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말도, 축구도 직선적이다. 4-0의 압도적 승리를 거둔 우즈베키스탄전의 통계 기록을 살피면 벤투호의 색깔과 지향점을 읽을 수 있는 숫자가 있다.
축구 데이터 분석 업체 팀트웰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대표팀은 69.5%의 볼 점유율을 기록했다. 7대3의 일방적인 경기를 하면서도 측면으로 우회하지 않고 중앙 공격을 시도하고 성공한 비율이 높다.
한국의 점유율이 더 의미있는 것은 뒤에서 공을 돌리며 무의미하게 쌓은 수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격 지역 점유율이 35.46%에 달했다. 중원 지역에서 49.93%를 기록했고, 수비 지역이 14.61%로 가장 낮았다. 우즈베키스탄은 30%에 불과한 점유율 중 공격 지역 점유율이 17.99%에 불과했다.
한국의 공격 방향을 보면 중앙 공격이 45.57%로 가장 높고, 오른쪽 측면이 31.65%, 왼쪽 측면이 22.78%였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오른쪽 측면 44.26%, 왼쪽 측면 31.15%에 이어 중앙 공격은 24.59%로 가장 낮았다.
일반적으로 수비가 밀집하고, 골문을 바로 보는 중앙 공격은 빈도가 적게 나타난다. 그만큼 중앙을 타고 전진해 득점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벤투호는 우즈베키스탄전에 중앙 지역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높은 점유율을 유지한 배경 중 하나는 높은 패스 성공률이다. 쉽게 공을 잃지 않았다. 무려 663개의 패스를 시도하면서 성공률이 92.61%에 달했다. 스페인 대표팀이나 FC바르셀로나 등 패스 축구를 강조하는 팀에서나 볼 수있는 수치다. 우즈베키스탄은 291개의 패스밖에 하지 못하면서 성공률은 83.51%에 불과했다.
높은 볼 점유율에 중앙 공격 빈도가 높았고, 슈팅 숫자도 충분했다. 총 18개의 슈팅이 시도됐다. 적중률도 높았다. 이 이중 무려 10개가 유효 슈팅. 절반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 10개의 유효 슈팅에서 4골이 나왔다.
중앙을 공략했지만 측면을 타고 전개된 크로스 공격도 활발했다. 90분간 15개의 크로스가 기록됐다. 벤투호가 소유와 중앙 공격에만 집착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측면을 타고 스피디한 공격를 선호하던 한국 축구는 후방 빌드업과 볼 소유 능력을 키우고자 여러 시도를 했으나 오히려 본연의 강점만 잃고 표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벤투 감독은 한국의 강점에 선진 축구의 전술 틀을 효과적으로 융합하고 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최다 골 차 승리를 거둔 우즈베키스탄은 그의 축구철학이 가장 성공적으로 표현됐다. 우즈베키스탄전은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 기성용, 정우영 등 기존 주축 선수 없이 벤투호의 게임 모델을 구현했다. 벤투 감독은 "나와 처음 해본 선수들도 우리 플레이 스타일을 잘 따랐다. 선수가 바뀌어도 우리의 플레이가 유지됐다"는 점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