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차붐플러스의 마지막 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팀차붐플러스와 첫 만남이 기억난다. 중학교 3학년은 마냥 어린 줄로만 알았는데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16명의 선수들은 크고 건장했다. 겉만 보기엔 애라기보단 어른. 대한민국 남자 평균 키를 가진 나보다 훌쩍 큰 선수들이 많았다. 이렇게 큰 사람이 많아서야 조만간 내가 한국 전체 평균 이하로 떨어지는 날도 오겠구나 싶었다.

겉모습만 보니 존댓말을 해야할지, 아니면 조금 편하게 반말을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나 스스로가 초면부터 다짜고짜 반말하시는 분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존댓말부터 쓰기로 작정한다. "키가 크네요? 골키퍼인가? 포지션이 어디에요?" "186cm요. 센터백요." 길지 않은 질문엔 더 간결한 대답이 돌아온다. 아차. 사춘기를 맞은 중학생들과 친해지려면 '아저씨'는 꽤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독일에 도착해 서먹서먹하게 버스를 나눠 타고 움직인다. 며칠이 지나도록 선수들하고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게 숫기가 있는 어른은 아니로구나. 그래도 경기날 가서 한, 두 마디씩 말을 붙인다. "독일 애들하고 하는 경기 기대돼요?"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용기를 내 반말로 말을 걸기 시작하고 조금 더 활달해보이는 친구들부터 말을 걸어본다.

그렇게 말을 트고 얼추 아이들이 눈에 익으니 중학생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영락없는 16살 중학생들이다. 내가 던지는 존댓말이 부담스럽고, 너무 예의를 차린 질문에 익숙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제법 이야기를 나누니 이제는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건다. 나름대로 긴장하고 질문을 듣지만 내겐 귀여운 내용들 뿐이다. "기자하면 하루에 기사를 얼마나 써요?", "회사는 어디 있어요?", "여자 친구는 있어요?" 아, "월급이 얼마에요?"라는 질문은 조금 당황스럽다. 나랑 눈이 마주치면 은근히 눈을 피하는 것 같아, 선뜻 다가서지 못했던 아이들과도 한국으로 향하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는 결국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대신 피치에 들어서면 눈빛이 변한다. 실력이 뛰어나다. 독일 유소년 팀을 상대로 3연승을 거뒀다. 사실 1살 어리다는 VfB슈투트가르트, SV다름슈타트를 완전히 압도할 때만 해도 '덩치'가 커서인 줄 알았다.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동갑내기들을 5-2로 꺾는 걸 보니 현재 한국 축구가 기대를 거는 유망주들답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꽤 밝아 보인다. 마무리 결산 기사를 위해 선수들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나눴다. 나름대로 보고 느끼고 가는 점들이 있다. 더 큰 무대를 직접 보고 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말을 하나같이 말한다. 팀차붐플러스를 보내는 차범근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의 말처럼 "한국 축구를 바꿀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선수들이 멋진 선수가 되길 응원할 것이다.

청소년 시기부터 경쟁의 세계에 살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 자체로도 기특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난히 빨리 철이 들고 미래에 대한 결정도 빨리 내려야 한다. 대학 졸업까지 느긋하게 미래를 고민했던 나의 삶을 돌아보니 이 어린 선수들이 대단하게만 보인다.

축구 선수를 향한 꿈을 향해, 있는 힘껏 달리길 응원한다. 그리고 정말로 뜻대로 되지 않을 땐 축구 선수가 아닌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떠올려주길 바란다. 프랑크푸르트 클럽하우스에서 들었던 강연을 기억해보자. 혹시 모두 프로 선수나 A 대표 선수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당장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세상엔 축구 선수인 사람보다, 축구 선수가 아닌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은가. 뛰어난 축구 선수가 되는 것만큼, 훌륭한 고등학생 그리고 멋진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독일에서 만났던 2018년의 11월처럼 순수하고 바른 마음을 오래도록 지켜나가길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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