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대표 팀 은퇴를 선언한 메수트 외질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인종차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가장 근절하길 원하는 문제다. 그런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우승국이자, 세계 축구 최강 독일이 "인종차별로, 이중잣대로" 대표 팀에 큰 공헌을 해온 메수트 외질(29)을 버렸다. 외질은 8년간 입었던 독일 대표 팀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배경은 지난 5월, 터키 대통령과 면담

외질은 터키계 이민 2세다. 그는 지난 5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악수했다. 이 장면이 미디어로 노출되면서 외질은 '역적'이 됐다. 독일 국민은 '외질이 더 이상 독일 대표 팀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고 그를 비판했다. 

독일로서는 외질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터다. 독일 정부는 그간 인권탄압 등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에르도안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다. '눈엣가시' 에르도안 대통령이 외질과 함께 찍은 사진을 대선 캠페인에 활용하면서 독일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여기에 외질의 민족성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월드컵을 직전에 앞둔 시기였기에 독일축구협회는 큰 파장이 일어나길 원치 않았다. 외질에게 공식 사과를 종용했고, 외질이 이에 응하며 사건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 터키 대통령과 만난 외질(왼쪽) ⓒ연합뉴스/AP

◆러시아월드컵 부진의 희생양이 된 외질 

'외질의 터키 대통령 악수' 이슈는 휴화산 상태였다. 독일 대표 팀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부진하자, 누군가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 희생양은 외질이었다. 

올리버 비어호프 독일축구협회 단장은 지난 6일(한국 시간) 독일 일간지 '디 벨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질과 성공하지 못했다"라며 "월드컵에서 외질이 없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며 외질을 콕 찍어 맹비난했다.

이후 외질의 부친은 비어호프 단장에 발언에 큰 불만을 드러내며 외질에게 대표 팀 은퇴를 권유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외질은 2달 동안 축구선수로서 가장 큰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결국 22일(한국 시간) SNS에 그동안의 고민에 대한 결과를 고백했다.

"내가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내 가족의 뿌리는 터키다. 나는 독일인이기도 하며 터키인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내게 절대 내 뿌리를 잊지 말라고 알려주셨다. 그러한 생각이 내가 여태껏 살아오는데 가치가 있었다."

1차 고백이 끝난 외질은 23일(한국 시간) SNS에 은퇴를 발표했다. 

"독일축구협회로부터 당한 부당한 대우와 다른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더는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않겠다. 최근에 벌어진 일들을 무거운 심정으로 돌아보면서 인종차별과 무례한 감정이 드는 상황에서 더는 독일 대표팀을 위해 뛸 수 없다."

8년 동안 독일을 위해 희생했던 외질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데는 2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 자신의 심경을 고백한 외질 ⓒ외질 SNS

◆인종차별-이중잣대...외질의 결론은 은퇴

혹자는 '외질이 그동안 독일 국가를 부르지 않은 선수라서 독일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가를 부르는 행위가 그 사람의 민족성과 인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없다. 민족성을 나타내는 발현할 다양한 방법이 있다. 특히 스포츠에선 그것이 땀을 흘리고 실력을 발휘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외질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데뷔전을 치르고 A매치 93경기 23골을 기록했다. 특히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맹활약해 독일의 네 번째 우승을 도왔다. 경기마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선수가 외질이다. 매 경기 활동량이 증명한다.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 대다수 독일 선수들이 부진했는데, 그중 그나마 제 몫을 했다고 평가받는 게 외질이다. 

다문화, 이중국적이 만연한 유럽에서 선수가 '인종차별과 이중잣대'를 받는다고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정상적인 상황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독일축구협회 단장은 선수를 보호해야 하지만,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선수가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외질은 터키 대통령과 만남에 대해 이미 사과했다. 그라운드에서는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아무도 보호하질 않았다. 외질은 희생양이 됐고, 쓸쓸하게 퇴장했다. 독일의 수많은 이민자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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