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자카르타(인도네시아), 정형근 기자]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프더라고요."

박상영은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표정은 편안했다. 은메달도 값지다고 했다.

박상영은 무릎 부상을 안고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 펜싱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에 나섰다.

이를 악물고 결승전까지 올랐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찾아온 슬럼프를 딛고 다시 분위기를 끌어오를 수 있는 기회라 포기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8월 실력이 올라오지 않아 태극 마크를 반납하기도 했다.

박상영은 '심리 치료'를 받고 마음을 비우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천천히 목표를 향해 걸어 나가 다시 태극 마크를 달았을 때 한 뼘 더 성장해 있었다.

박상영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는 '새 주문'을 걸었다. 그러자 부담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 박상영은 19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무릎 통증 때문에 표정을 자주 찡그렸다. ⓒ연합뉴스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결승전. 9-12까지 따라붙었지만, 야속한 무릎이 버텨 주지 못했다. 고통 때문에 다시 누울 수밖에 없었다.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

결국 알렉사닌 드리트리(카자흐스탄)에게 12-15로 패배했다.

박상영은 부상 탓을 하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조심했다. 경기력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자흐스탄 선수가 잘했다"고 돌아봤다.

"심리적 문제에서 지고 들어간 것 같다. 여유 갖고 했으면 지금과 다른 경기력 보여 주지 않았을까. 응원해 주신 국민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다치지 않았다면 금메달을 따지 않았을까?' 묻는 질문엔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 잘하는 선수다. 이긴 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상영은 은메달 자체로 값지다고 뿌듯해했다.

"개인전 금메달을 못 땄지만 다음 아시안게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면서 "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말고는 그렇게 좋은 커리어를 가진 선수가 아니다. 아쉬움 남지만 은메달도 내겐 값지다"고 말했다.

박상영의 부상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상태를 지켜봐야 하지만 단체전 출전을 포기하진 않았다. "무릎 때문에 경기력에 지장 가는 일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남자 에페 단체전은 오는 22일 열린다. 박상영은 "할 수 있다"를 되뇌며 다시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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