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선희와 슬기'에 출연한 배우 정다은. 제공|다인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부산, 이은지 기자]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 '선희와 슬기'는 3년 전 촬영 한 작품이다. 그만큼 출연했던 배우들은 성숙했고, 경력이 쌓였다.

선희와 슬기를 연기한 정다은(17)도 마찬가지다. 중학생 시절 정다은은 박영주 감독을 만났다. "너무 어리다"는 박영주 감독의 우려와 달리 정다은은 선희 그 자체였다. 만나기 전 박영주 감독의 고민은 저만큼 달아났다. 자신이 설계한 세상 속 선희였다고 했다. 정다은에게 당시를 물었다. 3년 전 이야기라 흐릿했지만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당시 감독님께 뭐라고 이야기 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선희는 정미를 부러워했다. 닮고 싶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선희와 슬기'는 친구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한 선희가,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친구가 죽은 뒤 시골 마을로 가 슬기로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속 등장하는 선희는 평범한 여중생은 아니었다. 하지만 평범해지고 싶은 아이었다.

"평범한 여중생 이야기는 아니다. 평범한 여중생이 되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는 부분이 호기심이 가는 시나리오였다. 어떻게 보면 무서워 보이기도 하다. 그런 연기를 내가 했을 때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한번쯤 해 보고 싶은 연기였고, 흥미로운 주제였다."

정다은은 박영주 감독과의 첫 만남을 기억했다. 오디션에서 자신은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이었다. 욕심이 났고 꼭 출연 하고 싶었다. "내 나름대로 선희를 표현했는데, 대본을 계속 읽으라고 했다"는 것이 정다은의 기억이었다. 그때 박영주 감독은 "나의 선희를 찾았어"라고 생각했고, 정다은은 "설마 되겠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대를 했다. 그렇게 정다은은 선희가 됐다.

▲ 영화 '선희와 슬기' 스틸.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정다은이 본 선희는 참으로 어리석었다. 있는 그대로 사랑 받을 수 있는 아이었지만 주인공이 되길 원하는 욕심이 크다고 말했다.

"부모님에게 외면을 받는데 정미와 친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그 순간 선희가 행복해 보인다. 나중에 친구들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관심 받는 느낌을 이미 알게 됐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었던 것 같다. 그에게 거짓말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이런 캐릭터가 나오기까지는 전사가 있기 마련이다. 정다은이 생각하는 선희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었다. 부모님의 칭찬을 받기 위해 상도 많이 받았을 것이고, 체육도, 음악도 잘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좋아서가 아니라 부모님에게 칭찬 받기 위해, 보여주기 위해 잘 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선희가 슬기가 되는 전환점은 정미의 죽음이다. 자신이 한 거짓말로 인해 동경했던 친구 정미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선희에게도 충격이었지만, 정다은에게도 가장 힘들었던 신으로 기억됐다.

"정미가 죽는 것을 눈앞에서 본다. 그때부터 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가는 신까지 연결된다. 지금도 어리지만 그때는 더 어렸다. 그 감정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어떤 얼굴로 봐야 할까 고민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눈물이 났다.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그렇게 됐다."

영화 안에서 선희는 슬기였고, 슬기는 곧 선희였다. 하지만 정다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선희가 슬기를 흉내낸 것이 아니다. 그냥 스스로 슬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전혀 다른 캐릭터라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

"선희와 슬기가 다른 점은 선희는 표정에 드러나지만 슬기는 그렇지 않았다. 혼자 있을 때는 스스로를 표현하겠지만, 아이들이나 원장 선생님과 함께 있을 때는 철저하게 숨긴다. 항상 웃고 있다.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고 나서도 뻔뻔하게 한번만 봐 달라고 한다. 뭘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슬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영화 '선희와 슬기'에 출연한 배우 정다은. 제공|다인 엔터테인먼트

정다은은 3년 전 '선희와 슬기'를 촬영했다. 14세의 나이에 연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힘든 감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다른 분들은 잘했다고 해주셔도, 아쉬운 점만 보인다. 좀 아시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막상 지금 해도 당시만큼 선희를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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