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병민이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자유형 74kg급 동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신명철 기자]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 이틀째인 19일 레슬링은 자유형 남자 7개 체급 가운데 6개 체급 우승자를 가렸다.

20일 자유형 남자 125kg 이상급과 자유형 여자 4개 체급 경기를 포함해 22일까지 18명의 금메달리스트가 레슬링에서 나온다. 이번 대회에서는 자유형 여자가 6개 체급으로 직전 대회인 2014년 인천 대회보다 2개 체급이 늘었고 자유형 남자와 그레코로만형은 각각 6개 체급으로 2개 체급씩 줄었다. 따라서 전체 금메달이 2개 감소했다.

레슬링 첫날 경기에서 한때 레슬링 자유형 강국으로 이름을 날렸던 한국과 북한 일본은 하나의 금메달도 차지하지 못했다.

한국은 74kg급 공병민과 97kg급 김재강이 동메달을, 북한은 57kg 강금성이 은메달을, 일본은 65kg급과 74kg급에서 다카타니 다이치와 후지나미 후이가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란이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로 종목 중간 순위 1위로 나선 가운데 우즈베키스탄(금 1 동 2)과 인도(금 1)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동북아시아 레슬링 자유형 강국의 하향세는 직전 대회인 2014년 인천 대회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확인됐다.

인천 대회에서 한국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 북한은 금메달 1개, 일본은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이란(금 4 은 1)과 우즈베키스탄(금 2 동 2), 인도(금 1 은 1 동 1)에 뒤지는 성적이었다.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과 북한은 메달이 없었고, 일본은 은메달 1개를 차지해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그런데 일본은 레슬링 종목 순위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3개로 러시아(금 4 은 3 동 2)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어떻게 된 일일까. 6개 체급이 열린 자유형 여자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를 쓸어 담은 덕분이었다. 일본은 그레코로만형에서 은메달 1개를 기록했다.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 66kg급 금메달리스트 김현우가 그레코로만형 75kg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북한은 그레코로만형에서도 메달이 없었다.

한국은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장창선이 자유형 플라이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한데 이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가 자유형 62kg급에서 해방 이후 한국의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대회에서는 전해섭이 자유형 52kg급에서 동메달을 보탰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김원기가 그레코로만형 62kg급에서 금메달, 52kg급에서 방대두가 동메달을 따기 전까지 한국 레슬링은 자유형이 주력이었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 ‘손가락 없는 레슬러’로 화제를 모으며, 그때 현재 올림픽 레슬링에서 가장 좋은 성적인 4강에 오른 이상균도 자유형(밴텀급) 선수였다. 이상균 왼손은 엄지손가락부터 가운뎃손가락까지 세 손가락이 없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수류탄 뇌관을 뽑아 들었다가 뇌관이 터지는 바람에 세 손가락을 잃었다고 한다.

레슬링 자유형과 그레코로만형에 얽힌 이런 일화도 있다.

한국은 56년 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경기대회 레슬링에는 5명의 선수가 출전해 자유형 플라이급 장창선(앞에 나온 1964년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 은메달, 자유형 밴텀급 최영길과 그레코로만형 웰터급 오재영이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때만 해도 그레코로만형은 국내에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국 선수단은 자카르타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그레코로만형은 출전하지 않기로 했지만 현지에서 방침을 바꿔 오재영을 그레코로만형에 내보내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상당 기간 국내 레슬링계에서는 상체만 쓰게 돼 있는 그레코로만형이 국제 경쟁력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불리하다는 게 정설처럼 돼 있었다.

북한 레슬링은 자유형에 크게 의지했다. 북한 레슬링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로 역도(금 5 은 8 동 4)에 이어 메달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금메달 3개는 김일이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자유형 48kg급에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52kg급에서 리학선이 딴 것이다. 은메달과 동메달도 모두 자유형에서 나왔다. 북한 레슬링의 퇴조는 곧 레슬링 자유형의 퇴조를 말한다.

일본 레슬링은 장찬선이 한국 올림픽 사상 첫 레슬링 메달을 획득한 1964년 도쿄 대회에서 자유형 8개 체급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 그레코로만형 8개 체급에서 금메달 2개를 땄다. 앞서 2년 전인 1962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는 자유형과 그레코로만형 각각 8개 체급에서 금메달 10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로 출전 선수 모두가 메달을 획득했다. 중국이 아시안게임에 데뷔한 1974년 테헤란 대회 이전 아시안게임은 레슬링처럼 일본의 독무대였다.

일본은 금메달 62개와 은메달 31개, 동메달 23개인 옛 소련(러시아 별도)과 미국(금 54 은 43 동 35)에 이어 역대 레슬링 메달 순위 3위(금 32 은 20 동 17)에 올라 있다. 일본 외 아시아 나라로는 한국(금 11 은 11 동 14)이 10위, 이란(금 9 은 14 동 20)이 11위, 북한이 27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레슬링 강자들이 자유형이긴 하지만 거의 동시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에 영원한 강자가 없다’는 사례로 축구 팬들은 1960~70년대 아시아의 강호로 군림했던 버마(오늘날 미얀마)를 들곤 한다. 그러나 축구뿐만이 아니라 어느 종목이든 경기 인구의 감소나 국제적인 흐름 대응 미비 등의 이유로 쇠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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