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수원, 조형애 기자] "어차피 오늘은 어려웠어요."

수원삼성의 열성 팬을 자처하는 한 이는 마치 해탈이라도 한 듯 메시지를 보내왔다. 패배에 받는 충격은 없어 보였다. '어차피'…. 경기 전부터 패배를 예감한 듯한 그였다.

2018 시즌을 앞두고 뜨겁게 타올랐던 수원의 희망은 채 봄날을 제대로 견디지 못했다. 순위는 상위권을 줄곧 유지했지만 보다 도약할 결정적 경기는 번번히 놓쳤다. 바로 전북현대와 맞대결이 대표적이다.

수원삼성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7라운드에서 전북현대에 0-3으로 졌다. 전북에만 시즌 2패째. 이번엔 로페즈에게 멀티 골, 아드리아노에게 쐐기 골을 내주면서 승점 수확이 무산됐다.

사실상 독주 체제를 갖춘 전북과 승점 차이는 무려 13점으로 벌어졌다. 전북이 40점을 돌파했고, 수원은 8승 4무 5패 승점 28점에 머물렀다. 3위지만, 1위가 너무도 먼 상황. 수원의 10년 만에 리그 우승 컵 탈환도 참으로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 수원, 5패 중 2패를 전북현대에 당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우승은 우승 후보를 넘어야만 할 수 있기에

"승점 7점이냐, 13점이냐만 생각하라고 했다."

경기 후 전북 최강희 감독 말에서는 이미 정상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패배시 수원과 격차가 7점으로 좁혀지고 이기면 13점으로 벌어지는, 그 사실만으로도 선수단이 갖는 경각심은 대단해 보였다.

수원이 진정으로 우승을 다투는 팀이라면, 1-2위 팀의 격돌이라면 그런 전북을 만나 그토록 무기력해서는 안됐다. 정상은 나눠가질 수 없는 법. 우승 후보를 넘어서야만 비로소 우승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전력이 약한 팀을 만나 승점 3점을 차근차근 모으다가도, 흔히들 승점 6점이 걸렸다는 라이벌전에서 적어도 한 두 번은 이겨야 우승컵을 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수원이 당한 올시즌 5패 가운데 3패는 가히 주목해볼만 하다. 전북전 2패, FC서울전 1패다. 전북은 K리그 1강으로 불리는 팀이고 서울은 최대 라이벌로 여겨지는 팀. 현재까지는 고비고비 마다 주저앉았다는 걸 기록이 말하고 있다.

◆ 부진과 부상, 핑계가 아니라 극복 대상이 될 수는 없을까

이해해봄직한 대목은 있다. 전반기 막판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건희가 군입대를 했고 김은선, 신화용은 부상이다. 박종우, 한의권, 사리치 '영입 3인방'은 적응기를 거치고 있다. 서정원 감독도 경기 후 "선수들 합이 아직 안맞춰져 있는데, 8월 되면 김은선 박종우 사리치 등 주요 선수들이 돌아와 컨디션을 찾을 것이라 본다. 그때는 또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과 맞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 쏟아지는 부상과 데얀의 부진이 뼈아프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허나 냉정히 말하면 사정 없는 팀은 없다. 전북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차출자가 많고 부상자도 있어 휴식기 제대로된 수비합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수비 주축인 김민재, 김진수는 아예 손발을 맞추지 못한 게 꽤 됐다. 경기 전 최강희 감독이 "오키나와 훈련 당시 수비 라인에 최보경 하나 있었다"며 볼멘소리를 할 정도였다.

'전북 더블 스쿼드' 자체 전력의 힘을 부인하는 이는 누구도 없다. 하지만 동시에 1위 독주에는 유연한 전술과 경험, 그리고 위닝 스피릿이 더해졌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시즌 전 예상치 못한 변수를 이기는 힘의 차이가 순위를 가르고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 사라지는 기대, 지독한 '뫼비우스의 띠', 멀어지는 우승

문제는 기대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14일 승리를 확신한 전북 서포터들이 '오오렐레'를 소리 높여 부르고 심지어 '역시나 수원'이라는 도발을 할 때도, 수원 서포터석에서 느껴지는 힘은 전과 같지 않았다. 그라운드 안에서 크게 밀리니 서포터즈도 힘이 안나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종료 휘슬 후 이어진 "우~"라는 야유도 울분이라기 보다 실망이 크게 섞인 한숨처럼 들렸다.

거대한 기대로 시작한 시즌이 점차 그 기대를 깎아 먹고 막판 다시 희망고문을 하는 지독한 루틴. 많은 팬들은 수원판 뫼비우스의 띠에 지쳐가고 있다. 수원이 '완전체'가 되는 8월을 손꼽아 기약하기엔 길다면 긴 시간이 남았다. 그때 되면 또다른 부상자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구상대로 착착 손발이 맞을 것이란 보장도 없기도 하고.

기대가 사라진 자리, 전북전 들었던 1만5000여 좌석은 언제 또다시 채워질지 모른다. 많은 이들이 '안될거야'라고 생각해 버릴 땐, 대부분의 경우 끝까지 안가봐도 어느정도 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