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이끌어 가는 두 명의 여성이 있다. 신씨 부인과 옥분이다. 이 중 손나은은 옥분 역을 맡았다.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손나은이 태어나기도 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공포영화였다. 부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도전했다. 연기하는 손나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나은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에이핑크 멤버로 데뷔했다. 배우보다는 가수로 대중을 먼저 만났고, 가수 활동을 하면서 배우로도 대중을 만났다.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서 호평을 받았고, '여곡성'을 통해 스크린 첫 주연을 맡았다.

부담이 되는 것은 많았다. 걸그룹인 손나은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 것인가도 문제였지만, 유명한 원작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옥분을 만들어 내는 것도 미션이었다. 또 에이핑크 손나은을 아끼는 팬들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손나은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혼자라는 부담이 있을 법 했지만,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가수 손나은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 이하 손나은과 나눈 일문일답

Q. 1986년 개봉한 원작을 봤나.

원작을 볼지 말지 고민을 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보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옥분은 각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변한 캐릭터다. 원작을 보고 연기를 하면 영향을 받을 것 같아서 보지 않았다. 이제 촬영을 마쳤으니 볼까 생각중이다.

Q.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은 어땠나.

적응이 안 되더라. 하하. 좀 새로웠다. 항상 TV에서만 보다가 큰 스크린으로 보니까 재미있더라. 보는 내내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Q. 유영선 감독이 캐스팅한 이유를 이야기 해 주던가.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왜 나를 캐스팅 했는지는 모르겠다. 물어보지 못했다. 그냥 내 나이에서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캐스팅하지 않았나 싶다.

Q. 이 작품이 선택이 쉬운 작품은 아니었을텐데.

가수로는 예쁜 모습, 멋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연기를 할 때는 많이 내려놓고 싶었다. 지금까지 작품을 선택할 때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사극 머리에 메이크업을 덜어 내고, 떼 분장도 했다. 큰 도전이었다. 연기를 할 때 만큼은 가수 손나은이 아닌, 연기하는 손나은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선택했고 노력 했다.

Q. 예뻐 보이고 싶은 나이인데, 임산부 설정 등 꺼려진 부분은 없나.

꺼려지진 않았지만 모성이라는 감정이 어렵더라. 경험하지 못한 감정이다.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엄마를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Q. 베드신 등 팬들이 느낄 이질감은 고민하지 않았나.

사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걱정 되지 않았는데, 팬들은 걱정 되더라. 우리(에이핑크)를 딸처럼 생각 하신다. 의상 하나하나, 행사 때 얇은 옷이나 짧은 치마를 입혔다고 뭐라고 하기도 한다. 팬들이 굉장히 보수적이다. 하하. 팬들 생각이 났다. 그래도 연기로 봐 주시면 좋겠다.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Q. 분장이나 의상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에 더 관심이 갔다. 드라마나 화보를 찍을 때도 의상 콘셉트나 세트 등에 관심이 많다.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 것 같고, 이모 할머니가 무대 감독이시다. 같이 작업을 한 적도 있다. 언젠가는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다. 장르가 사극이라 처음 보는 세트, 소품 등이 흥미로웠다. 미술팀이 하는 것을 열심히 보기도 했다.

Q. 영화에서 본인의 의견이 들어간 의상이나 분장이 있나.

초반에 신씨 부인의 집에 들어갈 때 의견을 냈다. 갈 곳 없는 고아니까,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고 떼 분장을 더 하고 싶었다. 스태프들이 말리더라. 그래도 가릴 곳은 가려야 한다고 했다. 떼 분장도 더 하고 싶었는데 말려서 많이는 하지 못했다. 그런 부분이 좀 아쉽다.

Q. 옥분은 변화하는 인물이다.

대본을 보고 혼자 계산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준비를 해 갔는데, 현장에서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현장에서 받아 느끼는 부분이 있다. 옥분의 초반은 굉장히 겁먹고 주눅이 들고, 어쩌면 보호 해 주고 싶은 아이다. 임신을 하면서 욕망으로 변질된다. 그때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Q. 옥분은 욕망을 표현하는 것도 조금은 달랐다.

옥분은 자기 생각과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다. 화를 내거나 분노를 할 때도 대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 톤과 표정만으로 한다. 감정 조절을 하면서 표현했다. 초반은 후반과 대비를 보여야 해서 더 기가 죽은 옥분을 표현했다. 대사도 별로 없다.

Q. 굉잫이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하더라.

맞다. 메모를 하고 대본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준비를 한다. 대사를 녹음해서 들어보기도 하고 혼자 영상을 찍기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그런데 부작용이 있더라. 내가 생각했던 것과 현장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감독님이 서영희 선배님은 본능적으로 연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공부를 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아직 경력이 많지 않아서 어렵다.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라 배우고 싶다.

Q. 첫 주연작이다.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 해주길 원하는가.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것아라 생각하고, 감안한 후 시작했다. 어떤 평가든 받을 준비가 돼 있다. 연기 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반응을 보는 편이다. 봐야 발전하고 고칠 부분을 알게 된다. 상처를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조금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평가든 달게 받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다.

Q. 그래도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잘 이겨냈다고 말해주고 싶다. 개인적이든 현장이든 컨디션이 완벽하더라도 100%를 끌어 내지 못할 수 있다. 촬영을 할 때 콘서트 준비를 병행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100%가 아닌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기는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겪으며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아프지 않고 촬영을 끝낸 내 자신이 대견하게 생각한다. 하하.

Q. 옥분은 욕망을 키워가는 캐릭터인데, 손나은의 개인적인 욕망이 있는가.

욕망이라기 보다는 갈수록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진다. 미술 쪽으로도 뭔가를 해서 보여드리고 싶다. 개인전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다. 열심히 준비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 순간 어려워졌다. 좀 더 진지하고 깊이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준비를 하다가 지금은 손을 놓고 있다. 카페 같은 것도 해보고 싶다. 그곳에 내 그림도 걸고 팬들과 만나기도 하고, 팬미팅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