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다. 모든 질문에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도 없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동안 치른 네 번의 A매치를 통해, 밝힐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숨김 없이 자신의 구상을 털어놨다. 

벤투 감독은 2019년 UAE 아시안컵 본선이 얼마 남지 않은만큼 언론이나 선수들과 밀고 당기기를 하느라 연막을 치지도, 정보를 제한하지도 않았다.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 친선경기는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안방에서 볼 수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그동안의 경기와 기용된 선수들, 아시안컵 플랜A 구상에 대한 질문에 충분한 힌트를 줬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중남미 팀을 상대한 4경기에서 2승 2무를 기록했는데, 대체로 내용과 결과가 만족스러웠으나 상대한 팀 중 가장 약했던 파나마와 경기에서 2-0으로 앞서가 2-2로 비겨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선수를 파악하는 시점이었지만 실전 경기에서 실험하지 않고 훈련을 통해 고른 옥석, 베스트 멤버를 세 경기 내리 투입했다. 교체 카드도 6장이 있다고 실험적 의미로 쓰지 않았다. 철저히 본선 경기에 대비한 선발 명단과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 벤투 감독은 직전 경기 선발 명단의 5명을 바꿨다. ⓒ한희재 기자

◆ 처음 실험한 벤투, 첫 부진을 인정하고 설명하다

우루과이를 상대로 거둔 기대 이상의 경기력과 결과 이후 약체 파나마를 상대로 벤투 감독은 선발 명단의 절반 가까이를 바꾼 실험적 포메이션과 선수 기용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초반 35분 간 좋은 경기를 하면서 리드했다. 그 뒤에 문제가 생겼다. 선수들이 잇단 성공에 집중력을 잃은 것이다.

벤투 감독은 인정했고, 설명했다.

"전반 35분까지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갔다. 그 이후에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간 것 같다. 35분까지는 경기를 원하는 지배하고, 컨트롤 하고 2득점을 하게 됐다. 추가적인 득점 기회들도 만들어 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조금 템포가 늦어지면서 볼을 돌리고 후방에서 빌드업하는 것, 또 수비하는 것에서 집중력이 떨어져서 경기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고 생각한다."

그는 처음 마주한 부진한 경기 내용에 대해 "30분까지는 잘하다가 조금 경기력 떨어진 것에 대해, 축구가 원래 그렇다고 생각을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때부터 우리가 조금더 간결하게 플레이 하던 것들을 어렵게 플레이 하기 시작했다. 안정적으로 하면서도 빠르게 전환이 됐어야 하는데 그게 나오지 못했다. 후반 막판 10분부터 또 후반까지, 우리 것으로 경기를 만들지 못하고 컨트롤 하지 못하면서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른 시간의 리드와 지난 3경기에서 이어진 성과가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고, 이것이 축구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 점은 선수들도 인정한 부분이다. 

"이기고 있을때 미숙하게 운영한 것 같다. 선수들이 배울 수 있는 부분이다. 이기고 있었는데, 굳이 공격적으로 골을 더 넣으려고 하다 보니 아쉬웠던 점이 있다. 선수들이 금방 배울 것이라 생각한다. 실수 장면에서도, 안일했던 것이다." (기성용)

파나마는 최근 A매치 6연패를 기록 중인 FIFA 랭킹 70위의 한 수 아래 팀이지만, 벤투 감독 부임 후 한국 대표팀이 가장 완성도 낮은 60여분을 보내게 했다. 경기 막판 역전골을 내줄 수도 있었다. 

그동안 주력으로 기용한 장현수, 정우영 등을 벤치에 대기시킨 벤투 감독의 선수 실험이 1차적으로 팀의 구조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2-0 리드 상태에서 선수들이 보인 안일한 자세가 더 큰 문제였다. 기용이 문제였다고 보기에, 첫 선발 기회를 잡은 황인범은 A매치 데뷔골을 포함해 준수한 경기를 했고, 김민재 역시 신태용 전 감독 체제에서 주전 수비수 자리를 꿰찼던 선수다. 

▲ 벤투 감독은 이승우를 3경기 연속 벤치에 뒀다. ⓒ한희재 기자


◆ 이승우를 3경기 연속 벤치에 둔 이유

두 번째로, 벤투 감독은 현재 10대 팬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스타 이승우를 3경기 연속 벤치에 두고 교체 출전조차 시키지 않은 이유를 가감없이 설명했다.

"다른 선수가 나왔기 때문에,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이승우는 벤투 감독의 첫 경기였던 코스타리카와 경기에 후반 38분 손흥민이 나오며 투입됐다. 손흥민이 체력적으로 지친 가운데 여섯 번째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후 3경기에 결장했는데, 칠레전에 6명의 교체 선수 안에 들지 못했고, 우루과이전은 4장의 교체카드만 썼다.

선발 명단부터 변화를 많이 준 파나마전은 6장의 교체 카드를 썼는데 황의조, 정우영, 장현수 등 꾸준히 주전으로 기용된 선수들과 좌우 풀백을 교체했고, 4경기 연속 조커로 투입한 문선민가 선택됐다. 새로운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선발 명단에는 실험적 성격을 가미했지만, 파나마전을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플랜A를 강화하는 데 활용한다는 기본 방침을 유지했다. 2골을 넣고 다시 2골을 따라잡힌 상황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떠나 이승우가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발 선수, 그리고 6명의 교체 선수와 경쟁에서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벤투 감독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해서, 나오지 못한 건 아니다. 일부 다른 선수도 소속팀에서 출장 기회가 많지 않은데 소집되었다. 단순히 그 포지션에 다른 훌륭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 뿐"이라고 했다. 동 포지션에 경쟁하고 있는 선수들이 우선순위에 있기에 투입 기회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는 공격 전 지역을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원톱 포지션은 벤투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적 역할을 하기에 피지컬이 부족하다. 이승우는 2선의 좌우, 중앙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분류도 미드필더로 되어 있다. 이승우는 손흥민, 남태희, 황희찬, 문선민, 황인범과 경쟁한다. 부상으로 도중에 빠진 이재성도 경쟁 대상이다. 

