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심장이 큰 사람이 이긴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아들 이정후(넥센)의 첫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해준 말이다.

"부담 가져서 뭐하나. 큰 경기는 즐겨야 이긴다"는 아버지의 말을 새겨 들은 아들은 처음 맞이하는 포스트시즌에서도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이정후의 호수비 퍼레이드와 결승 득점을 앞세운 넥센은 16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KIA를 10-6으로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정후는 1번타자 겸 좌익수로 나와 5-5 동점이 된 7회 무사 1루에서 최형우의 좌중간 큰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잡아내며 귀루하던 1루주자까지 잡아내는 병살 플레이를 유도했다. 8회 2사 후 대타 유민상의 타구는 좌익선상 밖으로 달려가 담장에 부딪히며 뜬공 처리했다. 공격에서는 0-2로 뒤진 5회 무사 만루에서 1타점 희생플라이를 날렸고, 5-5로 맞선 7회에는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한 뒤 서건창의 2루타에 득점하며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그런데 경기 후 이정후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지난해 이정후가 프로에 입단한 뒤 그에게서 한 번도 "긴장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는데 "7회 최형우 선수의 타구를 잡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다"고 했다. 이정후는 "대표 팀 결승전 때도, 신인 개막전 때도 긴장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떨렸다"고 포스트시즌을 치른 소감을 밝혔다.

긴장하던 이정후를 잡아준 것은 아버지의 말이었다. 이 위원은 시리즈를 앞둔 이정후에게 자신의 포스트시즌 이야기를 해주며 '큰 심장'을 강조했다. 이 위원은 대졸 신인이었던 1993년 해태 소속으로 한국시리즈에 나서 한국시리즈 최다 연속 도루 성공(7개) 기록을 세우며 맹활약했다. 이 위원은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를 잇는 '포스트시즌 심장'인 셈이다.

아버지가 대졸 신인으로 활약한 25년 뒤 아들이 다시 KBO 리그에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아버지와 아들의 엄청난 야구 DNA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팬들까지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정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했을 뿐. 이제 긴장 풀린 이정후는 그 다음 무대에서도 '큰 심장'을 입증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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