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에서 한재이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장우영 기자] 대기업 사원에서 기자, 기자에서 슈퍼모델, 슈퍼모델에서 배우까지. 배우 진기주(30)는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이룬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진기주의 인생을 성공한 인생이라고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늘 치열하게 고민하고 끙끙 앓는 게 진기주의 인생이다. 진기주라는 배우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돌고 돌아 만들어졌다.

진기주의 이력은 독특하다. 배우로 데뷔하기 전 대기업 사원, 기자, 모델 등을 거쳤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진기주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미스티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주연 자리를 꿰차면서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데뷔 3년째에 지상파 미니시리즈 주연까지 꿰찼기에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어떤 노력을 하면 노력에 대한 댓가가 늘 따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저는 비교적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노력을 하면 보상을 조금이라도 늘 받았어요. 그게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에요.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지점이기도 하죠. ‘이리와 안아줘역시 그랬어요. 그동안 상처나 좌절도 많았는데 견뎌온 보상을 비교적 빠르게 받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연기를 시작한 뒤 어느 시기에 작품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할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계획은 세우지 않고 사는 게 마음 편할 때가 있더라구요. 오늘 하루 열심히 하는 게 제 계획이에요.”

▲ 배우 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에서 한재이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사진|곽혜미 기자

올해로 서른. 데뷔 3년째가 됐으니 진기주가 배우라는 직업에 뛰어든건 27살 때다.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꿈많은 소녀, 학생에서 대기업 사원, 기자, 슈퍼모델을 거친 끝에 진기주는 연기자라는 직업에 도달했다.

“(배우가) 적성이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좋은데, 제가 연기에 재능이 많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에요. 주변 분들이 칭찬을 해주시면 내가 조금은 따라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이에요. 주변에서 칭찬을 해줘도 온전히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아직도 저를 채찍질하고 있어요. 재밌게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요.”

▲ 배우 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에서 한재이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사진|곽혜미 기자

진기주의 마음 속에는 배우라는 직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어렸을 때였고, 자신도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해 꿈을 키우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진기주는 그랬다.

배우라는 꿈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어요. 하지만 제 주변 환경을 고려했을 때 거리감이 느껴지는 직업이었어요. 그래서 그 꿈을 더 이상 키우지 않았어요. 어릴 때 지나치게 현실적인 아이였거든요. 현실을 보고, 제 앞에 있는 일을 봤어요. 그래서 공부를 했고, 공부를 잘해야 칭찬을 받으니 열심히 했어요.”

기자라는 직업은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부모님은 회사를 다니길 권했고, 나이가 어릴 때였으니 부모님 말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 2~3년 동안은 회사를 다니겠다고 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연기학원을 검색했는데 그러면서 배우라는 직업이 가깝게 느껴졌어요. 의지를 가지고 뛰어들면 가까워질거라고 생각해 회사를 그만뒀어요.”

하지만 불안해서 방구석에서 한 발을 내딛지 못했어요. 이미 일은 저질렀고, 미래와 마음이 불안하니 익숙한 공부를 하고 스터디를 나가고 있더라구요. 저도 모르게 기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있었고, 시험까지 보게 됐어요.”

▲ 배우 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에서 한재이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사진|곽혜미 기자

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 것처럼 보이는 진기주의 인생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 시행착오는 지금의 진기주에게 있어 가장 큰 힘이자 재산이 됐다.

사람을 만나거나 오디션이 수없이 겪은 면접의 연장선이더라구요. 오디션에 가면 상처 받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사회 경험을 하지 않고 그런 소시를 들으면 제 성격상 다음 오디션에 못 갔을거에요. 하지만 사회 생활과 면접 등을 겪으니 사고 방식이 바뀌더라구요. 상처를 받아도 금방 털어내고 이겨내게 됐어요. 오히려 받아쳐서 넘길 때도 있어요. 조금의 내공이 생긴 것 같아요.”

연기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순탄한 인생이었다면 연기할 때 표현을 가짜로 하거나 상상으로 해야 했을텐데 겪은 게 있다보니까 조금은 캐릭터에 대해 공감하는 점이 좋아진 것 같아요.”

그런 진기주의 속을 가장 잘 알아준건 이리와 안아줘최준배 PD였다. 최준배 PD는 진기주를 두고 성공만 하는 사람이 아닌 여러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한 사람으로 봤다. 진기주가 최준배 PD에게 가장 감동한 지점이다.

대부분 저를 하고 싶은 거 다 이루고 했던 사람으로 보고 계시더라구요. 하지만 합격 전에 수많은 불합격과 좌절이 있었어요. 합격해도 제가 바라는 게 아니라고 하면 회의감과 자괴감이 드는데, PD님이 그걸 알아주셨어요. 제 캐스팅에 어떤 분이 걔는 성공만 해서 한재이 캐릭터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자 PD님이 진기주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오히려 그 감정을 잘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하시더라구요. PD님이 이면을 잘 봐주시고 섬세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동이었죠.”

▲ 배우 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에서 한재이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사진|곽혜미 기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한 진기주다. 후회할 법도 하지만 진기주에게 후회는 없다. 늘 선택을 할 때마다 어떤 선택을 해야 덜 후회할까라며 수도 없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늘 치열하고 고민했기에 진기주에게 후회는 없다.

지금 인생을 다시 살아보라고 해도 저는 똑같이 살 것 같아요. 그만큼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늘 고민하고 선택했어요. 선택할 게 많았는데, 어떤 선택을 해야 덜 후회할까 고민하며 선택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오랜 시간을 쉬거나 여행을 간 적이 없는데 못 놀았다고 후회하지 않아요. 그만큼 시간을 제대로 사용했다고 생각해요. 제 스스로 행복하고, 만약 20살 때로 돌아가 지금 인생을 본다면 괜찮게 살았네’, ‘10년 잘 살았네라고 할 것 같아요.”

▲ 배우 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에서 한재이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사진|곽혜미 기자

선택의 연속이고, 늘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살아온 진기주의 인생은 지금 청춘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제가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라서 이렇게 지낸 건 아니에요. 최근 두려워서 도전을 하지 못한다는 친구들의 메시지를 받는데,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부족해서 도전하지 않는 게 아니고, 본인이 나약해서 도전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도전을 하거나 선택할 때 충분히 생각을 하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만 실패를 했어도 후회가 없고, 성공을 할 때는 소중한 걸 알게 되기 때문이에요.”

어떤 친구들은 고민만 하고 도전을 하지 못한다고 자신을 깎아 내리는데, 저는 고민하는 시간조차 멋지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것을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 그 시간을 거치는 것만으로도 인간적으로 성장하거든요. 끙끙거리는 시간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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