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극한직업'의 류승룡. 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벌써 '류승룡(49)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제작 어바웃필름) 이야기다.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에 놓인 마약반 형사 5인방이 범죄 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일약 대박을 터뜨리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믹 수사물이다. 류승룡은 '좀비반장'으로 불리는 만년반장 고반장 역을 맡았다. 개성만점 마약반 독수리 5형제의 큰형님이자 짠내 폴폴 나는 가장이 되어 웃음과 공감을 책임진다. 진지하게 상황에 몰입하면서도 능숙하게 리듬을 살리는 그는 역시 연기파 코미디의 달인답다. 

"이런 코미디는 7년 만"이라는 류승룡은 "먹이고 싶은 음식을 내놓은 셰프가 된 기분"이라며 만족스러운 듯 환한 웃음을 지었다. 수사든 닭집이든 맡겨진 일에 일단 목숨을 거는 중년의 형사가 되어 신나게 구르고 달린 류승룡. 이제 한국 나이로 50살이 된 그는 "발버둥쳐서 거스를 수 없는 것을 순리대로 받아들일 뿐"이라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며 응원받는 배우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영화 '극한직업'의 류승룡. 제공|CJ엔터테인먼트
-'극한직업'을 보며 모처럼 시원하게 웃었다.

"제안이 와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저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잘 읽혔다. 제가 선호하는 상황 코미디, 시치미 뚝 떼고 하는 타이밍 꺾기 코미디가 적절히 돼 있었다. 유해하고 잔혹한 것들은 걷어져 있고. 장진 감독님과 함께 영화를 했고 수년간 장진 감독님의 코미디를 접했던 터라 너무 반가웠다. 저에게도 힐링이 되고 선물이 됐다. 설계가 이미 견고했다. 현장도 재미있고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계도가 꽉 차있다는 느낌이더라. 도리어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나. 

"일단은 설계도가 좋았고, 거기에 대해 감독님의 마감이 더해졌다. 마감재를 선택할 수 있지 않겠나. 애드리브는 비율로 치면 약 10%랄까? 꼭 필요한 것들이 틈새를 잘 메꿔줬던 것 같다. '폭력적이야', '매운맛' 같은 애드리브들이 곳곳에 있다. 후시 녹음 때 들어간 나만 아는 애드리브도 있다. 하고는 재미없겠다 했는데 넣어주셨더라. 나를 위한 선물 같다."

-호흡이 완성도를 높인 것 같다. 다들 신나 보인다. 

"(이)하늬씨도 관리하는 것을 다 내려놓고 오롯이 캐릭터가 됐고, (진)선규씨는 '범죄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너무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줬다. 동휘 배우도 코믹한 것을 다 내려놓으면서도 장기를 살리고, 우리 (공)명이도 영화배우로 각인되는 중요한 시점이었고. 다들 도전이 있었는데 티나지 않게 하나가 됐던 것 같다. 독수리 5형제는 역시 합체가 돼야 한다. 우리가 홍보를 하고 있지만 사실 다들 주옥같지 않나. 신하균 오정세 신신애 김의성 김종수 양현민 송형규 서호철 장진희 허준석…. 너무 신나서 연기한 것 같다. 명이가 20대, 하늬 동휘가 30대, 선규 40대 그리고 제가 50대가 됐다. 그 조합이 만나 막 뛰어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그 자체가 통쾌했다."

-대부분 처음 만난 사이였는데.

"동휘씨 빼고는 모두가 처음이었다. 동휘씨도 '도리화가' 때 만난 이동휘와는 다르더라. 다들 시나리오를 읽고 다짐이 있었고 긴장도 적잖이 했더라. 보는 사람이 편하게 웃으려면 우리가 편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서로 알아야 하고, 서로 힘듦을 이야기해보자 하고 인간적으로 다가가며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 진실게임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현주소, 연기에 대한 고민도 이야기했다. 작품도 더 치열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도 단톡방이 야단이다. 1년 넘게 이렇게 하고 있다."

-진실게임 같던 그때 류승룡은 무슨 이야기를 했나.

"저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야기를 안 해도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았다.(웃음) 굉장히 기분 좋게. 말도 많이 해야 할 말들을 했지만 무엇으로 느낌으로 눈빛으로 통하는 것이 신기하게 있었다."
 
▲ 영화 '극한직업'의 류승룡. 제공|CJ엔터테인먼트
-소상공인은 다 목숨걸고 한다는 대사가 와 박히더라. 

"저 그 대사에 울었다. 마약반 만년 반장으로서가 아니라 가장으로서 또한 소상공인으로서 우리를 대변해서 싸우는 면들이 통쾌했던 것 같다. 이 사람도 가장이고 사람이고 생계 위협을 받고 소중히 지키려고 하는 '우리'구나 했다."

-스스로도 절박함이 있었나. 

"항상 절박했다. 모든 작품들이. 뒷땅을 보지 않고 충실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모든 작품이 절박하고 긴장되고 설레지만 뒷땅을 생각하지 않고 간다. 

팀 모두가 아주 기분좋은 양질의 치열함이 있다. 배려하는 치열함이다. 배우가 이기적으로 도드라지고 싶은 욕심이 있을 수 있고, 프로로서 제 몫을 하겠다는 치열함이 또한 있을 수 있다. 우리 배우들이 다 무언 중에 후자를 선택한 것 같다."

