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 출연한 배우 유호정. 제공|리틀빅 픽쳐스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는 홍장미라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젊은 시절에는 꿈 많고, 사랑 가득한 여자였고, 나이가 들고는 한 아이의 엄마로 불렸다. 자신의 아이를 위해 꿈을 포기했지만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영화는 홍장미라는 사람의 인생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가 얼마나 화려한 삶을 꿈꿨는지, 얼마나 재능이 많고 사랑스러웠던 여자였는지, 또 고단한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홍장미 역은 배우 유호정이 연기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은 유호정의 전작인 '써니'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도 주인공이 같다. 보는 관객들은 크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것도 당연했다.

"스토리는 너무 좋은데, 구성이나 전개, 게다가 내가 하면, 더 '써니'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거 같았다. 작품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라고 감독에게 이야기했다."

걱정이 됐지만, 그럼에도 시나리오를 놓을 수 없었다. "엄마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고 싶었던 이유"였다. 그동안 유호정 역시 드라마에서 상당히 많이 엄마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엄마 이야기를 고스란히 한 작품이 없었다. 그럼에도 해보고 싶은 이유였다.

"'써니'와 비슷하다는 것은, 처음에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한동안 자극적인 소개가 익숙해져 있었다. '그대 이름은 장미'를 통해 온전히 엄마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럼에도 내가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그것에 대한 부담은 많이 떨쳐냈다."

'써니'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후 본격적인, '그대 이름은 장미'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유호정이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가장 많이 말한 단어는 '엄마'였고,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다"였다. 그만큼 '그대 이름은 장미'는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엄마가 된 후 장미를 연기했다. 엄마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엄마는 그냥 엄마라고 생각한다. 할머니를 그냥 할머니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엄마인데 말이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엄마의 감성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보통 엄마를 연기할 때 유호정은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장미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우리 엄마가 이랬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장미를 하는 내내 엄마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연기하면서 달랐던 것은, 지금까지는 우리 아이가 이런 상황이었으면 '나는 어땠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이번에는 '우리 엄마가 이랬겠구나' '우리 엄마의 심정이 이랬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와 닮아 있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 엄마를 떠오르게 했던 장면이 많았고, 닮아 있었다."

▲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 출연한 배우 유호정. 제공|리틀빅 픽쳐스

이 작품은 조석현 감독이 과거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면서 쓴 작품이었다. 연기한 유호정 역시 "엄마에게 쓴 편지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엄마와 많이 닮아 있었다고 말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 엄마도 혼자서 딸 둘을 키웠다. 장미와 닮아 있었고, 힘들었을 것이다. 장미는 딸에게 그 짐을 주고 싶지않았고, 혼자서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엄마도 그랬겠구나' 싶었고, '딸이 참 몰라줬구나'라는 후회가 들었다. 그때는 몰랐다. 찍으면서도 엄마 생각을 많이 했고,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엄마에게 쓴 편지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엄마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엄마가 된 장미지만, 젊은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찬란하게 꾸던 꿈이 있었고, 누군가의 첫사랑이자 누군가를 처음으로 사랑했던 젊은 시절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그 시절 첫사랑이 다시 다가 왔을 때 장미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사람들이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하지만, 장미는 현아(딸)를 선택한 것이다. 무엇을 포기하고 선택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미 결정한 뒤였다. 명환(장미의 첫사랑)이 다시 나타나더라도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현실적으로도 명환에게 가지 않는 것이 맞다."

장미는 젊은 시절 딸 현아를 선택하면서 꿈과 사랑을 모두 버린다. 현아를 품에 안은 순간, 장미를 행복하지만 그 행복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 생계를 홀로 책임지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의 어두운 부분보다는 밝은 부분에 집중한다. 장미와 현아 모녀는 대부분 웃음이 가득하다.

"나도 생각을 해 봤다. 장미는 책임감이 강하고 열정이 많다. 내 아이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 소소한 행복, 힘들지만 힘든 내색하지 않고 아이에게는 늘 씩씩함 모습을 보여줘야 안정적이고 사랑받고 자랐다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현아를 키웠을 것 같다."

스스로의 결정이라고 할지라도 그 결정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이다. 젊은 장미는 유호정이 아닌 하연수가 연기를 했지만, 그래도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었다. 장미의 고민, 또 실제 유호정이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당연히 고민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실제 내 상황이었다면? 사고로 생긴 아이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생긴 아이다. 그 아이를 쉽게 버릴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그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사이에 생긴 아이를, 가수의 꿈을 포기하는 것보다 그 아이를 포기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쉽진 않았겠지만, 결국은 아이다. 값진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 출연한 배우 유호정. 제공|리틀빅 픽쳐스

유호정은 이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걱정이 들기도 했다. 물론 전작에 대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 부담을 떨쳐내고 결국은 함께했다. 그만큼 값진 작품이라는 생각이었다. '엄마' 한마디로 위로를 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생각만해도 위로가 되는 것이 엄마라는 것이다. 이 작품을 꼭 봐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가 인터뷰 말미에 했던 말이다.

"지치고 힘든 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자식을 위해 살았던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효도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엄마를 보면서 위로를 받고, '내 모습이지'라는 생각에 보상을 받는 느낌으로 말이다."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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