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리어에 드디어 우승 경력을 넣게 된 홍정호.
[스포티비뉴스=완주, 유현태 기자] 홍정호는 장쑤 쑤닝을 떠나 전북 현대로 1년간 임대를 왔다. K리그1 우승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농사는 모두 지은 이 시점 '임대생'에게 2018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전북 현대는 지난 1월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당시 인터뷰에 나섰던 홍정호는 다소 어색한 듯했다. 형제 홍정남이 같은 팀에 있긴 하지만 전북 선수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은 어색할 수밖에 없었을 터. 다소 딱딱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홍정호는 "경기를 뛰는 것도 좋지만 선수 생활하면서 트로피를 들 일은 많지 않다. 경기를 많이 못 뛰어도 나라면 우승 컵을 택하겠다"면서 우승 의지를 나타냈다. 각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치며 주목을 받은 선수지만 올 초만 해도 우승 경력이 없었다.

아직 시즌 종료라고 말하기엔 이른 10월 전북이 우승을 확정했다. 홍정호의 경력 사항에도 'K리그1 우승(2018)'이란 한 줄이 추가되지 않았을까. 이제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홍정호를 볼 수 있게 됐다. 그에게 전북 임대 생활 1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그에게 2018년은 축구를 조금 더 배우고, 새로운 팬들에게 감동하고, 또 좌절을 맛보며 성장한 시간이었다.

홍정호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 미드필더 이승기가 "돌아가니까 혼자 인터뷰하는 거야? 빨리 돌아가"라며 농담을 한다. 자연스럽게 투닥거리는 것을 보니 지난 9개월이 짧은 시간은 아니었나보다.

다음은 홍정호와 일문일답.

▲ 홍정호에게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ACL 8강 수원과 경기였다.

시즌이 얼추 마무리된다. 지금 돌아본다면.
작년에 공백기가 있었다. 감독님이 손을 내밀어주셔서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K리그의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컨디션이 더 빨리 올라왔던 것 같다. 팀과 어울리면서 좋은 성적도 내고, 우승을 해서 기쁘다.

시즌 전 경기 출전 자체보다도 우승이 간절하다고 했다. 팀 분위기를 보니 K리그 우승엔 크게 기뻐하지 않는 것 같다.
좋긴 좋다. 근데 모르겠다. (우승을 확정한 게) 울산이어서 그런지 형들도 시큰둥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 우승했구나' 싶기만 했다. 인천전에서 팬들하고 우승 컵을 들고 나면 좀 실감이 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시즌엔 만족하나. 우승도 차지했다.
시즌 중간 부상도 있었다. 처음부터 감독님과 선수들이 목표로 했던 ACL에서 완성 단계까진 가지 못했다. FA컵도 탈락했다. 그래도 저한테는 K리그 우승도 하고 경기도 나름대로 많이 출전해서 잘 보낸 것 같다.

ACL이 유난히 아쉬울 것 같다.
8강 1차전 수원과 경기가 정말 아쉽다. 그 전에 상주 상무와 리그 경기에서 부상했다. 1차전에 결장하게 됐고 힘든 경기를 했다. 2차전을 잘 준비했는데 마무리가 아쉬웠다.

수원과 ACL 8강 2차전에서 불붙은 추격을 봤다.
1차전을 0-3으로 패하고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빠른 시간에 득점한다면, 어차피 우리는 쫓아가는 쪽이었다. 압박은 상대가 더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골만 안 먹으면 무조건 공격이 해줄 것이라 믿었다. (김)민재랑, (최)보경이 형이랑 잘하자고 미팅도 많이 했다. 아쉽다. (잘 쫓아갔는데.) 그래서 더 아쉽다. 아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탈락했으면 좀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3골을 따라가고 연장까지 가고 이길 수 있는 상황도 있었다. 마지막 문을 못 넘은 게 아쉽다.

현재 K리그 최고의 팀이란 전북의 저력은 무엇인 것 같나. 냉정히 봐달라.
모든 선수들의 자신감이 좋다.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고 들어간다.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형들, 감독님들이 잘 이끌어주시고 그런 점에서 강하다고 느꼈다. 졌을 때도 다음 경기를 지지 않는다. 이번 시즌 연패를 하지 않은 것 같다. 연패를 하면 분위기가 떨어지기 쉽다. 패해도 바로 올라올 수 있는 점이 강하다. 당연히 기량도 말할 것이 없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거라고 한다.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누군가 커버해줄 수 있는 팀이다. 강팀이다. 앞에 (이)동국이 형, (신)형민이 형이 또 잘 이끌어주신다.

▲ 홍정호(왼쪽)가 지난 1월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형님' 홍정남과 웃고 있다.

