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팀차붐플러스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유소년 팀.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팀차붐플러스는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입성했다. 12일간 독일 축구를 눈으로, 몸으로, 머리로 느끼고 20일 한국에 돌아왔다. 

차범근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은 당장 선수들의 경기력에 변화는 없겠지만, 장기적인 발전을 이끌 '동기부여'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짧은 기간이지만 16명의 선수는 어떤 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갈까. 모든 일정을 마친 16명 선수들의 목소리로 12일의 여정을 재구성했다.

▲ 리그 경기에도 5만 명 이상 모은 프랑크푸르트의 홈 경기

◆ '꿈의 무대' 분데스리가 관전

"역시 분데스리가 경기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분위기였다." - 미드필더 조재훈

"분데스리가에 어울리는 스타일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늘 분데스리가가 꿈의 무대였다. 나도 이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다." - 수비수 김윤도

선수들의 꿈은 한 뼘 더 커졌다. 팀차붐플러스는 독일에 도착한 직후인 10일과 11일 호펜하임-아우크스부르크, 프랑크푸르트-샬케04의 분데스리가 2경기를 지켜봤다. 작은 소도시에 연고를 둔 호펜하임 경기에도 무려 27000명 이상의 관중이 모였다. 프랑크푸르트의 홈 경기엔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했다. 경기장 분위기는 마치 월드컵을 연상시킬 만큼 뜨거웠다.

직접 경기장 분위기를 느낀 선수들은 분데스리가의 인기를 실감했다. 축구 선수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팀차붐플러스는 프로 무대 진출, 나중엔 분데스리가까지 뛰고 싶다는 꿈을 더 확고하게 갖게 됐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구자철의 활약을 보고 직접 이야기까지 나눈 것도 동기부여가 됐다. 고교, K리그를 거쳐 유럽에서 뛰는 '팀차붐플러스'를 볼 수 있을까.

▲ 생각을 강조하는 독일의 훈련.

◆ 2차례 합동 훈련과 차두리 코치 특별 훈련

"훈련 프로그램은 같은데 목적이 다른 것 같다. 볼 다루는 것 외에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좋았다." - 수비수 안재준

"한국에서 훈련 땐 한 번 실수하면 지적하고 바로 개선할 점을 듣곤 했다. 훈련을 일단 하고 직접 개선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좋았다." - 골키퍼 황주호

"한국에선 감독님의 지시만 듣고 그것만 했다. 독일 선수들은 '설마 여기로 오겠어?'하는 곳으로 패스를 하더라. 생각하는 축구를 하니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것 같다." - 공격수 김태윤

"차두리 코치님이 진행하신 훈련이 기억이 난다. 골키퍼지만 빌드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마누엘 노이어 같은 골키퍼가 되고 싶다." - 골키퍼 이진우

팀차붐은 독일 현지에서 3번의 특별한 훈련을 진행했다. 14일 차두리 전 축구 대표팀 코치가 독일 현지 유소년 팀 감독과 훈련을 진행했다. 15일은 마인츠05 14세 이하 팀과 16일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15세 이하 팀과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독일 훈련은 축구를 다르게 보게 하는 눈을 열게 해줬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훈련을 진행했다. 당장 답을 찾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도와주는 것이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인츠05에선 짧은 패스 게임을 단계적으로 진행했다. 처음엔 그냥 훈련을 진행한다. 이후론 잘 되지 않은 점을 설명하고 어떻게 고쳐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도록 한다. 스스로 답안을 찾을 수 있다면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는 실제 경기 상황에 더 영리하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독일은 전술 이해도가 높은 선수를 길러내는데 목표를 둔다. 독일 선수들은 판단이 빠르고 적절하다. 공을 연결할 때와 드리블해야 할 때를 잘 구분한다. 팀차붐의 수비 조직이 깨졌을 때 약점을 찾는 데도 훨씬 능숙했다. 팀차붐을 이끈 최남철 숭실중 감독은 "수비진이 느슨했을 때 여지 없이 파고들더라"고 평가한다.

▲ 유쾌하지만 치열했던 프랑크푸르트와 합동 훈련

◆ 자율적인 축구의 힘

"훈련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수들 스스로가 움직여야 하는 분위기다." - 수비수 이상혁

"합동 훈련했던 프랑크푸르트 선수들이 경기에서 만나니 웃음기가 없더라. 할 땐 하고 놀 땐 논다. 실수해도 금방 잊는 정신력도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 수비수 윤태양

여러 선수들은 부드러운 훈련 분위기를 독일 축구의 장점으로 꼽았다. 훈련 내내 얼굴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즐기면서 훈련하는 와중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즐기는 분위기에서도 훈련 강도는 높을 수 있었다.

