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은 차기 안방마님 1순위로 꼽힌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당장 대한민국 최고 포수가 될 수는 없죠. (양)의지 형도 몇 년을 뛰어서 쌓은 커리어인데. 그 시간을 줄이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두산 베어스 차기 안방마님 1순위 박세혁이 새해 다짐을 이야기했다. 2010년부터 9시즌 동안 두산 안방을 책임진 포수 양의지가 지난 11일 NC 다이노스와 4년 계약금 60억 원, 연봉 65억 원 총액 125억 원 FA 계약을 맺고 팀을 떠났다. 상무 제대 이후 2016년부터 백업 1순위 포수로 활약한 박세혁에게는 기회의 문이 열렸다.  

박세혁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47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타격 자질과 강한 어깨, 빠른 발을 갖춘 선수로 평가 받았다. 박세혁을 가까이서 지켜본 구단 관계자가 꼽은 장점은 성실한 자세다. 박세혁은 시즌 때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도 훈련을 빼먹지 않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늘 나머지 훈련을 한다. 그는 이와 관련해 "백업 선수가 갖춰야 할 당연한 자세"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는 해에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양의지의 빈자리를 채울 선수로 박세혁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김 감독은 "박세혁은 그동안 경기를 뛰면서 본인이 느낀 게 많았을 거다. 투수랑 호흡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흥련과 장승현도 함께 힘을 보태야 할 선수로 꼽혔다. 

▲ 박세혁은 한국시리즈를 마친 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 합류해 훈련을 이어 갔다. ⓒ 두산 베어스
박세혁은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는 "의지 형은 우리나라 첫 번째 포수다. 의지 형이랑 백업 몇 년 한 나와 비교하면 모두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의지 형이 팀에서 비중이 큰 건 맞지만, 비중을 다 같이 나누면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포지션 선수들이 부담감을 나눌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함)덕주, (박)치국이, (이)영하 같은 어린 투수들과 함께 커가면 부담감을 시너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내가 해내야 한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야구하려고 한다. 다음 시즌은 어느 해보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찍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려고 여러 훈련 계획을 짜뒀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마음처럼 되지 않은 한 해였다. 시범경기 때 사구 여파로 왼쪽 종아리를 다쳐 한 달 늦게 시즌을 시작했다. 박세혁은 스프링캠프 때 타격감이 좋아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한 달 공백은 꽤 컸다. 좋았던 감을 되찾는 게 쉽지 않았다. 

박세혁은 "다치면서 밸런스가 무너졌고, 복귀한 뒤로는 타석에서 급해졌다. 타석에서 아직 여유가 없다는 걸 느꼈다. 타석에서 생각도 너무 많았다. 올해 타율은 2할8푼대로 지난해와 비슷한데, 삼진이 늘었다. 시즌 내내 타격 폼이 내 것이 없다는 걸 계속 느껴서 한국시리즈 끝나고 마무리 캠프에 가서 내 타격 폼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기본을 점검하면서 보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시즌은 조금 더 방망이에 집중할 생각이다. 박세혁은 "포수는 수비가 먼저다. 수비는 기본이다. 다만 방망이가 더 발전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방망이 기복이 너무 심했다. 올해는 방망이를 자신 없게 돌렸던 것 같다. 계속 훈련하고 영상도 찾아보면서 보완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 박세혁은 구단 관계자도 인정하는 연습 벌레다. 그는 "한 시즌이 끝나면, 다시 다음 시즌이 시작된다"며 이미 2019년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 두산 베어스
박세혁은 2016년 인터뷰 당시 서른이 되는 해를 자신의 터닝 포인트가 될 시기로 꼽았다. 20대까지는 되든 안 되든 어떻게든 1군에서 버티자는 생각이었다. 

그는 "20대 때는 계속 배우고, 많은 걸 느끼고, 많이 얻은 기간이었다. 프로에 와서 강인권, 조인성 코치님을 만나고 배우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의지 형에게도 감사하다. 의지 형이 팀에 있어서 형을 배우고 따라가려고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늘 좋은 말 해주시고 이끌어주신 덕분에 정말 많이 배웠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30대는 책임감이 생기는 나이 같다. 또 다른 10년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20대 때 배우면서 보낸 10년을 앞으로 10년 동안 펼쳐 나가야 할 것 같다. 수비와 공격 모두 다 더 완벽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 그랬듯이 몸 안 사리고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30대 중반이 됐을 때쯤에는 후배들이 배우고 싶은 선배로 성장해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박세혁은 본인을 향한 의심을 노력으로 지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나도 경기를 계속 뛰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며 어느 때보다 더 철저히 준비해 시즌을 맞이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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