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말도 많고 탈도 많고 볼거리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풍성했던 2018년 시즌 전반기가 막을 내렸다. 이제 한숨을 돌린 뒤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시간.

스포티비뉴스는 LG 박용택을 만났다. 무언가를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선수라는 생각에서였다.

박용택은 손가락질 받던 20대를 지나 성공적인 30대를 보냈으며 모두가 고개를 가로젓는 40대에 이르러서도 변함없는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왜 실패했으며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듣다 보면 우리네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도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부터 박용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최다 안타를 친 순간 어땠나. 너무 당연해 보여 감흥이 덜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틀 전 정도부터 신경이 쓰이긴 했다. 다행히 첫 타석에서 안타가 나왔고 기록을 세우는 안타도 5-7로 따라가는 안타였기 때문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야구를 시작하며 이런 선수가 되리라고 예상했나.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냥 막연히 좋은 선수 훌륭한 선수 야구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신인 시절로 돌아가 생각해 봐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

△첫째로는 튼튼한 몸으로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 3년차 이후 만난 와이프, 따져보니 와이프와 함께 만든 안타가 2000개가 좀 넘더라. 그 오랜 시간을 나에게 맞춰서 살아 줬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지도자로서는 김용달 코치님을 만난 것이 운이 좋았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 신인 때 김성근 감독님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고등학교 때나 대학  때 생각하던 프로와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걸 일깨워 주셨다. 하루하루가 전쟁이라는 걸 느끼고 배웠다.

▲ 박용택이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박용택의 20대는 어찌 보면 조금 평범했다.(박용택은 20대 때 단 1차례의 3할 타율을 기록했을 뿐이다.) 그래서 잘생긴 외모 때문에 더 낮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야구를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라는 이미지까지 있었다. 20대의 실패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인터뷰를 보시는 많은 팬들 중에는 외모에서 고개를 갸웃거리시는 분들이 좀 계실 것이다.(웃음). 근데 솔직히 그땐 좀 괜찮았다. 밖에서 볼 땐 발도 빠르고 파워도 있고 전체적으로 다 갖춰진 것 같은데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하니 안 좋은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때는 정말 치열하게 노력했다. 노력으로 치면 지금 하는 노력은 노력도 아닐 정도로 노력을 했다. 그런데 옳은 방향의 훈련도 있었지만 옳지 않은 방향성을 갖고 있었던 부문도 많았던 것 같다. 훈련을 위한 훈련, 노력을 위한 노력, 최선 다했으면 됐지 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프로는 그런 곳이 아니지 않는가. 옳은 방향성을 갖고 맞춤 훈련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열심히만 했고 그렇게 열심히 했으니 나는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겼다.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생각하거나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하는 나에 만족하고 그만이었다.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난 열심히 했으니 됐다고 여겼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변명을 했을 뿐이었다. 때문에 나의 20대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고 할 수 있다.

-슬럼프, 불혹에 흔들리는 남자를 봤다.

△최근 몇 년간 처음으로 멘탈이 흔들렸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이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는데 내가 그 선입견 속에 빠지고 말았다. 작년에도 겪었고 2년 전에도 겪었던 슬럼프인데 이번에 온 슬럼프는 유독 못 견뎌했던 것 같다. 머리와 가슴이 버티질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할 필요 없는 쓸데없는 생각들이 너무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 아직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걱정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됐다. 오지 않을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흔들리기 보다는 현재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마음 먹은 이후 야구가 다시 잘 풀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목표는 우승일 텐데.

△돌아가면서 했어도 2번은 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하니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마지막 목표로 꼭 우승을 하고 싶다.

▲ 박용택은 이제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젓지만 그는 여전히 꽃미소를 지닌 꽃중년이다. ⓒ한희재 기자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있었다면.

△2013년 시즌이 가장 아쉬웠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두 달 가까이 했다. 페넌트레이스를 우승했다면 한국시리즈도 정상에 설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내가 좋아하는 (이)병규 형 (이)진영이 (정)성훈이도 개인 성적도 좋았고 뭔가 팀도 되는 분위기였다. 여러 가지로 그해가 아쉬움이 남는다.

-3000안타를 위해선 적어도 4년 정도는 더 버텨야 한다. 

△이때까지 잘 버텨 왔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안된다. 정신적으로는 정말 자신 있다. 몸은 아직 모르겠다. 나이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내가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3년, 4년 더 뛸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박용택이 박용택에게 영상 편지를 쓴다면.

△용택아 안녕, 1990년 6월3일,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우리 나이로 40이 됐고 프로 야구 전체로 봤을 때도 거의 최선참이 됐네. 많은 시간 좌절도 하고 실패도 하고 벽에도 많이 부딪혔지만 그래도 잘 이겨 내서 여기까지 건강하게 잘 와 있다는 것 자체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잘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언제나 응원하고 파이팅 하길 바란다. 항상 가족들 잘 챙기고 팀원들 잘 챙기고 팬들도 잘 챙기는 멋진 선수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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