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제공|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17일 오후 6시5분 누적 관객수 800만(이십세기폭스코리아 집계)을 넘어섰다. 개봉 두 달이 돼가지만, 열기는 여전하다. 개봉 직후보다 시간이 지난 후 더 뜨거워졌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800만 명이라는 관객을 끌어 모았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음악의 꿈을 키우던 아웃사이더에서 전설의 록 밴드가 된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독창적인 음악과 화려한 무대,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 10월 31일 개봉했다.

그야말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흥행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과 함께 개봉해 2위로 출발했다. 개봉 14일만인 지난달 13일 '완벽한 타인'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고, 하루만인 지난달 14일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개봉하면서 정상에서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6일째 되는 날인 지난달 19일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보헤미안 랩소디'의 역주행은 계속됐다. 영화 '성난황소'가 그 자리를 노렸지만 결국 1위를 내줘야 했고, '국가부도의 날'도 마찬가지였다. 개봉 한달을 훌쩍 넘긴 후 개봉한 '도어락'도 '보헤미안 랩소디'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어울리는 말이다. 영화가 800만 관객을 넘기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관객들의 자발적 N차 관람이다. N차 관람이 이어지면서 극장의 풍경이 변했다.

◆ 체험하는 영화…싱어롱 상영관&스크린X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제공|이십세기폭스 코리아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상영관은 '싱어롱'이다. 노래가 나오는 구간 노래방과 같이 자막이 나오고,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기는 방식이다. 싱어롱 상영관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있다.

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는 조금 다르다. '겨울왕국'이 누적 관객수 1천만 관객을 넘기면서 이벤트로 진행된 상영이었다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빠르게 시작됐다. 개봉 다음주인 지난달 6일부터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까지 본격적인 싱어롱 상영관을 편성했다.

영화 관계자는 "개봉 전 싱어롱과 이후 싱어롱 상영관의 풍경이 변했다. 개봉 전 퀸 팬클럽을 초청해 싱어롱 시사회를 했지만 함께 따라 부르기 보다는 영화를 관람했다. 재관람을 하면서 함께 노래를 부르게 됐다. 초반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열광적인 분위기로 변했다"고 말했다.

싱어롱 상영관은 일반 상영관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 벌어진다. 마이크와 탬버린은 기본으로 준비하고, 코스튬 의상을 입고 극장에 오기도 한다. 기존에도 싱어롱으로 상영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토록 화제가 된 것은 '보헤미안 랩소디'가 유일하다.

싱어롱에 한발 더 나아간 것이 바로 스크린X다. 이 상영시스템은 지난 2013년 CJ CGV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전방 스크린 뿐만 아니라 좌우 벽면을 동시에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상영시스템으로 같은 해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강동원, 신민아가 주연을 맡은 영화 '더 엑스'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스크린X 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20분 가량 이어지는 라이브 에이드 신은 100% 스크린X로 구현됐다. 좌우 벽면을 이용해 당시 현장에 있던 관객을 만들어냈고,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 역시 그들과 함께 콘서트 현장에 있는 듯 한 몰입감을 준다는 게 CGV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해당 장면은 다른 상영관에서는 볼 수 없는, 스크린X에서만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런 특수성은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0월 31일부터 12월 9일까지 조사 결과, '보헤미안 랩소디'의 평균 객석률은 30.5%, 스크린X는 37.5%다. 특히 싱어롱 버전의 객석률은 2D 버전이 55.0%, 스크린X 버전이 61.3%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 본격 '귀르가즘' 영화…음향 특성화관에서 N차 관람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제공|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싱어롱과 스크린X가 참여하는 관람이라면, 듣는 것에도 변화가 일었다. 각 극장에서 음향 시설이 좋은 특성화관에서 재관람을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메가박스의 MX관이다.

MX관은(2017년 5월 코엑스 MX관 기준) 영화 속 각각의 사운드를 개별적으로 컨트롤하는 입체 음향을 제공하고, 카네기홀과 오페라하우스에서 사용하는 마이어 스피커가 69개 설치됐다. 또 세계적인 사운드 디자이너 밥 매카시의 튜닝을 통해 최적화된 영화 사운드를 전달한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뮤지컬 영화나 완벽한 음악 영화는 아니지만, 콘서트 장면이 상당 부분 차지하는 등 음향이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다. 관객들이 영화 관람에서 그치지 않고, 퀸 음악에 열광하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 영화를 보다 즐겁게 관람하기 위해 좋은 음향은 필수 요건이 된다. 일반 상영관에서 영화를 접한 관객들이 메가박스 MX관을 비롯해 CGV 아이맥스, 롯데시네마 애트모스 상영관에서 재관람 하기도 한다.

◆ 영화로 퀸에 입덕하다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제공|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영화의 시작은 퀸이었다. 퀸을 좋아하는 세대를 중심으로 관람이 시작됐다. 영화 개봉 전 시사회에도 퀸 팬클럽을 초대하는 등 팬들에게 초점을 맞춘 이벤트가 진행됐다. CGV 리서치의 조사 결과도 이를 보여준다.

CGV 리서치에 따르면 동기간에 비해 30대 이상의 남성 관객 비중이 높다. 관계자는 "특히 40대 이상 관객 비중이 높다. 물론 절대적인 수치는 2030이 가장 높지만 과거 타 작품과 비교했을 때 그 비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세대는 퀸 세대, 즉 과거부터 퀸을 좋아했던 세대이고, 퀸에 대한 관심이 영화로 이어져 관람을 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3040에서 시작된 관람 열풍을 그 위, 아래 세대로 빠르게 번져 나갔다.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한편의 영화에서 그치지 않고, 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접했던 관객들은 자신의 귀에 익은 퀸에 노래에 빠져 들었고, 결국 퀸이라는 전설적인 록 밴드에 입덕하는 계기가 됐다. 결국 초반 관객이 퀸에서 시작했다면, 중반을 넘어가면서 영화로 퀸에 입문한 관객이 늘어났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시작은 1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웃사이더에서 전설의 록 밴드가 된 퀸 처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도 결국 극장의 중심에 섰다. 한동안, 혹은 상당히 오랫동안 '보헤미안 랩소디'는 보고 듣고 함께 즐기는 영화의 대표적인 예로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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