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세의 나이에 여전한 위력을 과시한 구대성 질롱코리아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 역사의 전설인 구대성(50) 질롱코리아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투수교체 때문이 아니었다. 어려운 팀 사정에 등판을 자청해 ‘실전’을 치렀다. 그럼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전설의 위엄을 뽐냈다.

호주프로야구리그 소속 질롱코리아는 19일 호주 질롱베이스볼센터에서 열린 브리즈번과의 ‘18-19 호주프로야구리그(ABL)’ 최종 10라운드 3차전에서 2-9로 졌다. 또 한 번의 아쉬운 패배였지만 팬들에게는 볼거리가 있었다. 바로 9회였다. 질롱코리아의 세 번째 투수로 구대성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구 감독의 등판은 사실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감독으로 준비할 시간이 많이 있을 리도 만무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던질 투수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감독까지 비상대기한 것이다. 구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질롱코리아 관계자를 통해 “부상 투수가 너무 많다. 내일도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투수를 아끼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고 불가피한 사정을 설명했다.

구 감독은 만 50세, 우리 나이로 51세다. 호주프로야구리그의 만만치 않은 수준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구 감독은 우려를 지웠다. 안타와 볼넷을 각각 하나씩 내줬으나 1사 1,2루 위기를 잘 정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정리했다.

일회성 등판이었지만 구 감독의 승부사 기질은 여전했다. 팬서비스 측면도 있었다고 밝힌 구 감독은 “오래간만의 등판이라 쉽지 않았다. 거의 패스트볼만 던졌다. 슬라이더·체인지업·커브는 1개씩만 던졌다”면서 “구속이 예전 같지 않다. 코너워크에 집중했다”고 투구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구 감독의 등판은 2014-2015시즌 이후 처음이다. 당시 시드니 소속이었던 구 감독은 1월 24일 캔버라전 이후 실전이 없었다. 사회인야구에서 공을 던지기는 했지만 프로는 엄연히 다른 무대였다. 이런 구 감독이 이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자 경기장에는 박수가 쏟아졌다. 

구 감독도 모자를 벗어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구 감독은 “팬들이 크게 환호해주시더라. 응원 소리가 크게 들리고, 내 이름이 불리니 나도 모르게 모자를 벗어 감사 인사를 한 것 같다”고 멋쩍어했다.

구 감독은 시드니에서 뛸 당시 “50세까지 공을 던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구 감독도 이날 경기 후 “욕심이 있었는데 그동안 허리가 좋지 않아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뜻하지 않게 기록을 세웠다”고 웃었다. 다만 앞으로의 등판 계획은 없다. 질롱코리아의 시즌은 20일 끝난다. 어쩌면 이날 등판은 구 감독의 진짜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모른다.

자신을 둘러싼 화제보다는 팀을 더 생각하는 구 감독이다. 좋지 않은 성적에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책임감도 느낀다. 구 감독은 “질롱코리아의 성적이 좋지 않다”고 말문을 열면서도 “그런데도 이렇게 질롱코리아를 응원해주시는 교민과 현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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