4분의 1로 줄였다. 참여해온 학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FOS 운영비가 적지 않아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최근 K리그의 위기론이 '슈퍼매치'를 중심으로 흥행을 주도해온 수도권 빅클럽 FC서울과 수원삼성의 부진과 투자 위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서울은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GS그룹 차원의 지원은 유지되고 있으나 자체 수익이 급감했다. 구체적으로는 선수 이적을 통해 거둬오던 수익이다. 지난 2년 간의 부진과 실패 속에 전력과 성적이 떨어진 것은 물론 이적 시장에서의 수익도 크게 줄었다. 

과거 서울은 수도라는 연고지 프리미엄으로 선수 영입에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꾸준히 나서던 팀이라는 점도 이점이었다. 이적 시장 관계자는 최근 선수들이 굳이 서울 거주를 선호하지 않고, 조건을 우선시하면서 서울의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전한다. 서울의 성적이 떨어지며 우승이나 AFC 챔피언스리그라는 야망의 이점도 사라졌다. 안팎의 상황이 달라진 가운데 서울은 전력 강화에 실패했다.

이재호 서울 운영팀장은 "어떤 구단도 돈 막 쓰고자 하지 않는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검토한 것이지 돈을 무조건 안쓰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 멀리보는 서울, 발등에 불이 떨어진 최용수

현 서울 집행부는 당장 성적 반전을 이루기보다 2020 시즌까지 장기적 관점으로 팀을 개선해 재정과 성적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문제는 2018 시즌에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하며 관중이 급감했고, 자유계약 선수 등을 대대적으로 정리한 뒤 대체 영입이 이뤄지지 않아 전력 누수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지난 1월 괌 전지훈련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다가 쓰러지기도 했다. (구단은 사실을 부인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하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진 최 감독은, 2019시즌 팀 성적의 책임을 최전선에서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페시치 영입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현재 서울이 구축한 전력은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는커녕 상위 스플릿 진입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축구인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대대적인 영입 행보와 비교하며 서울이 2019 시즌에도 강등권에서 경쟁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속을 끓이던 최 감독은 연맹 인터뷰에서 "내가 내년까지 임기인데 내년까지 성적, 결과를 이끌어낼건지 명확한 구단의 목표 설정, 비전을 제시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팬들도 서울 집행부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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