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상 투혼을 펼친 박상영은 활짝 웃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자카르타(인도네시아), 취재 정형근, 영상 배정호 기자] 결승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상영은 주저앉았다. 고통을 참아봤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치명적 무릎 부상. 정상적 경기는 어려웠다. 

경기 직후 박상영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보는 사람이 더 안타까웠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싸웠다. 결과는 13-15 패배. 박상영은 경기 종료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인상을 찌푸린 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겨우 몸을 일으킨 박상영은 절뚝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20여 분이 지나고 메달 세리머니가 열렸다. 박상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돌아왔다. 은메달을 목에 거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박상영은 '부상 핑계'를 대지 않았다. 

"카자흐스탄 선수가 잘했어요. 경기에서 진 선수가 어떤 말을 하든 다 핑계입니다. 부상 때문에 졌다고 말하는 건 상대에 대한 예의도 아니에요. 반성하고 발전하겠습니다." 

사실 박상영이 여기까지 오는 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리우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 신드롬을 만들며 금메달을 딴 박상영은 곧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 8월 실력이 올라오지 않아 태극 마크를 반납하기도 했다. 

 '심리 치료'를 받고 마음을 비우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천천히 목표를 향해 걸어 나가 다시 태극 마크를 달았을 때 그는 한 뼘 더 성장해 있었다.

'새 주문'도 스스로에게 걸었다. 박상영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며 부담을 내려놨다. 

"제가 느끼는 부담이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다는 것 때문에 나온 감정이라 생각했어요. 세상 사람들은 제게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맞이한 아시안게임. 박상영은 개인전 첫 금메달을 향해 차근차근 전진했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 나온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제가 리우 올림픽 금메달 말고는 그렇게 좋은 커리어를 가진 선수가 아니에요. 아쉬움이 남지만 은메달도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아시안게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겠죠."

만 23세 청년은 겸손했다. 인터뷰를 마친 박상영은 당당히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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