-이병헌 감독과 첫 만남이다. 이병헌의 코미디는 어땠나.

"시종일관 있다. 감독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웃겨보겠다는 신념이 있었다. 판초 입고 들어가는 장면도 그렇고, 미장센이나 액션은 물론 음악 선곡까지도 하나하나 코미디가 들어가 있다. 마형사가 테이블을 엎고 나면 다음 장면엔 누워있는 장면 전환까지도 탁월했다. 적절하게 배치가 잘 된 거다. '영웅본색2' 패러디처럼 세대별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르다. 간헐적으로 터지는 구역이 세대별로 다르다. 그것이 전체적으로 웃음을 만드는데, (명절 코미디로서) 그걸 다 계산했다면 천재다. 

저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웃겨보겠다는 게, 그게 될까 반신반의 했다. 어떤 시나리오가 밑밥 없이 계속 웃길 수가 있겠나. 그런데 연결고리 안에 끊임없이 뭔가를 집어넣더라. 하나하나 웃음으로 갈무리를 하시는 걸 보고,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니 감독님이 염두에 뒀던 것들이 주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영화 '극한직업'의 류승룡. 제공|CJ엔터테인먼트
-벌써부터 류승룡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제가 어디 갔었나. 영화는 아직 개봉을 하지 않았다. (웃음) 요리사도 아내도 늘 고민을 한다. 뭘 만들어내면 좋을까. 저도 그런 고민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내 아내의 모든 것', '7번방의 선물' 이런 코미디를 한 지 7년 정도가 됐다. 나름대로는 '제가 이런 걸 보여드리면 깜짝 놀라실 거야' 하는 신선하고 다양한 것들을 많이 했다. 지금 와서는 이런 생각이 든다. 관객이 보고싶은 것을 헤아리고 주문한 걸 만든 게 아니라, 마치 내가 먹이고 싶은 음식을 만든 셰프가 된 느낌이랄까. 그래서 정성스럽게 준비를 한 나도 그 일부가 된 것 같다. 또 언젠가는 '이런 건 상상하지 못하셨을 거야' 하는 작품을 다시 보여드리고 싶다. 늘 신선하고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 '극한직업' 또한 많이 봐왔던 것이었다면 꺼렸을지 모른다. 저는 이 작품 역시 '깜짝 놀라실거야' 하는 마음이 분명 있었다."

-설 극장가에서 다양한 작품과 맞붙는다. 

"작품을 농구에 비유하자면 지금이 4쿼터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설계를 하고 만드는 게 1쿼터고, 배우가 참여하는 현장, 후반작업을 거쳐 지금 홍보를 한다. 이 마무리를 잘 해야 처음 설계한 걸 끝까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평가보다는 이 작품이 가진 고유의 것을 고스란히 최선을 다해 전달하고 싶다." 

-'극한직업'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또한 배우로서 각오가 있다면.
 
"'코미디로 돌아와서 반갑다'는 말씀은 그런 뜻 같다. 그동안 많은 것들을 했구나. 배우로서도 그렇고 사람으로서도 그렇고 조금씩 철들고 있구나. 질책을 통해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성숙하고 성장하는, 응원받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노력할 거다. '극한직업'은 우리 모두가 기분좋은 에너지로 했기에 보람을 엄청 느낀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기쁘고 눈물난다. 많은 분들이 그 일련의 과정을 느껴주시면 좋겠다."

-한국나이로 이제 50살이다. 50대를 맞이하는 기분은 어떤가. 

"좀 다르다. 저는 29살에서 30살 넘어갈 때 힘들었다. 6개월 전부터 고민했던 것 같다. 20대 초반 일기에 30살에 이뤄야 할 것을 적었는데 하나도 못 이뤘더라. 아이고 어쩌나 했는데 지금은 한 챕터가 넘어가듯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내가 발버둥쳐서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있다. 순리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다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오늘까지 했던 것처럼 내일도 앞으로도 더 잘하고 싶다. 너무 기대가 된다. 어떤 캐릭터, 어떤 인생이 내게 올까 설렌다. 배우가 더더욱 그렇다. 배역이 왔다갔다 하고 정들었는데 헤어져야 하고 후유증도 있다. 만남과 헤어짐이 담금질처럼 반복된다. 새로운 배우들 새로운 스태프와 만났을 때 더욱 좀 더 잘 해나가고 싶다. 이런 것들이 작은 목표다. 

해왔던 작품보다 만날 작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항상 기대 이상이었던 것 같다.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 같은 작품을 만날 거라 생각도 안 했고, 중3 때부터 연기를 꿈꾸면서도 '변발하고 만주 장군을 해봐야지' 한 적도 없다. 좋은 기획자가 참 많은 것 같다. 늘 제가 생각한 이상의 이야기가 온다. 저는 잘 준비하고 그릇을 넓게 해서 많은 이야기를 인생을 담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 같다." 

-올해의 계획은?

"개봉 이후 이틀 뒤에 넷플릭스 '킹덤'이 190개국에 동시 스트리밍된다. 설이 끝나면 바로 시즌2가 크랭크인한다. 그러고 나선 기다려야 한다. 이번엔 어떤 인생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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