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영상 한희재 기자] 지난 10일 수원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였죠.

이날 두산에 새로 합류한 외국인 타자 반 슬라이크의 첫 타석이 끝나자 심판들이 배트를 검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는 배트의 검은색 도료가 너무 진하다는 것인데요. 야구 규약 4조(제조기준) 2항에 따르면 <배트의 표면은 반드시 나무의 결이 보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심판들은 야구 규약을 근거로 반 슬라이크가 사용한 검은색 배트의 도료가 너무 진하지 않은지 검사했고,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반 슬라이크는 KBO 리그에 데뷔하자마자 흔치 않은 신고식을 치러야 했습니다.


반 슬라이크가 사용하는 M사의 배트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미 다수의 선수가 사용하는 배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들이 이를 검사한 이유는 부정 배트에 대한 염려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말하면 부정 배트가 아니라 공인 규격에 맞지 않는 부적격 배트입니다. 지난 5월에는 리그 전체 배트 검사가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최근 도료가 진한 부적격 배트가 많다는 염려 때문에 이를 겸해 KBO가 일제히 정기 배트 점검을 실시했습니다. 매년 이루어지는 점검이지만 화제가 된 것은 선수들의 실명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배트 점검을 실시한 일부 구장에서 언론을 통해 선수들의 실명이 공개된 것인데요. KBO는 "선수 이름이나 배트 업체명은 기본적으로 비공개"라고 밝혔습니다.

부정 배트는 배트에 불순물이 섞이거나 묻은 것을 말합니다. <야구 규칙 1.10 방망이 항목에 보면 접착 방망이는 프로야구에서는 일절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 돼 있습니다. 그리고 <6.06(d)에 따르면 ‘타자가 어떤 방법이든지 공의 비거리를 늘리거나 이상한 반발력이 생기도록 방망이를 개조, 가공할 경우 심판은 이를 반칙행위로 보고 타자에게 아웃을 선언함과 동시에 퇴장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정 배트에는 코르크 배트가 있습니다. 코르크 배트는 배트 안에 코르크를 채워 무게를 낮추고 비거리를 높이기 위해 제작됐는데요. 메이저리그 홈런왕 새미 소사는 2003년 코르크 심이 박힌 배트로 타격을 하다가 적발됐습니다. 소사는 배트가 쪼개지는 바람에 적발돼 퇴장당했고, 이후 8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소사는 "타격 연습 때 팬서비스용으로 사용하던 것을 실수로 경기에 들고 나간 것" 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사건으로 홈런왕 소사의 이미지에는 커다란 금이 가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97년 5월 LG 천보성 감독이 삼성 백인천 감독에게 삼성 선수들이 부정 배트를 쓴다며 항의를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조사기관에 배트의 재질과 도료 등에 대한 검사를 의뢰한 KBO는 정상이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삼성에게 3연전 동안 17개의 홈런을 맞고 49실점을 한 LG. 하지만 천 감독의 의심은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더 멀리 치고 싶은 타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죠. 하지만 부정행위를 통해 더 많은 타구를 친다는 건 팬들이 바라는 모습이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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