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선희와 슬기' 스틸.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스포티비뉴스=부산, 이은지 기자]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 '선희와 슬기'는 거짓된 삶의 비극에 대한 작품이다. 제목에는 두 명의 이름이 나오지만 사실은 한 인물이다. 중의적인 의미로 쓰였고, 영제인 'Second Life'를 보면 그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친구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조용한 학생 선희(정다은)로 시작한다. 일이 바쁜 부모 사이에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 선희는 학교 생활도 순탄치는 않다. 언제나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학생들 사이에 섞여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앞 자리에 앉게 된 정미를 알게된다.

정미는 선희와는 전혀 다른 학생이다. 언제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인기가 많다. 따뜻한 미소로 친구들을 대하고 소통을 할 줄 아는, 건강한 교우 관계를 맺는 아이다. 그런 정미를 보면서 선희는 동경의 마음을 품게되고, 그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작은 거짓말을 시작한다.

시작은 작은, 친구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거짓말이었지만, 이로 인해 정미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장면을 목격한 선희는 죄책감을 느끼고 같은 선택을 하려 하지만, 시골의 한 마을에서 '슬기'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했다. 그렇게 선희는 사라지고, 거짓말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 슬기만 남는다. 선희는 완벽한 슬기가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착하고 예의 바른, 사려 깊은 슬기로 다시 태어난다.

'선희와 슬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극이다. 연출을 맡은 박영주 감독 역시 "이 작품은 자체가 비극인 영화"라고 말했다. 부산영화제가 진행되는 기간, 해운대 한 카페에서 박영주 감독을 만났다.

◆ 이하 박영주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Q. 부산영화제에 초청은 처음인가. 소감이 궁금하다.

이제 즐기기 시작했다. '선희와 슬기' 첫 상영이 있던 날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셨다. 하하. 첫 GV(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잠들기가 아깝더라. 별 느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설레고 긴장이 되더라. 편집을 하면서 만 번 이상 봤는데, 다른 영화 같았다.

부산영화제 초청은 처음이다. 첫 장편 영화다. 접수를 해 놓고 쟁쟁한 작품이 많아서 걱정을 하면서도 안되면 서운할 것 같았다. 두근두근 거렸는데, 연락이 와서 기뻤다.

Q.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을 했다. 예전부터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했다. 여자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말을 한 친구가 있었다. 친구들에게 인기를 끌고 따돌림 당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기가 죽어 있는 상태였는데도, 유학 간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생기가 돌더라. 살아 있는 느낌이었고, 간절한 느낌을 받았다. 그 후 대학시절에도 나에게 했던 이야기가 거짓말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친구가 됐을 것이다. 놀랍고 충격적이면서 인상이 깊었다.

Q. 선희는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을까.

어린 시절에 부모와의 관계부터 잘못 됐을 것이다. 선희는 나쁜 아이는 아니다. 부모와 애착관계,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고 싶은데, 스스로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자존감이 형성되지 못한 아이다. 그래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조금씩 키워 나갔을 것이다. 그 대상인 정미가 나타나면서 엇나간 것 같다.

▲ 영화 '선희와 슬기' 스틸.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Q. 선희가 시골 마을에 온 후 옷을 입는데 전혀 맞지 않은 옷을 입는다.

티가 나게 안 맞는 옷을 주고 싶었다. 선희는 자기 자신이 있는데, 늘 맞지 않은 옷을 입으려고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선희라는 이름을 버리고 슬기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의 연장선이다.

Q. 선희에게 크게 두 명의 친구가 나온다. 어떤 과정으로 탄생했나.

정미와 방울이다. 두 인물 모두 선희가 바라는 것을 부각 시키기 위해 반대되는 인물로 설정했다.

정미는 사랑을 받는 아이다. 친구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좋은 관계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선희가 정미에게 끌린 이유는 인기가 많은 것도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라서였다. 또래 친구들보다 조숙한 아이였고, 그런 배우를 찾아 캐스팅 했다.

방울이는 스스로를 잘 아는 캐릭터다. 이 역시 선희와 반대된다. 방울이는 자신에게 굉장히 솔직하고, 자신이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남의 시선을 받지 않는다. 자유분방한 느낌을 떠올렸다. 같으 있으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유쾌하고, 관계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는 캐릭터로 설정했다.

Q. 선희와 슬기를 연기한 정다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선희를 찾기 위해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이야기 했다. '나의 선희는 어디 있냐'고 할 정도였고 불안한 마음으로 선희를 찾아 다녔다. 하하. 친구가 우연히 '여름밤'이라는 단편영화를 봤고 정다은 이야기를 하더라.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만나서 첫 대사를 하는 순간 '나의 선희를 찾았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는 고민하지 않았다.

Q. 선희를 만들어 가기 위해 특별히 한 디렉티이 있나.

없다. 그냥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촬영에 앞서서는 해당 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선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시나리오에는 현재의 선희만 있지만, 사실 현재의 선희가 있기까지 과거부터 쌓아 온 캐릭터지 않는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 영화 '선희와 슬기' 연출을 맡은 박영주 감독. 제공|박영주 감독

Q. 엔딩에서 선희가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런 삶에 대한 비극을 말하고 싶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스럽게, 사랑을 받을 사람들인데 스스로 그렇지 못하다. 그러면서 관계가 어긋난다. 인간의 한 어리석은 부분, 그들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그들의 서글픔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서글픈데, 우리는 왜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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