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울산,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올스타전이 14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드림 올스타 강백호가 역투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타자. 이른바 '외도'를 하는 야수는 오타니 쇼헤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6일(이하 한국 시간)까지 메이저리그에선 오타니를 제외하고 모두 43명의 포지션 플레이어(야수)가 53차례 마운드에 올랐다. 50⅔ 이닝 동안 55실점, 평균자책점은 9.77이다. 안타 64개를 맞았고 홈런 19개를 허용했다. 삼진은 20개, 볼넷은 28개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지난달 7월 24일은 기념일이 될 법하다고 했다. 이날 텍사스에서 카를로스 토치와 라이언 루아 두 명이, 컵스에서 4번 타자 앤서니 리조와 빅터 카라티니가 공을 던졌다. 메이저리그 확장기(expansion era, 1961년 이후) 가장 많은 포지션 플레이어가 투수로 등판한 날이다.

마운드에 오르는 타자들에게 주어지는 임무는 가비지 이닝 처리다.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져 경기가 사실상 넘어갔을 때를 말한다. 이때 감독이 얻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불펜 투수를 아낄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리조는 "너무 즐거웠다"고 싱글벙글 웃었고, 18일 애틀랜타 유틸리티 야수 찰리 컬버슨이 93.7마일 패스트볼로 타자를 잡자 팬들은 "우리 팀에 새로운 불펜 투수가 생겼다"며 팀 패배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 애틀랜타 유틸리티 플레이어 찰리 컬버슨은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이 93.7마일, 회전수는 무려 2502회가 나왔다.
▲ 지난달 24일 시카고 컵스 4번 타자 앤서니 리조가 투수로 변신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차례 공을 던진 경험이 있는 한화 외국인 타자 제러드 호잉은 "재미 있는 기억이었다"며 "지금 던지면 90마일 이상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야수의 '외도'는 KBO리그에서도 있었다. 2009년 최정은 연장전에 등판해 140km대 후반 강속구를 던졌고, 2015년 나성범은 두산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4-6으로 끌려가던 9회 2사 후 등판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았다. 나성범의 공을 본 오재원은 놀란 토끼 눈이 됐다. 지난달 올스타전에선 강백호가 마운드에 섰다. 강백호는 이용규와 오지환을 삼진으로 잡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0km가 찍혔다. 강백호가 공을 던진 장면은 포털사이트에서 올스타전 영상 가운데 가장 많은 조회 수가 나왔다. 강백호는 "아버지가 나보다 더 즐거워하셨다. 나는 올스타전에서 내가 던진 장면을 굳이 다시 찾아보지 않는데 아버지께서 보셔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고 웃었다.

하지만 더이상의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2000년 이후 KBO리그 정규 시즌에서 야수의 등판은 3번뿐이다. 2009년 최정과 최동수, 그리고 2015년 오장훈(전 두산)인데 오장훈은 내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뒤 등판이었다. 감독들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결론은 부정적이다. KBO리그는 끝장승부인 메이저리그와 달리 12회까지 제한돼 있을뿐더러,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망설이고 있다. 한 감독은 "자칫 체계가 깨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나마 KT는 야수의 투수 등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시즌 전부터 강백호의 투타 겸업 여부로 가장 관심을 모았던 팀이다.

김진욱 KT 감독은 강백호를 투수로 볼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시즌 초반에 말했듯 일반적인 상황에선 생각이 없다"며 "연장전에서 불펜 투수들 다 썼을 때나 시즌 막바지 팬 서비스엔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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