대신 선수들 역시도 변해야 한다. 선수들은 한국의 경우 지나치게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선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자평했다. 독일의 경우 쉬는 시간에는 웃고 떠들다가, 선수 스스로 금세 다시 훈련에 몰입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배우려는 사람과 타의에 의해 따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 동갑내기들과 경기로 치열했던 프랑크푸르트와 연습 경기

◆ 독일 유소년 팀과 3차례 연습 경기

"독일의 압박 강도가 심하다. 경기를 읽는 눈이 좋더라. 공간으로 줄지, 선수에게 줄지 잘 본다. 볼 받기 전에 보는 걸 배운 것 같다. 힘의 차이도 느꼈다. 더 노력해야 한다." - 수비수 박성훈

"축구에 대한 시야를 넓히게 됐다. 움직임의 중요성을 느꼈다. 첫 터치 하나로 상대를 제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공격수 강성진

"훈련 중 지적받는 것은 당연하다. 똑같은 플레이만 하면 발전이 없다." - 미드필더 서재민

"독일 선수들이 크고 세긴 하더라. 한국 선수다운 순발력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다." - 공격수 구민서

연습 경기에서 3경기 모두 대승을 거뒀다. VfB슈투트가르트 14세 이하 팀을 5-2로 이겼고, SV다름슈타트 14세 이하 팀은 8-1로 완파했다. 가장 강한 상대였던 프랑크푸르트 15세 이하 팀까지 5-2로 깔끔하게 잡았다. 18골을 넣고 불과 5골을 내줬다. 하지만 완벽한 경기력은 없고 그 와중에 개개인은 생각할 점이 더욱 많았다.

언급했던 대로 독일은 '생각하는 축구'가 강하다.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은 성인 무대에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덕목이다. 판단이 뛰어나고 빠른 것이 장점이다. 팀차붐플러스가 빠르고 강한 템포로 일시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강하지만, 경기 시간 내내 꾸준하게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은 독일 선수들의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1살 어린 14세 이하 팀을 상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동갑내기 선수들인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맞대결을 펼친 뒤엔 '신체 능력'의 차이를 넘을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체격에서 엇비슷한 상황에선 더 영리하게 뛰어야 했다. 공격수들은 순간적인 움직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공을 잡고 플레이하는 단순한 방식으론 힘에서 앞서는 수비수를 압도하기 어렵다.

결국 연습 경기는 발전할 점을 찾기 위한 시험이다. 무엇보다 만 15세는 성장이 목표가 돼야 할 시기다. 차 감독은 마지막날 서재민에게 "실력이 뛰어나니 공을 오랫동안 끄는 경향이 있다"는 조언을 남겼다. 이번 원정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서재민은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독일 원정을 마무리한 뒤 환호하는 팀차붐플러스

◆ 독일과 부딪히고 얻은 자신감

"독일이라고 하면 엄청 잘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나중에 직접 부딪혀 보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미드필더 조진호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독일 선수들도 잘하지만 작은 우리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 최석현

"팀에선 다들 핵심 선수다. 넓은 세계로 나와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 공격수 허승찬

차 감독은 "처음 분데스리가에 왔을 때 주변에서 잘한다는 말을 듣는데도 불안했다"고 말한다. 분데스리가라는 미지의 무대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이가 짊어지는 부담감이었다. 원래 가장 두려운 적은 미지의 적이다. 어느 정도 강한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두려움은 커지기 마련이다.

이번 독일 원정은 기존의 틀을 깨고 나오는 기회다. 팀차붐플러스는 중등축구연맹의 도움을 받아 꾸려졌다. 연맹에서 운영하는 '상비군' 풀 내에서 추천을 받았다. 각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독일 선수들과 직접 맞부딪혔다. 힘과 높이, 전술 이해도에서 독일에서 앞선다면, 빠른 몸짓이나 활동량 등에선 한국도 장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훈련 내용과 경기 내용을 복기하면서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해가야 한다고 말한다.

▲ 팀차붐플러스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차범근 감독(오른쪽), 그의 열정이 16명의 선수를 독일로 이끌었다.

◆ "제 2의 차붐이 되고 싶다" 후배들도 꿈을 꾼다

"차범근 감독님의 조언을 귀기울여 들었다. 차 감독님처럼 성공한 축구 선수가 된다면 후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 윤준서

차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를 "늘 은퇴 후부터 생각했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면서 "엄청난 동기 유발, 자극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어 "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 변화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것"라고 설명한다.

차 감독 덕분에 독일을 경험할 기회를 얻었던 후배들도 같은 생각을 떠올린다.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배운 것을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 한 발씩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