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마약왕'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 제공|쇼박스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마약왕' 속 송강호의 얼굴은 다르다. 최근 그가 보여줬던 소시민의 얼굴이 아니다. 욕망에 가득찬 모습부터, 한 인간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처절하게 망가진 얼굴까지 보여준다. 그의 얼굴이 반가웠다.

영화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근본 없는 밀수꾼, 이두삼 역을 맡았다. 

이두삼은 초반과 중반, 후반이 다른 인물이다.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그 모든 얼굴을 대중이 사랑하는 송강호에게 딱 맞는 역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도 영화 속에서 다양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반의 얼굴은 익숙한 면이 있다. 20년 전에 봤던, 늘 지금까지 해왔던 얼굴들 중 하나가 나왔다면, 후반부는 새로운 얼굴이지 않았나 싶다. 단순히 망가져가는 얼굴이 아니라, 내면의 무너져가는 자아, 발버둥친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런 모습들이 새롭게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새로운 만큼 쉽지는 않았다. 시나리오를 받고 영화 속 후반부가 어떻게 그려질지 막연한 어려움이 느껴졌다. 영화를 순서대로 찍으려고 애를 쓰지만 현장 상황은 쉽지 않다. '마약왕'은 더더욱 순차적으로 찍어야 했다. 이두삼의 감정을 쌓아가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흐름이 자연스럽기 위해 순서대로 찍으려고 한다. 초반부터 찍다 보니 하나 하나 감이 잡혔다. 이두삼이 이 세계로 빠져드는 것을 보니 정상적인 과정이 아니더라. 범죄 집단에서 출발한다. 정상적인 감정보다는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느낌의 비즈니스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후반부 감정들이 형성됐다."

▲ 영화 '마약왕'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 제공|쇼박스

영화는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을 따라가지 않는다. 이두삼이라는 인물을 따라가고, 그의 파멸을 보여준다. 영화 속 사건이 중심이 아니라, 이두삼을 중심으로, 그의 인생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양념처럼 뿌려져 있다.

익숙하지 않은 형식이었다. 새로워서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도전이기도 했다. 송강호 역시 "국내 영화에서 이런 구성과 방식은 없었다"며 "새로움에 대한 매력은 느끼지만 두려움도 있었다. 아주 강렬하고 새로운 방식이 관객들에게 낯설수는 있지만 영화의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생각을 전했다.

'마약왕'은 실제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특정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일어난 많은 사건을 종합해서 만들었고, 이두삼 역시 여러 인물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다. 단,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 말이다.

"엔딩의 이두삼은 실화라고 생각했다. 집이나 그런 것도 같은 구조로 만들었고, 실제 사건 기사도 나와 있다. 우민호 감독과 함께 자료를 봤다. 초반에는 여러 인물이 섞여 있지만 엔딩에 인물은 실제 보도가 됐다. 영화 속 장면과 똑같다."

▲ 영화 '마약왕'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 제공|쇼박스

실제 사건을 똑같이 만들어둔 마지막 장면에 앞서 나온 송강호의 모습은 단연 압권이다. 몹시 긴 시간을 할애해 탄생한 명장면이었다. 송강호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대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지문으로 한두 줄 적혀 있는 것을 연기했다. 감독님도 나도 어떻게 나올지 계산을 할 수가 없었다. 집중을 하고 몰입을 하면서 찍다보니, 연극적인 양식이 나왔다. 상업영화에서는 조금 낯설지만 이런 새로운 형식으로 이두삼의 내면의 무너져가는 경로를 따라가는 것도 새롭다고 판단을 한 것 같다."

그도 알고 있었다. 영화의 후반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부정적이지는 않았다. "이런 것들이 논쟁이 되고, 관객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재미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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