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원 관중을 기록한 천안종합운동장
▲ 경기 전부터 대표 팀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팬들

[스포티비뉴스=천안, 이종현 기자] 2-2 충격 무승부. 앞서 일본과 0-3으로 졌던 파나마와 한국은 2-2로 비겼다. 우루과이를 2-1로 꺾고 승승장구하던 '벤투호'는 지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은 셈이다. 그러나 파나마전이 열린 천안종합운동장은 축제였다. 파도타기가 양쪽으로 퍼지고, 실점해도 '괜찮아'라는 팬들의 위로가 넘치는 곳. 경기 전부터 늘어선 팬들의 줄부터 경기 내내 보여준 환상적인 분위기가까지. 외부에서 본 경기력 비판에 비해 경기장 내부 온도 차이는 꽤 컸다. 

'배구의 도시' 천안에도 붉은 물결이 넘실댔다. 지난 코스타리카(고양), 칠레(수원), 우루과이(서울)에 이어 사상 첫 A매치 4경기 연속 매진을 달성했다.  

이미 지난 우루과이와 일전에서 '신세계'를 경험했다. 2013년 10월 12일 브라질과 경기 이후 5년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가득 찼다. 6만 4170명이 입장했다. 매진이다. 모든 관중석이 플래카드에 가담했다. 이 역시 사상 최초다. '꿈★은 이어진다'는 문구. 그리고 경기 말미에 '플래시 응원'까지. 

선수도 관중도 모두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주장 손흥민은 " 팬분들이 모든 선수들 때문에 경기를 보려 와주신다. 너무나도 감사하다. 따로 특별히 해줄 수 있는게 없고 경기장에서 승리하는 걸 보여주는 것 밖에 없다. 너무나도 죄송하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가장 큰 힘을 내시는 분들이다. 감사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도 있었고, 안 좋을 때도 있었다. 선수들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 분위기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9월에 이어 10월에도 A매치에도 뽑혀 이 모든 게 익숙하지 않은 황인범도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처음 경기했다. 카드 섹션 준비해주신 것 봤다. '속으로 이런 축구 열기와 분위기 속에서 대표팀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루과이 경기 당시에도 4시간 전부터 중고생 팬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었다. 경기 3시간 전부터 천안종합운동장 정면에 '기차놀이'처럼 학생 위주의 팬들이 줄지어 섰다. 이미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하고, 기다릴 것을 예상한듯 팬들은 자리에 앉아 기꺼이 기다림을 감수했다. 그만큼 팬들에게 선수들이 이제 '아이돌' 이상의 지위를 갖고 있는 셈이다.

경기 시작 1시간 20분 전 선수들이 필드자켓을 입고 단순히 그라운드에 나왔을 뿐인데, 팬들은 그라운드에서 가장 가까운 좌석까지 밀착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은 연달아 외쳤다. 선수들의 사소한 동작에도 경기장이 들썩였다. 마치 아이돌을 찾아온 팬들의 관심처럼. 선수들의 위치가 그라운드에 가까우면 팬들의 '데시벨'이 커지코 커졌다. 이승우가 손을 흔들면 경기장 내부는 폭발했다. 

예전 같으면 실점 이후 적막감이 흘렀을 텐데, 이젠 실점 이후 '괜찮아'가 먼저 나온느 게 요즘 분위기다. 양 방향으로 파도타기가 흐르고, 위협적인 플레이가 나오면 모두가 환호한다. 지금의 벤투호는 그렇다. 설령 2-2로 비겼더라도 그렇다. 팬들은 경기 끝까지 남아 직접 인사하는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내고 기자회견 이후까지 남아 선수들에게 박수를 줬다. 

파나마전 무승부에 비판도 있지만, 실제와 온도 차는 컸다. 현장은 여전히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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