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던 스피스(사진)는 타이거 우즈로부터 '골프 황제' 바통을 이어받을 젊은 스타 골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차세대 골프 황제'는 올해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프로 데뷔 뒤 처음으로 우승 없이 시즌을 마쳤다. 2위로 출발했던 세계 랭킹도 16위까지 떨어졌다. 4년 만에 랭킹 10걸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7월 디 오픈 우승 뒤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26주간 세계 1위를 지켰던 골퍼가 극심한 침체 늪서 허우적댔다.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도 나가지 못했다. 이 역시 커리어 첫 경험. 세계 랭킹이 큰 폭으로 떨어진 이유다. 어린 나이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겨냥하는 '훈남 골퍼' 조던 스피스(25, 미국) 이야기다.

올해 스피스는 부침이 심했다. 장기인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 완벽주의 성격 탓에 멘탈까지 흔들렸다.

그러나 부활을 예견하는 시선이 적잖다. 고등학교 동창인 애니 베렛을 피앙새로 맞으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부진 원인이 부상이나 스윙 메커니즘 문제가 아니기에 멘탈만 다잡는다면 금세 옛 기량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도 슬럼프 원인을 자기 성격에서 찾았다. 

스피스는 "완벽주의는 축복이자 저주다. 훈련량을 늘리기보다 (정신적으로) 균형을 찾는데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도약 전제로 멘탈 이슈를 언급했다.

종목을 불문하고 그 어느 슈퍼스타도 10년 내내 정상을 지킬 순 없다. 중간 중간 지독한 슬럼프를 겪으며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작은 재기'를 거듭하면서 멘탈이 단단해진다. 선수 은퇴 뒤 지도자 생활을 할 때도 이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원체 뛰어난 쇼트 게임 능력을 지닌 골퍼다. 마인드 리셋에 성공한 뒤 그린 주변에만 공을 놓아도 한 해 1~2승은 거뜬하다.

▲ 조던 스피스는 올해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1년 내내 '먹구름 낀' 행보를 보였다.
스피스는 이미 스포츠 청년 재벌이다. 스물다섯 젊은 골퍼가 상금으로만 425억 원을 벌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는 7일(이하 한국 시간) 최근 20년간 매 시즌 상금 랭킹 1위가 벌어들인 수입을 쭉 나열했다.

한 해 동안 거둔 수입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돈을 챙긴 골퍼를 확인했다.

주인공은 스피스였다. 스물다섯 젊은 골퍼가 비제이 싱(55, 피지) 타이거 우즈(43, 미국) 등 내로라하는 전설을 모두 제쳤다.

스피스는 2014~2015시즌 마스터스와 US오픈 등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해 총 5승을 거뒀다. 역대 6번째로 한 시즌에 마스터스와 US오픈을 모두 제패한 골퍼가 됐다. 2002년 우즈 이후 13년 만에 나온 진기록.

2015년 8월엔 데뷔 첫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22세 20일 나이로 영광을 누렸다.

ESPN은 "PGA 투어는 우즈를 거쳐 '스피스 시대'를 맞이했다. 그는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차세대 골프 황제"라며 슈퍼스타 등장을 반겼다. 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 선정은 수순이었다.

스물두 살 어린 선수가 눈부신 쇼트 게임을 앞세워 필드를 지배했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와 정교한 퍼팅이 갤러리 마음을 훔쳤다.

스피스는 2015년 1.699개, 2016년 1.710개 평균 퍼트 수로 2년 연속 이 부문 정상을 차지했다. 2017년에도 1.702개로 2위를 기록했다.

그린에서 안정감은 PGA 투어 선수 가운데 최정상급이라는 평이다. 이 해 스피스는 1,203만465달러(약 135억 원)를 벌어들였다. 돈과 명예 모두 거머쥐었다.

승승장구했다. 2017년엔 디 오픈 챔피언십을 석권하며 만 24세 전에 메이저 3개 대회를 제패한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천하의 우즈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5년 전 PGA 투어에 발들인 그는 올해까지 총 3,803만4,102달러(약 425억 원)을 챙겼다. 순수 골프로만 챙긴 액수다. 

스피스는 준수한 용모와 인품을 지녀 스폰서십과 광고가 끊이지 않는다. 한 언론은 그의 부수입이 2,000만 달러에 이를 거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전 세계 25세 이하 스포츠 선수 가운데 네이마르(축구·브라질)에 이어 가장 많은 연수입을 챙긴 인물로 스피스를 꼽았다.

1993년생인 스피스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나고 자랐다. 지역에 있는 브룩해븐 컨츄리 클럽에서 골프채를 잡았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열여덟 생일을 맞기도 전에 전미청소년골프협회(AJGA) 랭킹 1위에 올랐다. 미국 주니어 골퍼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유망주로 평가 받았다.

2013년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데뷔 첫해 존 디어 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빠르게 대형 신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듬해에도 에미레이트 호주 오픈,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정상에 올랐다.

스포츠용품 생산기업들은 스피스 잠재성을 높이 샀다. 발빠르게 계약서를 제시하며 대형 신인 마음을 붙잡고자 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언더아머가 웃었다. 언더독 마케팅을 철학으로 내세운 언더아머는 스테픈 커리와 스피스를 중심으로 구기 스포츠 마케팅 기틀을 잡았다.

▲ 조던 스피스(오른쪽)는 타이거 우즈 이후 18년 만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룰 수 있을까.
스피스는 현재 메이저 3승을 포함해 통산 12승을 거뒀다. 남은 메이저 대회가 PGA 챔피언십인데 이 대회까지 석권하면 2000년 우즈 이후 대가 끊긴 커리어 그랜드슬램 명단에 자기 이름을 채우게 된다.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거머쥔 골퍼는 진 사라센과 잭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이어, 벤 호건, 우즈 등 5명밖에 없다. 아놀드 파머와 바이런 넬슨, 레이먼드 플로이드 같은 위대한 골퍼도 3개 메이저 우승에서 멈춰 섰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파머는 2014년 언론 인터뷰에서 "(남은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이 여전히 크다. 아마 죽을 때까지 (아쉬움이) 이어질 것 같다"며 곱씹은 바 있다.

스피스는 불과 20대 중반 나이에 이런 대기록 도전 자격을 갖춘 선수다. 이번 슬럼프를 자양분 삼아 차기 시즌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팬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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