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새 주장이 된 김현수가 스프링캠프에 앞서 잠실구장 관중석에 앉아 SPOTV 스포츠타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이재국 기자] '타격 기계'라고 한다. 쉼 없는 안타 생산에 통산타율은 0.323이다. '식은 죽 먹기'로 3할을 치는 그를 두고 혹자는 "천부적인 타격 본능을 타고났다"고도 말하지만, 신고선수(현 육성선수) 출신으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선수가 되기까지 그가 흘린 땀과 눈물의 양을 아는 이는 드물다.

김현수(31). 특유의 친화력과 열정까지 더해져 LG 유니폼을 입은 지 1년 만에 쌍둥이 군단의 캡틴 자리를 꿰찼다. 후배들을 향한 아낌없는 조언과 거침없는 잔소리로 ‘프로 잔소리꾼'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지만, 그는 멈출 생각이 없다. 김현수는 SPOTV 스포츠타임과 인터뷰에서 "내가 잔소리를 안 하게끔 하면 된다"며 웃었다.

▲ LG 김현수 ⓒ스포티비뉴스
#1. 어부지리 타격왕? 아쉬운 2018시즌

그는 지난해 9월 4일 수원 kt전에서 수비를 하다 발목을 다치고 말았다.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뒤 재개된 KBO리그 첫 경기. 그렇게 허망하게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의 부재 속에 5강싸움을 하던 LG의 순위도 추락했다. 가을야구도 물거품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0.362(453타수 164안타)의 고타율로 두산 시절이던 2008년 이후 10년 만에 타격왕에 올랐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쉬웠다. (가을야구에) 못 나가더라도 같이 뛰고 못 나갔어야하는데 그런 게 아니다보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여기에 '어부지리 타격왕'이라고 연일 도를 넘는 조롱을 이어간 모 언론사 기사로 인해 그의 마음에도 큰 상처가 났다. "다쳐서 끝까지 나가지 못해서 아쉬웠다. (타격왕을) 주워 먹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끝까지 나가서 타격왕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일부러 안 나가는 것처럼 보이니까 조금 마음이 안 좋더라. 상을 받을 때도 '내가 받는 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고 '차라리 안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어쨌든 지난해 김현수의 가세 속에 '물방망이'로 전락했던 LG 팀 타선이 깨어난 것만은 사실이다. 0.293의 팀타율로 3위에 올랐다. 2017년 7위(0.281)에서 4계단 상승했다. 팀홈런도 2017년 110개로 꼴찌였지만 지난해엔 148개로 8위로 올랐다. 전적으로 김현수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팀 타선 전체를 일깨운 김현수의 영향이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

이에 대해 김현수는 "아니아니 전혀 없었고"라며 손사래를 치더니 "신경식 코치님과 이병규 코치님이 정말 맞춤식 대화를 많이 해주셨다. 선수들이 자기 역량을 잘 발휘했다고 생각한다"고 다른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이내 "그렇게 됐어도 결국엔 우리가 가을야구를 못했기 때문에 팀타격 기록이 수치상으로는 올랐겠지만 팀으로서는 어떤 방향이든 마이너스라고 본다. 무조건 팀성적이 올라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재차 아쉬움을 드러냈다.

비시즌에 재활훈련을 충실히 한 결과 현재 발목상태는 "이상무"다. "가끔씩 안 나오는 자세가 있긴 하지만 그런 것은 운동을 해가면서 풀어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 상태는 괜찮다고 볼 수 있다. 안 아프고 좋다"며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자가진단을 내렸다. LG에겐 희망적인 뉴스다.

▲ LG 김현수가 스포츠타임과 인터뷰를 하면서 웃고 있다. ⓒ스포츠타임 영상 캡처
#2. 잔소리 그리고 LG의 캡틴

LG 유니폼을 입은 지 1년. 그런데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류중일 감독이 그에게 주장 자리를 맡겼다. 특별한 사례다. 김현수는 그 과정에 대해 "류중일 감독님이 '니 할래? 니 해라'라고 말씀하셔서 '네'라고 대답했다. '하기 싫어?라고 묻길래 '아닙니다' 했다. 그 다음엔 특별한 말씀이 없으셨다"며 웃었다. 류 감독이 별도의 당부를 한 것도 없었다. 단숨에 선수단을 이끌 적임자로 본 것이다.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현수는 "LG에 온 지 1년밖에 안 돼가지고 선수들과 잘 통할지 모르겠다. 내가 리더십이나 선수들을 끌고 가는 느낌의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이 많이 피곤할 것 같다"며 웃더니 "내가 팀에 녹아들었다기보다는 선수들이 많이 도와줬다. (채)은성이나 (양)석환이, (서)상우 등 모든 선수들이 도와줬다. 용택이 형도 많이 도와주셨다. 내가 팀에 녹아들었다는 표현보다는 LG 선수들이 날 잘 받아줬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현수는 LG에서 '프로 잔소리꾼'이 됐다. 새로운 팀에서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덕아웃에서, 그라운드에서, 후배들을 독려했다. "후배들에게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소문이 났다"는 질문에 그는 "모르겠다. 내 스타일인 것 같다. 성격이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니다"면서 "내가 잔소리를 안 하게끔 하면 되잖아"라며 웃었다.

선수들은 '잔소리'라고 하지만 실상은 조언이다. 먼저 나서서 자신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후배들이 태만해지거나 지적할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얘기를 한다. 그게 잔소리라면 잔소리지만, 그 잔소리를 듣고 LG 내에서 각성한 선수도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채은성이다. 지난해 타율 0.331에 25홈런, 119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의 중심세력으로 완전히 도약했다. 특히 119타점은 LG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타점 신기록이었다. 채은성도 김현수처럼 신고선수(2009년)로 입단해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경기가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1,3루 상황 LG 박용택이 1타점 적시타 때 1루 주자 김현수가 3루에 슬라이딩하고 있다.
김현수는 ‘잔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 선수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아무래도 은성이일 것이다. 같이 운동을 많이 하니까. (공을) 잡을 수 있는 것 같은데 못 잡으면 계속 뭐라고 했다. 빨리 뛰라고, 맞춰가지 말라고 잔소리를 많이 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잘할 선수니까 잘 한 거고, 운동도 은성이가 같이 하자고 했지, 내가 같이 하자고 한 것도 없다. 열심히 노력하는 그런 자세만 안 변하면 계속 잘할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주장으로서 어떤 부분을 신경 쓸까. 그는 "리더십이라기보다는 그냥 중간역할? 소통? 이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불만을 프런트에 얘기할 수 있고, 프런트의 불만을 선수단에 잘 전달하겠다"고 간략하게 얘기했다.

이제 분명 LG 소속이다. 그러나 2006년 두산에 입단해 2015년까지 10년을 함께한 친정팀 두산을 바라보는 기분은 또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맞은 편 덕아웃을 쓰고, 맞은 편 관중석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

그는 "(두산을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도 있고, 이것저것 생각은 좀 많이 드는데, 내가 만날 그런 얘기 하니까 '그만 좀 질척대라'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갈 때 '고맙다'는 말 제대로 못하고 간 것 같아서 계속 질척댄 것 같다. (두산팬들도) 많이 응원해주셨는데 '돌아오겠다'는 약속 못 지켜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더 질척댄 것도 있는 것 같다"면서 "올해까지만 질척대고 잘 잊어보도록 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 LG 김현수(오른쪽)가 스포티비뉴스 이재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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