이번 시즌을 보내면서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나.
수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도 있었다. 여기서 최강희 감독님한테 많이 배웠다. 감독님은 수비수가 공격수 뒤에 있으면 죽은 선수라고 한다. 수비도 앞에서 강하게 하라고 하신다. 뒤에서 하지 말고 앞에서 부딪히고 싸우라고. 난 원래 뒤에서 지연하고, 드리블 치면 따라가는 스타일이다. 주력이 좀 있는 편이라. 공격수랑 싸우는 것, 적극적으로 싸우는 것도 배웠다.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틀린 것 같더라.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적극적인 스타일'을 조금 더 설명해준다면.
공격수가 돌아서면 부딪혀서 공간을 주지 않게 하는 것. '쫑을 낸다'고들 한다. 공격수가 돌아섰을 때 공을 터치하는 것이다. 적응이 안되기도 했다. 보고 느끼면서 많이 배웠다. ('쫑을 낸다'는 게 일반적으로 수비에선 위험한 것 아닌가.) 당연히 위험 지역에선 아니다. 전북은 항상 위부터 수비하지 않나. 위에서는 과감히 할 수 있다. 저 뿐 아니라 보경이 형, 민재, (이)용이 형, (최)철순이 형까지 좋은 수비가 많아서 다 커버해준다. 믿고 하고 있다. 수비하면서 몰랐던 걸 배워서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아쉬운 점이 있을 것 같다.
4,5월달에 일정이 빡빡한데 자주 다쳤다. 그때 팀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게 아니라 연승 행진했다. 미안했지만 선수들, 감독님한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상주전에서 다쳐서 ACL 8강 1차전을 못 뛴 게 제일 아쉽다. FA컵도 1경기도 출전 못하고 끝나서 아쉽고.

거취가 궁금하다. 전북을 떠나야 하는 상황 아닌가.
일단 전북은 1년 임대로 왔다. 중국으로 돌아가봐야 하는 상황이다. 거기도, 여기도 시즌은 다 안 끝났다. 중국 (장쑤) 감독이랑 이야기를 해본 게 없다. 접촉도 없었다. 시즌을 마치고 돌아가서 잘 상의해야 한다. 내년까지 아직 1년 계약이 남았다.

전북 팬들이 많이 아쉬워할 것 같은데.
좋은 기회가 된다면 좋은 팀, 우승할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 좋은 선수들하고 당연히 1년 더 하고 싶다.

▲ 홍정호는 대표팀 복귀보다 지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곽혜미 기자

해외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돌아온 K리그에 바뀐 점이 따로 있었나.
K리그 전체는 잘 모르겠다. 전북은 팬도 많고 클럽하우스도 유럽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좋다.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 정말 좋다. 다른 팀 사정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전북에서는 환경도, 팬들도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대표팀 경기 때 표도 매진되고 그러지 않나. K리그도 살아날 것 같아서 좋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다. 지금 워낙 분위기가 좋지 않나.
3월엔 아쉬웠다. 꼭 내가 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도 워낙 한국 축구의 기세가 좋다. 살아나고 있고 팬들도 많아지고 관심도 높아졌다. 감독님도 좋은 분이 오셨다. 경기를 보면서 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자신감도 받고 좋다. 한편으론 가고 싶긴 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꼭 지금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 생활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친한 동료들이 대표팀에서 맹활약한다.
(김)영권이, (정)우영이, (장)현수 자주 연락한다. 보기 좋다. 월드컵에서 안 좋았는데 그걸 계기로 성장하고 경기력도 좋아진 것 같다. 영권이는 안 좋은 경기력을 보이다가 지금 많이 바뀌지 않았나. 얼마나 연습하고 노력했을지 생각한다. 자극도 되고 좋은 모범이 되는 것 같다. 친구들이.

사실 임대생이다. 그런데도 많은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어떤 마음이 드나.
난 민재, 보경이 형이 워낙 잘해서 덤으로 같이 가는 것 같다. 팬들이 경기장에 들어가면 제 이름을 불러줄 때 가슴이 떨리고 좋았다. 어느 경기였더라. 앞 경기를 크게 지고 홈에서 중요한 경기를 앞둔 때였다. 태국에서 부리람한테 지고 2차전 준비할 때였다. 경기장에 들어가는데 입구부터 팬들이 응원을 해주시더라. 서포터석이 아니라 버스 내리는 곳이었다. 그걸 보고 가슴이. 뭉클하고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경기를 앞두고 부담감이나 긴장이 있었는데, 팬들을 보고서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었다. (팬들의 목소리에 힘이 난다는 게 진짜인가.) 맞다. 항상 느낀다. 그 목소리가 힘이 된다. 제 이름을 들으면 더 집중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전북에서 이제 6경기가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일단 우승은 확정했지만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경기 보여드리고 싶다. 올해는 전북에 홍정호가 있어서 든든했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돌아가도,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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