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이재국 기자]SK의 맏형 박정권(37)과 김강민(36)은 베테랑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며 올해 SK가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선봉에 섰다. 박정권의 아내와 처남이 운영하는 인천 송도의 '천하무적'이라는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구워가며 가을야구의 뒷얘기들을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자신들의 별명에 대한 느낌, 형제처럼 서로를 의지하는 사연들을 들려줬다.<①편>에 이어.
▲ SK 박정권(왼쪽)과 김강민


▲[스포티비뉴스=인천,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2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SK 김강민이 투런포를 날리고 더그아웃을 바라보고 있다.
#3. 플레이오프

박정권과 김강민이 없었다면 SK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박정권이 먼저 나섰다. 플레이오프 1차전 9회말 1사 1루서 끝내기 2점홈런을 날리며 10-8 승리를 이끌었다.

박정권은 끝내기 홈런에 대해 "처음 쳤다. 고등학교 연습게임 때 한 번 쳐봤나?"라고 소개하면서 끝내기 홈런을 확인한 순간 '진짜? 진짜야?'라고 스스로에게 반문을 하며 베이스를 돌았다고 밝혔다.

김강민은 플레이오프 MVP였다. 5차전을 모두 뛰며 타율 0.429(21타수 9안타)에 3홈런 6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5차전의 홈런 한 방은 잊을 수 없다. SK는 9-4로 5점이나 앞서 있었지만 9회초 2사 후 추격을 허용했고, 박병호에게 동점 2점홈런을 맞고 말았다. 그리고는 10회초 또 1점을 내주면서 9-10으로 역전을 당했다. 분위기는 넥센 쪽으로 넘어갔다. 여기서 반전을 이끌어낸 주인공이 바로 김강민. 연장 10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거짓말 같은 동점홈런을 날렸다. 이어 다음타자 한동민이 끝내기 홈런을 치면서 SK는 11-10으로 재역전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 진출티켓을 따냈다.

김강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플레이오프 타석이라 생각하고 변화구 하나만 친다고 생각하고 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맞는 순간 홈런이 될 거라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그렇게 살짝 넘어갈지는 몰랐다"며 웃었다. 그는 "덕아웃에서 후배들에게 '나는 11회 수비를 하러 가지 못한다. 힘들다. 끝내달라'고 말했는데 거기서 한동민이 홈런을 치더라"며 웃었다. 박정권은 "가을야구를 꽤 해봤지만 올해 같은 혈투를 벌인 기억은 거의 없다"며 "그 혈투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내가 들어가 있다"며 흐뭇해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2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9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끝내기 투런을 날린 SK 박정권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4. 秋男

유난히 가을야구에 강했던 박정권에게는 '가을'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가을남자', '가을사나이', '추남(秋男)'. 여기에 '가을거지'라는 별명도 있다. 과거 혹독한 훈련 속에 거지같은 몰골의 모습을 한 사진이 많이 떠돌아다니면서 '거지왕'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의 사나이가 되다보니 '가을거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어서 '거지'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가을겆이'로 문법파괴 별명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강민이 "발음 똑바로 해야한다"며 웃자 박정권은 "'거 지'가 아니고 '걷 이'라고 소개했다. 처음엔 '거지'에서 파생된 별명이 '겆이' 아니었냐고 하자 재차 "걷이로 해달라"고 우겼다. 그러면서 박정권은 과거엔 가을남자, 추남, 미스터 옥토버(Mr.October) 같은 별명이 싫었다고 실토했다.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다가왔다. 가을에만 반짝하는 선수가 아니라 매일매일 잘하고 싶은 생각에 시즌 시작해서는 그 별명이 부담이었다"고 고백하면서 "이젠 어느 정도 고정이 된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런 별명도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은퇴 후에도 가을에만 단기 아르바이트 계약을 해야한다", "한국시리즈에는 불러야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박정권은 "만약에 은퇴했는데도 프리랜서 느낌으로 한 달 계약하면은 정말 좋은데"라며 웃어 넘겼다. '10월의 사나이'를 뜻하는 '미스터 옥토버(Mr. October)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10월 한 달보다는 매일매일 잘하고 싶은 선수였다. 그렇게는 못했지만"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강민의 별명은 '짐승'이다. 짐승 같은 야구 본능을 높이 사는 좋은 뜻의 별명이다. 지금은 자신의 캐릭터가 된 '짐승'이라는 별명을 오히려 좋아하게 됐지만, "처음엔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이 길거리를 지나가다 만나도 '짐승 간다'고 할 때는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 SK 김강민(오른쪽)과 박정권
#5.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둘은 한 살 차이로 형제처럼 지낸다. 동생인 김강민은 경북고 졸업 후 200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지명 2라운드에 SK에 지명돼 입단할 만큼 유망주 투수였다. 그러나 투수로 성과가 나지 않자 야수로 전향해 빛을 보기 시작했다. 박정권은 전주고 졸업반 때 200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지명 9라운드에 쌍방울 지명을 받자 동국대로 진학한 뒤 2004년 SK에 입단했다.이후 둘은 군복무 등의 기간은 있었지만 올해까지 사실상 15년간 SK 유니폼을 함께 입고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대 후반 SK 왕조의 주축 세력으로 성장했던 이들은 그러나 올 시즌 세월의 흐름 속에 전력의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었다. 둘 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퓨처스리그가 있는 강화도에서 1군 호출을 기다리며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둘 다 서로를 향해 "의지가 많이 된다"고 했다.

김강민은 "그때가 생각난다"며 "포스트시즌 들어가기 전에 넋두리 삼아 얘기했다. 플레이오프는 할 거라고 어느 정도 결정이 됐을 때 '정권이 형 오지 않냐'고, '안 오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큰 경기를 나 혼자 후배들하고 가는 것보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으면, 그만큼 믿음이 있으니까 '같이 가면 좋지 않냐'고 했다. 그만큼 정권이 형은 나에게 의지가 된다"고 말했다.

스포츠타임은 박정권과 김강민의 '삼겹살 먹방 인터뷰'를 14일과 15일 2부작으로 편성해 방송합니다. 오늘(15일) 오후 9시30분에 시작하는 스포츠타임에서 올 시즌 둘이 나란히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채 강화도에서 함께 보낸 시간들, 고깃집을 오픈한 계기, 베테랑으로 살아가는 법, 김광현을 보며 느끼는 격세지감, SK 왕조 재건과 올해 우승에서 자신들이 갖는 지분에 대해 얘기합니다. 또한 포스트시즌 내내 팬들 사이에서 유행한 ‘정권이 내’라는 말에 대해 박정권은 알고 있었는지 밝힙니다.

▲ SK 박정권(가운데)과 김강민이 스포티비뉴스 이재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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