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재욱은 OCN '손 the guest'에서 최윤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제공|매니지먼트 숲

[스포티비뉴스=장우영 기자] 이처럼 영리한 배우가 있나 싶다. ‘보이스에서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소름을 끼치게 하더니 사랑의 온도에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면모를 가친 키다리 아저씨가 됐다. 1년 전에 극과 극을 오가며 연기 인생에 인생 캐릭터를 추가한 김재욱은 뮤지컬 아마데우스에서는 모차르트로 변신했고, 최근 종영한 the guest’에서는 사제 캐릭터를 맡아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모두 2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김재욱에게는 지난해도 특별했지만 2018년은 더욱 특별하다. 상반기 7년 만의 무대 복귀이자 첫 연극 도전을 알린 아마데우스에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로 변신해 광기 어린 천재의 복잡다단한 내면과 삶을 풍성하게 그려냈다. 하반기에는 영화 나비잠에서 한 여자를 향한 일편단심 연하남의 뜨거운 직진 사랑으로 핑크빛 설렘을 안겼고, 지난 1일 종영한 OCN 수목드라마 the guest’에서는 데뷔 후 첫 사제 역 도전이자 몽환적이면서 다크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 배우 김재욱은 OCN '손 the guest'에서 최윤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제공|OCN

the guest’는 김재욱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첫 사제 캐릭터를 소화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보이스에서 호흡을 맞춘 김홍선 PD와 다시 만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김동욱과도 11년 만에 다시 작품에서 만나 여러 방면으로 의미가 있었다.

김홍선 PD님과는 보이스에서 호흡이 좋았고, 서로의 장점도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김홍선 PD가 연출을 한다고 해서 어떻게 나올지 느껴졌기에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장르를 잘 만드시는 분으로 유명하시기도 하니까요. 큰 의심 없이 시작할 수 있던 작품이죠.”

“‘커피프린스 1호점이후 서로가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성장이 피부로 느껴졌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김동욱을 만났을 때는 커피프린스 1호점때 느낌이 강했어요. 김동욱과 작업을 할 때 그때도 이런 느낌이었지, 이런 분위기였지라는 향수가 있었어요. 그런 향수가 느껴지면서 20대 중반 때처럼 행동했던 것 같아요. 그때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와 현장에 있으니 그렇게 됐어요. 김동욱을 만나면서 당시 자주 지었을 법한 웃음, 어디 가서 하지 않을 자연스러운 것들이 몸에서 나왔어요. 너무 즐겁고, 옛날 생각 많이 났어요.”

▲ 배우 김재욱은 OCN '손 the guest'에서 최윤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제공|매니지먼트 숲
이미 호흡을 맞추며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연출과 배우, 11년 전 만나 당시의 좋은 기억으로 다시 호흡을 맞추는 동료가 있어 부담이 없었을 법 했다. 하지만 사제라는 캐릭터는 처음이고, OCN에서 수목드라마를 편성한 건 the guest’가 처음이기에 걱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사제복을 입었는데, 의상이 주는 힘이라고 해야 할까요. 의상을 갖추면서 기본적으로 만들어지는 자세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최윤이라는 캐릭터를 혼자 준비할 때보다 의상을 입고 할 때 힘을 받게 됐어요. 행동 양식과 움직임 등에서 이렇게 의상의 힘을 받아본 건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보통 사제가 아닌 구마사제이기 때문에 연구를 많이 해야 했어요. 자료도 많이 봤고, 영상도 많이 봤어요.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부분도 방대하게 준비를 해줬고, 여러 성당을 다니면서 신부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최윤이라는 캐릭터가 구체화됐어요.”

▲ 배우 김재욱은 OCN '손 the guest'에서 최윤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제공|OCN

김재욱을 가장 힘들게 한 장면은 구마의식이었다. 사제라는 캐릭터도 처음인데, 구마의식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다. 구마의식을 촬영하는 날에는 모든 걸 내려놓고 해야 할 정도였다고.

구마의식을 찍을 때는 엄숙해지고 긴장이 되죠. 리허설 때만 해도 까불고 그래도 슛이 들어가면 그때는 정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구마의식이라는 게 영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요. 음악, 카메라, 조명 등의 힘을 받긴 하지만 에너지를 오직 배우의 연기력으로 표현해햐하거든요. 그래서 구마의식 촬영하는 날은 각오하고 나갔어요. 모든 걸 놓고 시작해야 해요. 하루 종일 촬영하거든요.”

