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이 또 눈물을 흘렸다.
▲ 손흥민이 고개를 숙였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최선을 다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있다. 반란을 노리려고 했던 한국 축구도 실력 부족을 통감해야 했다.

후반 추가 시간 만회 골을 넣은 손흥민은 경기 뒤 인터뷰를 하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모든 힘을 쏟고도 경기를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묻어났다. 그는 "국민분들께 조금이나마 더 좋은 경기, 한국 축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한 뒤 "국민분들께 너무나 죄송스럽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력이 언제나 원하는 결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프지만 당연한 삶의 진리였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은 23일 밤 12시(한국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리고 있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에서 멕시코에 1-2로 패했다.

노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월드컵은 4년 동안 공들인 '농사'의 결과를 평가하는 자리다.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경기에 나선다. 한국보다 강한 팀들도 한국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한다. 한국의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높은 수준에 오르거나, 혹은 확실한 콘셉트를 잡고 상대를 괴롭힐 준비를 해야 했다. 

갈고 닦았던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4-4-2는 수비와 미드필더 간격을 좁히기 좋고 역습에 특화된 전술이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하기에 적합한 전술로 꼽힌다. 한국이 지난해 11월 A매치에서 발견한 하나의 대안이었다.

두 줄 수비가 힘을 발휘했다. 한국은 간격을 좁혀 기술이 뛰어나고 발이 빠른 멕시코가 달릴 공간을 주지 않았다. '선 수비 후 역습'이 됐다. 손흥민이 여러 차례 수비 뒤 공간을 공략했다. 전반에만 6번의 슛을 기록했다. 변칙적으로 측면에 배치된 황희찬이 저돌적인 돌파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 1골을 만회한 손흥민이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의 전술은 상대적으로 강한 상대인 멕시코와 해볼 만한 상황을 만들어줬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했던가. 하지만 완성도가 떨어졌다. 한국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세밀하지 못했던 반면, 멕시코는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았다. 공격도 수비도 마찬가지였다.

실점 장면은 모두 실수에서 시작해 성급한 수비로 이어지면서 나왔다. 전반 24분 최전방에서 손흥민이 공을 빼앗기면서 역습이 전개됐다. 침투 패스를 김민우가 끊어낼 수 있었지만 공을 뒤로 흘리면서 역습은 계속됐다.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안드레스 과르다도가 한국의 측면 수비와 중앙 수비 사이로 침투했다. 기성용이 따라붙는 것이 늦었고 장현수는 다급하게 또 태클을 시도했고 손에 맞아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태클 하지 말아야 할 타이밍에 했다"고 탄식했다. 결국 카를로스 벨라에게 실점했다.

두 번째 실점도 실수와 성급한 플레이가 겹친 결과였다. 한국은 후반 21분에도 기성용이 상대의 거친 태클에 넘어졌지만, 반칙이 선언되지 않아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추가 실점했다. 장현수가 에르난데스에게 빠르게 접근했지만 다시 한번 완벽하게 속으면서 실점을 막지 못했다. 각도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조금 더 침착했더라면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었다. 기성용도 "최선을 다해줬는데, 두 번째 골 때 실수를 해서 팀원들을 힘들게 했다"면서 실수를 인정했다.

공격적으로도 한국의 집중력이 떨어졌다. 한국은 멕시코의 실수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후반 30분 황희찬과 손흥민이 전방 압박하면서 최후방에서 공을 빼앗았다. 황희찬이 오초아 골키퍼와 1대1로 맞섰지만 힐패스가 정확하지 않아 손흥민이 슈팅 타이밍을 놓쳤다. 멕시코의 빈 골대에도 득점을 하지 못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힐패스보다는 발바닥으로 밟아주는 패스를 해야 했다"면서 황희찬의 플레이에 아쉬움을 표했다. 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의 만회 골은 뒤늦었다.

정신적 준비 상태도 아쉬웠다. 한국은 스웨덴전에선 지나치게 소극적인 경기를 하다가 한국다운 경기를 하지 못한 채 0-1로 석패했다. 멕시코전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코치는 '스포티비뉴스'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프로 선수가 최고 경기력을 내려면 정신이 중요하다. 이기든 지든 냉정해야 한다. 이겼을 때도 냉철해야 하는데, 졌을 때도 마찬가지"라며 "한국 선수들은 패배에 깊이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수로 실점 빌미를 줘 2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멕시코의 실수로 얻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국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감정적으로 한국의 패배는 아팠다. 하지만 냉정하게 완성도가 떨어진 한국의 패배는 받아들여야 할 결과다. 그리고 다음 4년 동안 나아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영표 해설위원도 경기를 마친 뒤 "우리보다 강한 상대를 이기라고 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강한 상대였기 때문에 인정하고 계속해서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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