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윙키즈' 스틸. 제공|NEW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비극의 역사 뒤에는 수많은 야화(野話)가 존재한다. 그런 이야기는 사진 한 장, 한 줄의 짧은 기사에서 시작된다.

영화 '스윙키즈'도 마찬가지다. 한국전쟁 당시 종군 기자 베르네 비숍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복면을 쓴 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는 포로들을 촬영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모티브로 삼았다.

'스윙키즈'는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탄생기를 그린 작품이다. 강형철 감독 특유의 흥과,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이 주는 먹먹함이 모두 담겼다.

거제 포로수용소 내 댄스팀인 스윙키즈는 비극의 산물이다. 1951년 한국전쟁,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에 새로 부임해온 소장은 수용소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전쟁 포로들로 댄스단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를 지시한다. 과거 브로드웨이 무대를 누비던 탭댄서 출신 미군 하사 잭슨(자래드 그라임스)은 소장의 명령을 받고 단원 모집에 나선다. 당황스러운 실력을 지닌 사람들 속에서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두 명과 나름 실력을 보유한 한 명, 4개국어에 능통한 통역사를 찾아낸다.

▲ 영화 '스윙키즈' 스틸. 제공|NEW

말 그대로 '오합지졸'이지만, 잭슨은 가능성을 본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 생겨날 수 있는 이유로 댄스단에 들어온 이들은 점차 발을 맞춰 나가고, 마음까지 맞춰 나간다. 미군인 잭슨을 필두로 북한의 로기수(도경수)와 남한의 강병삼(오정세), 중국인 샤오팡(김민호),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만드는 4개국어 능통자 양판래(박혜수)까지, 국가와 이념은 다르지만 춤이라는 매개체로 하나가 돼 간다. 이들의 춤에 이념은 없다. 그저 춤을 출 수 있기에 추는 것 뿐이다.

영화 대부분은 춤으로 이뤄졌다. "희로애락을 모두 춤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는 강형철 감독의 말처럼 이들은 대사나 표정보다는 댄스로 감정을 표현한다. 신나는 탭댄스지만 그 안에는 소녀 가장의 설움이 담겼고, 이념과 심장 뛰는 춤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녀의 마음이 담겼다. 또 전쟁통에 헤어진 아내를 향한 그리움, 그저 춤을 추고 싶은 열망 등 전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뿐만 아니라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까지도 모두 담았다.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가 성장하는 만큼 관객들의 감정도 쌓여간다. 사이사이 등장하는 갈등과 위기는 이들이 맞춰나가는 발보다 느리고 허술하다. 쌓여가는 실력과 우정의 깊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게 모두가 스윙키즈를 응원하는 순간, 진짜 위기가 찾아온다.

춤바람으로 한껏 달아오른 흥은 한국전쟁이라는 현실적인 비극을 피해가지는 못한다. 밝은 미소 뒤 찾아온 비극은 먹먹함을 배가 시킨다. 그리고 스윙키즈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공연명인 '빌어먹을 이념따위'를 읊조리며 그들의 댄스가 끝나지 않길 바라게 된다. 

이 작품은 강형철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재기발랄한 연출을 더욱 많이 활용했다. 영화 '써니'에 등장하는 패싸움 장면이나 '타짜-신의 손' 말미에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신 등 강 감독만이 보여주는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스러운 연출은 음악과 춤이 함께한 '스윙키즈'에서 더욱 빛났다.

▲ 영화 '스윙키즈' 스틸. 제공|NEW

'스윙키즈'는 2018년을 마무리하기에 손색 없는 작품이다. 영화 카피처럼 '온 세상을 들썩이게' 할 순 없더라도,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스텝을 맞추게 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전쟁의 비극을 담은 영화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마지막 알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오는 19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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