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 숙인 김학범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반둥(인도네시아), 유현태 기자] 조별 리그에서 패배하고도 월드컵을 우승한 팀도 있다.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 한국은 과연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결과를 얻게 될까.

충격적인 패배였다. 한국은 17일 인도네시아 반둥 시잘락하루팟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리그 2차전에 말레이시아에 1-2로 졌다. 예상 외의 패배로 조 1위를 놓쳤다. 1차전 대승으로 올랐던 분위기도 크게 가라앉았고 떨어진 자존심은 말할 것도 없다.

주장 손흥민은 경기 직후 "솔직히 창피하다"면서 "언제까지나 다독일 수는 없다. 가끔은 격려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따끔한 지적도 필요할 때"라며 강한 쓴소리를 내놨다. 

경기 뒤 김학범호는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선수들 그리고 코칭스태프도 모였다. 손흥민은 언급했던 대로 동료들을 따끔한 말로 자극했다.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긴 게 역사에 남듯이 어제 말레이시아전 패배도 우리 커리어에 남을 것이다."

한국은 불과 1달 여 전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7월 기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독일은 사실 한국과 경기를 치르기 전인 조별 리그 1차전 멕시코에 0-2로 완패했다. 스웨덴을 부활하나 했다. 하지만 독일은 결국 패배의 흐름을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은 끈끈하게 버티며 독일을 조급하게 했고 후반 막판 두 골을 몰아넣었다. 한국을 꺾는다면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독일은 결국 한국과 함께 짐을 싸야 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독일은 '조별 리그 탈락'으로 기억된다.

기억해야 할 또 다른 팀이 있다. 바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스위스에 0-1로 패하면서 불안하게 대회를 시작했다. 나머지 2경기를 승리하면서 우려를 씻었다. 녹아웃 스테이지에 오른 스페인은 포르투갈, 파라과이, 독일, 네덜란드까지 모조리 깨뜨리고 첫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스페인은 '세계 챔피언'으로 기억되지만,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유일하게 이긴 스위스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처음 목표로 삼았던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말레이시아전 패배는 과정으로 기억될 수 있다. '예방 주사'라고 하기엔 너무 아팠지만 그래도 교훈을 찾아야 한다. 18일 회복 훈련에 나섰던 황인범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라면서 "이제 경기력으로 말하겠다"고 밝혔다. 뛰어난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반드시 따내야, 말레이시아전에 당했던 패배를 씻을 수 있다. 여기서 무너지면 한국은 허울 뿐인 우승 후보였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다.

우리가 독일이나 스페인처럼 강호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김학범호가 싸우는 무대 역시 월드컵은 아니다. 한 번 넘어졌지만 조별 리그라서 다행이다. 2018년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의 한국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반둥 쇼크'로 기억될까, 아니면 '금메달'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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