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뷰티풀 데이즈'를 연출한 윤재호 감독.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이은지 기자] 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편견 속 살아가는 사람들, 그 안에 생겨난 가족, 그리고 또 다시 파생되는 가족이다. 꼭 사랑을 해서 가족으로 살아가지는 않는다. 사랑 외에도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많다. 편견의 시선 받고 살아왔지만, 그 편견을 걷어낸 순간, 진짜 그들의 이야기가 보인다.

'뷰티풀 데이즈'의 시작은 2011년 단편영화 '약속'이다. 연출을 맡은 윤재호감독은 "파리에서 살 때 조선족 아주머니와 중국에 두고 온 아들이 9년 동안 못 본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윤재호 감독은 경계선에 서 있는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뷰티풀 데이즈' 역시 오랜 세월 떨어져 지냈던 엄마(이나영)와 아들(장동윤)로 시작된다. 14년이었다. 이 같은 설정이 시나리오의 토대가 됐다. 원제는 '뷰티풀 데이즈'가 아닌 '엄마'였다.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7년이 흘렀고,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탈북자가 대부분이었다. 그 분들을 만나면서 시나리오를 썼고, 2016년 완성됐다."

영화에는 유독 아픈 사람, 약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악'으로 대변되는 탈북자 브로커 황사장(이유준) 역시도 강자의 느낌은 아니었다. 이 세상이 블랙 앤 화이트로만 구성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윤재호 감독의 의도였다.

"'마담B'라는 작품을 하면서 탈북자 세상을 경험을 했다. 블랙 앤 화이트로 세상을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살다보면 아니다. 중간에 있는 사람도 있다.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아닌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보니 캐릭터 설정이 물고 물려 있는 느낌이다. 모호한 관계에 세상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냥 인간, 그냥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 영화 '뷰티풀 데이즈' 스틸. 제공|㈜페퍼민트앤컴퍼니

아들 젠첸의 아버지(오광록)은 여자(이나영)를 돈으로 사오는 인물이다. 또 여자의 한국 애인(서현우) 역시 건달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로 인해 영화는 더욱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돈을 주고 사람을 사는 사람과 건달 같은 애인은 절대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윤재호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편견을 지워 냈을 때 비로소 진짜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인물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 초반 구성상 편견을 많이 넣었다. 사람들이 보기엔 한국인 애인이 나쁜 사람처럼 보인다. 젠첸의 시선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언제나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대한다. 편견이 다 깨지고 이해했을 때 한발자국 다가가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윤재호 감독은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었다. "모든 껍질을 벗겼을 때 인간의 향기가 남는다"고 표현했다. 그때부터 한국 애인도, 브로커 황사장도 나쁘지만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었다.

'뷰티풀 데이즈'에서 단연 기억이 남는 신은 이나영이 오광록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신이다. 병이 든 과거의 남편을 찾은 여자는 잠자리에 누워 그 남편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그때 남편의 얼굴에는 따스한 미소가 번진다.

"누워서 서서히 다가간다. 여러 제안이 있었다. 입맞춤을 할 것인가, 껴안기만 할 것인가. 아이를 안아주는 느낌이었으면 했다. 확실한 것 보다는 애매한 느낌이 좋았다. 촬영 당시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아주 고요했고, 그런 느낌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영화 속에서 엄마는 아들 젠첸과 있을 때 보다 남편과 함께 있을 때 더 엄마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젠첸과는 남매 사이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 역시 윤재호 감독의 의도였다. 나무도 죽은 다음에 다시 태어나듯, 이나영의 품 안에 있는 오광록이 태아로 돌아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지만, 엄마와 아들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 영화 '뷰티풀 데이즈' 스틸. 제공|㈜페퍼민트앤컴퍼니

영화는 편견의 굴레 안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한다. 과거의 가족, 또 새롭게 꾸려진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윤재호 감독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특정한 것으로 정의 내릴 수 없다"고 했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정의되는 순간 스스로 편견을 만들 것이다.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가족을 정의하기 보다는 개개인의 가족의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재호 감독의 차기작은 호러물이다. 남녀가 주인공이고, 그 안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주의에 대한 것이라 언급했다. 시나리오를 이미 나왔고, 그의 차기작에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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