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룬 출신 난민 복서 이흑산(왼쪽)과 이중경은 티에이피 복싱 체육관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이다. 종합격투기 파이터로 격투계에 입문한 이중경이 복싱으로 진로를 튼 뒤 동양 챔피언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 TFC 제공
[스포티비뉴스=화곡동, 박대현 기자] MMA 파이터 출신 복서가 동양 챔피언에 올랐다.

이중경(31, T.A.P)은 지난해 1월 프로 복싱에 늦깎이 데뷔했다. 타격 재능을 조금 더 살릴 수 있는 분야로 진로를 틀었다. 선택은 탁월했다.

입문 3개월 만에 정상을 밟았다. 한국 슈퍼웰터급 챔피언에 이름을 새겼다. 통산 전적은 6승 1무 2패.

타이틀 도전에는 천운도 따랐다. 현재 OPBF 슈퍼웰터급 챔프는 공석이다.

전 챔피언 이노우에 다케시가 타이틀을 반납하고 WBO 세계 타이틀에 도전하면서, 이중경에게 데뷔 2년 만에 기회가 왔다.

백전노장 베테랑을 파트너로 맞았다. 사무엘 콜롬반(34, 호주)은 OPBF 랭킹 2위다. 이중경보다 9계단 높다.

36전 25승 1무 10패로 경험이 풍부하다. 바지런히 스텝을 밟으면서 링을 넓게 쓰는 타입. 자기 리듬을 찾는 순간 매서운 경기력을 발휘하는 복서다.

경기 종료 공이 울렸을 때, 웃은 이는 이중경이었다. 무려 5년 5개월 만에 한국에서 열린 프로 복싱 OPBF 동양 타이틀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9일 서울 화곡동 KBS아레나에서 열린 복싱·종합격투기 컬래버레이션 대회 어나힐레이션 1 콜롬반과 OPBF 슈터웰터급 타이틀전에서 7라운드 2분 42초 KO승을 거뒀다.

사우스포와 오소독스 맞대결. 왼손잡이인 이중경이 오른손 잽을 툭툭 던지며 자기 거리를 찾아갔다. 1라운드 1분께 날카로운 왼손 스트레이트를 상대 턱에 꽂았다.

허나 콜롬반 주먹도 만만찮았다. 강력한 훅이 연이어 이중경 얼굴에 꽂혔다.

위기는 계속됐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리듬을 찾는 쪽은 콜롬반이었다. 3라운드 1분 20초, 4라운드 막판, 5라운드 50초쯤에 힘 실린 연타를 얻어맞았다.

특유의 변칙 리듬에 이중경이 고전했다. 얼핏 보면 마구잡이로 주먹을 뻗는 듯보였다. 높게 올렸던 가드를 내려도 보고,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등 여러 수(手)를 강구했지만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수비가 흔들리니 공격도 덩달아 꼬였다. 자신 있게 안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5라운드 중반 '붕붕 훅'을 날리자 세컨드에서 "하지 말라고!"를 외치는 소리가 반복됐다.

경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조금씩 주먹이 꽂히기 시작했다. 콜롬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어깨 흔들고 원투, 스텝을 상대 왼쪽 깊숙이 넣으며 때리는 왼손 훅이 시나브로 효과를 봤다. 

마침내 역전 발판을 마련했다. 7라운드 2분 40초께 왼손 스트레이트가 정통으로 들어갔다. 콜롬반이 고목나무 쓰러지듯 고꾸라졌다. 

여섯까지 숫자를 세던 레프리가 두 손을 흔들었다. 경기 스톱 신호였다. 종합격투기 출신 파이터가 복싱 동양 챔피언으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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