손흥민, 남태희, 이재성, 황희찬은 벤투 감독이 선발 자원으로 보고 있다. 이재성과 황희찬은 오른쪽 측면 공격 자리를 두고 팽팽하다. 문선민은 4경기 모두 교체 출전했고, 황인범은 3경기 교체 출전에 이어 파나마전에 첫 선발 기회를 얻었다. 황인범은 남태희의 자리, 정우영의 자리를 모두 볼 수 있다. 

이승우는 포지션별 두 배수의 선수를 선발한다고 가정했을 때 2선 6명 안에 들지 못한다. 1,2기 벤투호는 24~25명을 선발했다. 지동원, 구자철 등이 부상에서 회복하고, 이청용까지 컨디션이 올라온다면 대표팀 입성 경쟁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지동원은 원톱 자원으로 분류되지만 손측면 공격수로도 뛸 수 있다. 구자철은 전방과 2선, 중원 모든 자리를 볼 수 있다. 

2기 명단으로 보면 김승대, 이진현까지도 이승우의 경쟁자다. 이진현은 23인 엔트리에 들지 못해 파나마전 명단에서 빠졌다. 이승우는 최초 발탁된 이진현보다는 앞에 있다. 

김승대도 두 경기 모두 뛰지 못해 어떤 선수가 이번 소집 훈련 과정에서 벤투 감독의 마음을 잡았는 지는 알 수 없다. 3기 명단 발표에 드러날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이승우가 2019년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들기 어려워 보인다.

▲ 파나마전에 선발로 뛴 박주호와 황인범은 파나마전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한희재 기자


◆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1-2기 명단에서 큰 변화 없다

벤투 감독은 2기 소집에 경남FC 수비수 박지수를 깜짝 발탁했으나 경기에는 투입하지 않았다. 3기 소집에도 깜짝 발탁이 있을 수 있지만,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벤투 감독은 1,2기 소집을 통해 이미 아시안컵 플랜A에 대한 윤곽이 나왔다고 공언했다.

Q.손흥민, 장현수, 김영권, 기성용 4인이 벤투 감독 축구의 토대가 된다고 봐도 되나?

"정우영, 남태희, 이용 등도 상당히 기용 된 선수들이다. 기본적인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안컵까지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많은 것을 실험할 수는 없지만, 베이스 만들어 놓고 호주에서 한번 더 소집해서 잘 활용해서 필요하면 일부 선수들 실험할 것이다."

"당연히 9월부터 소집한 선수들은 상당수 다음 소집에도 올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오늘은 5명을 바꾸었다. 거의 50%를 바꾼 것이다. 나는 많은 변화를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 포메이션은 크게 바꾼 것은 없다. 단지 미드필드에서 변화를 준 것이 다다. 더 추가적으로 실험을 할지는 지켜봐야할 일이지만, 9월부터 소집된 선수들은 11월에도 오고 아시안컵까지 기본 그룹을 형성하는 선수들이 될 것이라 본다."

아시안컵에 나설 벤투호 윤곽은 거의 드러났다. 골키퍼 김승규, 조현우, 김진현. 수비수 홍철, 김영권, 장현수, 김민재, 이용. 미드필더 기성용, 정우영, 황인범. 2선 공격수 손흥민, 남태희, 이재성, 황희찬, 원톱 황의조. 이 16명이 확고하다. 

나머지 7명의 자리도 벤투 감독으 전술적으로 성향이 달라서 뽑았다고 한 석현준, 9월 소집에서 좋은 경기를 한 지동원의 승선 가능성은 높다. 벤투 감독은 파나마전에 "특히 왼쪽 측면에서 좋은 장면이 나오고, 크로스를 통해서 기회 창출할 수 있었는데 충분히 이용하지 못했다"고 말해 득점을 올린 레프트백 박주호에 대해서도 믿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 구자철은 부상으로 1,2기 소집에 빠졌다. 3기 소집이 마지막 기회다. ⓒ곽혜미 기자


그렇다면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네 자리다. 포지션으로 보면 센터백, 라이트백, 중앙 미드필더 두 자리다. 센터백은 정승현, 라이트백은 김문환이 꾸준히 뽑혔는데 정승현은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김문환은 이용의 대체 선수가 되기 충분한 경기를 하지 못했다. 

11월 3기 소집에 새로운 센터백, 새로운 라이트백 후보자 등장할지 관심사다.  9월 소집 당시 부상으로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윤영선도 센터백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급성 신우염으로 2기 명단에 들지 못한 구자철이 미드필더 한 자리로 11월에 점검 받을 가능성이 있다. 11월 호주 원정에 나설 벤투호 3기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는 시간이 될 것이다. 

손흥민이 소집되지 않는 가운데 2선 공격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 경쟁에서 마지막에 낙마한 이청용은 손흥민 부재 상황에 새로운 도전자로 떠오를 수 있다. 부상 전 오른쪽 날개 주전 자리를 꿰찼던 권창훈은 2019년 1~2월께 회복이 가능해 아시안컵 도전은 어렵다. 돌아온다면 2선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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