첫 구마의식이 가장 힘들었어요. 압도적이었죠. 경험도 없었고, 대본에 나온 것들을 처음으로 영상으로 선보이는 것이기에 어떻게 표현할지, 어디까지 액팅해야 할지 모든 게 다 물음표였어요. 그래서 첫 구마의식이 가장 힘들었고, 그 이후부터는 익숙해졌어요.”

▲ 배우 김재욱은 OCN '손 the guest'에서 최윤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제공|매니지먼트 숲

힘든 점이 많았지만 그것들을 감수할 정도로 최윤은 김재욱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김재욱은 최윤이라는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를 만나 변하는 과정이 재밌었다고 이야기했다.

최윤이라는 캐릭터의 외형적인 접근은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인물이 가진 기본적인 색이 예를 들어 파란색이라고 한다면 그 파란색을 비주얼적으로 표현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궁금했던 건 최윤도 그렇고, 윤화평(김동욱 분), 강길영(정은채 분)이 모두 비극적인 서사를 가진 캐릭터인데 이들이 만나면서 어떻게 변할까였어요.”

작품 중반부부터는 박일도가 누구냐에 대해 포커스가 맞춰지고, 세 인물이 박일도를 쫓아가면서 변해가요. 최윤은 원칙주의자에 차가웠는데 점점 이성을 잃어요. 행동 양식도 달라지고 표정도 바뀌죠. 전혀 초반의 최윤이 아니에요.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게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모든 캐릭터가 변해가는 과정이 있는데, 모두 연기적으로 부딪힌 적이 없어요. 늘 즐거운 촬영장이었어요.”

▲ 배우 김재욱은 OCN '손 the guest'에서 최윤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제공|OCN

김재욱의 고민과 노력은 캐릭터에 녹아있었다. 김재욱은 맞춤옷을 입은 듯 표정과 말투, 행동까지도 캐릭터의 성격을 담아내며 존재감을 뽐냈다. 극 초반에는 감정이 메마른 듯 차가운 외면과 냉철했다면 회를 거듭할수록 내면 속 따스함, 아픔부터 들끓는 감정의 진폭은 유려하게 오갔다. 김재욱의 치밀한 고민과 노력으로 탄생한 최윤에 시청자들은 몰입했고, 이를 통해 the guest’에 빠져들었다.

the guest’는 마지막회에서 시청률 4%를 돌파했다. 지난 1일 방송된 마지막회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4.1%, 최고 4.5%를 기록한 것. 자체 최고 시청률이자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극의 엔딩과 마찬가지로 성적 또한 해피엔딩이었다.

이 정도까지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시간대가 오후 11시였고, OCN에서 처음으로 수목드라마 블록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미지수였죠. 하지만 시청률을 떠나서 우리가 작품을 만들어왔던 퀄리티 등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시청률을 떠나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 되겠다는 확신은 있었어요.”

▲ 배우 김재욱은 OCN '손 the guest'에서 최윤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제공|매니지먼트 숲

좋은 성적을 거둔 작품 속에서 김재욱도 얻은 게 있었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인생캐릭터를 추가했다. 여기에 연기적으로 더 여유를 얻었다.

더 여유 잇게 있어도 된다라는 생각을 얻었던 것 같아요. 유연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죠. 함께 하는 사람과 궁합이 중요하지만 유연하게 있으면서도 내 연기에 최선을 다해서 작업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경험을 이번 the guest’를 통해 얻은 것 같아요.”

지난해부터 정말 열심히 일하며 열일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김재욱은 앞으로도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연기를 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김재욱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업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내가 살면서 뭔가를 느끼고 배우는 데 있어 영화, 음악,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감사해요. 시청자들이나 관객이 저를 다시 봐주고 좋은 배우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 제가 잘 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지금까지는 정말 운이 좋게도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에서 즐겁게, 책임감으로 임하고자 하는 마음이에요. 사명감도 있어요. 저를 응원해 준 분들에 대한, 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끌어 준 분들에 대한 책임감. 앞으로도 좋은 배우로 불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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