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이재국 기자]'오늘 먹을 고기를 내일로 미루지 말자.'

인천 송도의 '천하무적'이라는 고깃집. 가게에 들어서니 벽 한 쪽에 걸려있는 재미있는 문구부터 눈에 들어왔다. 우승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는 2018년의 12월, 'SK 왕조 DNA'를 이어온 박정권(37)과 김강민(36)을 만났다. 이름하여 '삼겹살 먹방 데이트'다. 인터뷰는 박정권의 아내와 처남이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진행했다. '천하무적'은 박정권의 별명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창가에는 소주병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박정권처럼'이라는 재치있는 상표 패러디가 눈에 띈다.

"팬들이 소주병에 이런 상표를 만들어 붙여 직접 가져오셨어요. 술을 다 드신 다음에 여기에 병을 줄줄이 진열해 주신 거죠." 박정권은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 SK 박정권(가운데)과 김강민(오른쪽)이 스포티비뉴스 이재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SPOTV
2018년 가을야구에서 베테랑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며 SK의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준 두 가을사나이는 삼겹살을 구워가며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어쩌면 야구인생의 마지막 가을야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칼끝 같은 승부에 나선 백전노장들. 둘은 승부처 고비 고비에서 느낀 감정들을 살려내며 우승의 여운을 더듬었다. 우승 축승회 때 막춤을 추게 된 사연을 말할 때는 흥겨움과 부끄러움의 중간쯤에 서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인터뷰 내내 웃음폭탄을 던지기도 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한 마음을 갖게 할 만큼 인간적인 깊은 내면의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 [스포티비뉴스=잠실, 한희재 기자]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 2018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이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1사 2루, 두산 선발투수 린드블럼을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날린 SK 박정권이 배트를 던지고 있다.
#1. 한국시리즈

2018년 한국시리즈는 대혈투였다.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명승부 중 하나였다. 정규시즌 1위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두산,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만화 같은 승부를 벌이며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SK. 두 팀은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1차전 SK 승리, 2차전 두산 승리, 3차전 SK승리, 4차전 두산 승리, 5차전 SK 승리. 그리고 맞이한 6차전. 8회말 두산이 1점을 내며 4-3으로 앞설 때만 해도, 9회초 두산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등판해 쉽게 2아웃을 잡을 때만 해도 승부는 7차전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이때 최정이 거짓말 같은 동점 솔로홈런을 때려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그리고는 연장 13회초 한동민이 승부를 끝내는 결승 솔로홈런을 날려 SK는 5-4로 승리했다. SK는 4승2패로 8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6차전 13회 대혈투를 치른 뒤 잠실구장에서 우승 세리머리를 하고, 숙소인 서울 청담동의 리베라호텔 우승 파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 1시가 넘었다. 박정권은 이에 대해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호텔에 도착해 샴페인 파티를 했다"면서 "아직 여운이 남아있다. 그때 그 감정이 좀 떠오르고 그렇다. 시간이 지나도"라며 감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김강민은 "나는 조금 피곤했고 배고파서 빨리 밥먹고 침대에 누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 SK 박정권이 직접 구워주는 삼겹살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박정권은 인터뷰가 진행되자 "드시면서 하자"며 자상하게 손수 삼겹살을 구워냈다.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자 박정권은 "아~, 소리 좋다"를 연발했고, 김강민은 "역대급으로 먹음직스럽게 구워졌다"며 고기 한 점을 입 속에 넣더니 어깨춤을 췄다.

한국시리즈 6차전 3-4로 뒤진 상황에서 9회초 2사 후 최정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를 회상하면서 박정권은 "사실 그 게임은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최정이면 희망은 조금 있었다. 최정이니까"라며 일말의 기대감과 희망을 가지고 있었음을 털어놨다. 그런데 여기서 홈런이 나왔다. 김강민은 "홈런 치는 거는, 대단한 선수는 대단한 선수"라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박정권은 6회초 자신이 선두타자로 나서 2루타를 쳤지만 득점에 실패하자 "7차전을 가야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컨디션이 안 좋았던 정이가 동점홈런을 때렸다"면서 "거기에서 느꼈을 두산 선수들의 허탈감은 아마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컸을 것"이라며 우승을 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 2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적시타를 날린 SK 김강민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 축승회

SK는 12월 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팬들을 초청해 축승회를 열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우승 기념 팬 페스티벌에 수많은 팬들이 찾아와 다시 한번 우승의 감격을 즐겼다. 이런 자리에서 SK 야수진의 맏형들인 박정권과 김강민은 막춤을 춰 화제를 모았다.

박정권은 한동민에게 지목을 당해 춤을 추는 봉변(?)을 당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난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라며 근본 없는 막춤을 춘 사실에 쑥스러워했다. 두 팔을 들고 껑충껑충 뛰면서 춤을 춘 데 대해 "팬들이 신내림 춤이다. 무당 느낌이 났다는 그런 얘기를 하더라"며 웃었다.

그런데 봉변의 배턴은 엉뚱하게 김강민으로 옮겨갔다. 박정권에게 지목당한 뒤 한 손을 치켜들고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무아지경의 막춤을 춘 김강민은 "난 우리 애 돌잔치 때도 춤을 안 췄다"면서 자신의 생애 최대 흑역사가 쓰여진 사실에 부끄러워했다. 박정권은 "넥워머로 눈을 가리고 곁눈질로 보는데 차마 못 보겠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②편>에서 계속.

스포츠타임은 박정권과 김강민의 '삼겹살 먹방 인터뷰'를 14일과 15일 2부작으로 편성해 방송합니다. 오늘(15일) 오후 9시30분에 시작하는 스포츠타임에서 올 시즌 둘이 나란히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채 강화도에서 함께 보낸 시간들, 고깃집을 오픈한 계기, 베테랑으로 살아가는 법, 김광현을 보며 느끼는 격세지감, SK 왕조 재건과 올해 우승에서 자신들이 갖는 지분에 대해 얘기합니다. 또한 포스트시즌 내내 팬들 사이에서 유행한 ‘정권이 내’라는 말에 대해 박정권은 알고 있었는지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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