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상류사회' 스틸. 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상류사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선은 넘지 말자"다. 이는 인기 대학 교수에서 촉망 받는 정치 신인에 등극한 장태준(박해일)의 대사다. 정작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것은 영화 속 인물들이 아니었다.

'상류사회'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장태준 역은 박해일이, 그의 아내이자 미래미술관 부관장 오수연 역은 수애가 맡았다.

영화는 누구나 원하지만 갈수 없는, 모두가 궁금해 하는 상류사회의 민낯을 그린다고 했다. 그들의 민낯을 보여주기 위해 조폭과 손잡는 정치인, 그런 정치인의 뒤를 봐주는 재벌 등 식상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기억에 남는 것은 그들의 민낯이 아니라 맨몸이다.

그들의 추악함을 표현하기 위해 베드신을 활용한다. 정치인의 뒤를 봐주는 재벌은 자신의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예술을 팔고, 진심으로 애정이 있는 것인지 자신의 신분 상승을 선점하기 위해서인지 비서관은 몸을 내던진다.

등장인물들의 맨몸, 특히 여성의 몸은 재벌의 우월주의를 보여주기도 한다. 남 앞에서 보여지기 다소 부끄러울 수 있는 속옷 차림도 당당하다. 오수연의 직장 후배이자 그의 치부를 손에 쥔 민현아(한주영)은 당당하게 옷을 벗고 속옷 차림으로 오수연 앞을 지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던진다. "재벌만 겁없이 사는거야"라고.

▲ 영화 '상류사회' 스틸. 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이렇듯 그들의 추악함과 우월주의를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장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장태준의 말처럼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지만, '상류사회'는 그 선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과도한, 지속적인 노출은 영화 속 빛나는 대사들까지 퇴색하게 만든 결과를 가져온다.

자극적인 베드신을 제외하더라도 영화는 현재의 상류사회를 보여주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식상하고 올드하다. 과거에서 온 듯 한 인물들의 관계와 행동은 식상함을 안긴다. 만약 과거나 현재나 이들의 추악함은 변함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고도의 전략이었다면 제대로 통했다.

그래도 영화를 살리는 것은 박해일의 섬세한 연기다. 재치와 인기, 실력까지 겸비한 대학 교수 장태준 역의 박해일은 변해가는 장태준을 잘 표현했다. 순수하고 자신의 신념이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 품었던 욕망이 폭발하는 순간 머뭇거리면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준다. 그가 보여준 순간의 머뭇거림은 후반 장태준의 선택에 당위성을 제공한다.

변혁 감독은 '상류사회'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기존 상류사회를 다룬 영화과의 차별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첫 번째는 상류사회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였고, 두 번째는 꼴등이 1등이 되는 이야기가 아닌, 2, 3등이 올라가려는 욕망이었다. 

▲ 영화 '상류사회' 예고편. 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변 감독이 강조한 것처럼 개개인의 다양성이 있긴 하겠지만, 많은 이들이 윤제문과 일본 AV배우 하마사키 마오의 베드신이 차별화된 작품으로 기억하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20분. 오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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