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발하게 선수들을 지도하는 김학범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반둥(인도네시아), 유현태 기자] 예방주사를 맞으면 면역이 생긴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 김학범호가 맞은 '예방주사'의 효과를 확인해볼 수 있다.

한국은 20일 인도네시아 반둥 시잘락하루팟스타디움에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리그 3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과 격돌한다. 말레이시아에 충격적으로 패한 뒤 치르는 첫 경기. 금메달 도전을 이어 가기 위해 중요한 경기다.

"예방 주사를 일찍 맞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선택한 길이니 극복해서 나가자고 하겠다." 김학범 감독이 말레이시아전 패배 뒤 남긴 말이다. 첫 경기 6골 차 대승을 거두면서 좋은 분위기를 탄 뒤였다. 손흥민을 아끼면서도 얻은 결과. 모두가 들떴을테지만 말레이시아전은 예상 밖으로 흘렀다. 언제든 패할 수 있다는 것,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서두르면 안 된다는 것 등. 수많은 교훈이 남았을 경기다. 그래서 김 감독이 '예방주사'라고 했을 것이다.

경기 이후의 후폭풍은 '홍역'처럼 아팠다. '예방주사'라기엔 너무 거세고 혹독했다. 부진했던 경기력을 향해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선수들을 향해선 더 높은 질타가 이어졌다. 바레인전에서 만든 좋은 분위기는 싹 사라졌다. 주장 손흥민이 말레이시아전 패배 뒤 "창피한 일"이라면서 쓴소리를 했다. 선수단은 미팅으로 내부 분위기를 다시 잡으려고 했다. 18일 훈련에 나선 선수들은 다소 기운이 없어보였다.

패배한 시점은 김학범호에 천만다행이었다. 조별 리그가 아니라 녹아웃스테이지에서 말레이시아전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돌이킬 수 없었다. 아직 김학범호엔 조별 리그 1경기가 더 남았다. 이후 녹아웃스테이지에 돌입하고 나면 말레이시아전 1패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대진표가 조금 복잡해졌다지만 어차피 우승을 차지하려면 이겨야 하는 상대들이기도 하다.

아픈 패배를 '예방주사'로 만들려면 목표인 금메달을 따내야 한다.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말레이시아전 패배는 부진한 경기력과 탈락이란 결과의 전조에 불과하다.

키르기스스탄전은 반전의 시작이 돼야 한다. 조별 리그 통과를 자력으로 확정하기 위해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 목표인 금메달을 위해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선 예방 주사를 맞고 면역이 생겼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김학범호는 19일 훈련에서 힘차게 움직였다. 선수들의 움직임에서도 집중력이 느껴졌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 김학범호의 저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을까. 키르기스스탄을 압도한다면 말레이시아전은 판단 착오와 실수로 인한 패배였다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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